2016-07-01 10:15

기자수첩/ 규제를 생각하다


규제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착한 규제일수도, 나쁜 규제일수도 있다. 국어사전에선 규제를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갈라파고스 규제’를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라파고스 규제란 극히 일부 국가나 한 국가에만 존재하는 규제를 뜻한다. 정부는 이날 지자체·지방공기업들과 관련한 859건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에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막는 각종 규제를 ‘단두대’ 방식으로 한꺼번에 폐지하겠다며, 2020년까지 기존규제의 20%를 일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휴전국가다. 사실상 갈라파고스 규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파괴적 혁신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했다간 보수 정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국가 안보가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 가령 국토교통부가 신산업의 일환으로 드론에 대한 규제를 ‘파괴적 혁신’ 수준으로 완화했다고 가정해보자. 아직 드론에 대한 충분한 실험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불특정 다수로부터 해킹에 노출될 우려도 높고, 이를 악용한 테러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도 생각해볼 문제다. 과거 카드사용 한도 규제가 폐지돼 신용카드 대란과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사태를 맞았고, 이자제한법이 폐지돼 대부업 창궐 및 ‘폭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재벌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폐지해 재벌대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현상도 벌어졌다.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판단으로 규제를 완화했다가 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킨 사례는 수두룩하다. 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갈 대안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이들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당장의 성과에 급급해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규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우버 역시도 세계 각국의 규제 문턱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한국에서 우버의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산업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물류산업 내에서도 다양한 규제완화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1.5t 이하 화물차에 대한 진입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될 수 있다 풍문이 돌았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택배가 늘어나 이를 배송할 영업용 차량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익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제 완화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성과를 위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아닌, 충분한 공감대와 타협을 거치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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