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30 10:08

논단/ 해상운송에 있어서의 화물인도시점과 창고업자의 책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대법원 2014년 5월16일 선고 2012다23320 판결내용을 중심으로
Ⅰ. 해상운송과 화물인도

1. 운송인의 화물인도의무와 화물인도지시서
운송인은 운송물 양하 후 정당한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해야 하며, 운송인이 위 인도를 잘못해 정당한 수하인에 대한 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원칙적으로 고의, 중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모든 수입화물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박으로부터 하역작업을 거쳐 반드시 보세구역(bonded area)에 장치하게 되므로(관세법 제65조 내지 제67조), 그 인도도 주로 보세구역에 장치돼 있는 동안 운송인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D/O)에 의해 이루어진다.
운송인은 개품운송의 경우 당사자간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시간과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하게 되는데 양하 후 보세창고에서 인도하는 것이 관행이라면 양하 후 인도까지의 운반작업 및 보관업무는 운송인의 책임사항에 포함될 것이다.

2. 화물인도와 면책각서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취득하기 전에 화물이 먼저 도착항에 도착하게 되면 운송인은 수입업자가 선하증권을 취득해 제시할 때까지 화물을 인도할 수 없어 상당한 금액의 체선료가 발생되므로, 수입업자의 요청에 따라 운송인이 수입업자로부터 인도와 관련해 운송인이 부담할 수 있는 모든 책임에 대해 운송인을 면책시킨다는 내용의 면책각서(Letter of Indemnify)만을 교부받은 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수입업자가 정한 창고업자에게 화물을 인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창고업자가 운송인의 화물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이 창고업자에 대해 인도하는 때에 수입업자에 대한 인도가 종료돼 운송인은 화물에 대한 점유를 비롯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하게 되고, 운송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화물에 대한 점유를 하고 있던 선하증권 소지인 역시 화물에 관한 사실상의 지배를 잃게 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운송인이 면책각서를 교부받은 경우에도 선하증권 소지인이 화물의 인도에 동의했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운송인은 면책각서의 효력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9년 10월15일 선고 2008다33818 판결 참조).

3. 화물인도시점에 대한 일반론
해상운송에 있어 화물의 인도시점은 일률적으로 논할 수 없고 그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의 이전이라는 사실관계에 터잡아 판단돼야 할 것이다. 인도시점에 따라 운송인의 책임여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운송계약상의 인도 목적지에 이르기 전이라도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가 넘어갔다면 그 순간에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I. 화물인도시점과 보세구역, 운송인과 창고업자의 관계

1. 화물인도시점과 보세구역
화물의 인도는 그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의 이전이라는 사실관계에 터잡아 판단돼야 하므로, 운송계약상의 인도 목적지에 이르기 전이라도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가 넘어갔다면 그 순간에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년 3월12일 선고 94다55057판결).
그러나, 보세구역에 장치돼 있는 화물에 관해는 관세확보라는 관세행정의 목적 범위 내에서 보세구역의 종류에 따라 세관의 감독과 규제의 정도가 다른 바, 이에 따라 운송물을 일반보세장치장에 입고하는 경우와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하는 경우에 각각 그 인도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우리 대법원은, 일반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 대해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수입대행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양하작업을 완료하고 화물을 하역회사의 일반보세창고에 입고시킨 사실만으로는 화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화물의 인도시점은 선박대리점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해 화물이 위 하역회사의 보세장치장에서 출고된 때라고 보아야 하고, 선측에서의 하역작업에 의해 운송물의 점유가 하역회사에게 이전된 때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1992년 2월14일 선고 91다4249판결, 대법원 1992년 3월13일 선고 91다19234판결),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 대해는 자가보세장치장에 반입된 물품은 화주의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서 그 보관책임은 화주에게 있고 다만 관세확보라는 관세행정목적의 범위 내에서 세관장의 감독을 받는데에 지나지 않고, 선하증권상의 통지선인 수입자를 대행해 양륙대행업자가 양하작업을 하는 것에 운송인이 동의해 그 양하작업이 완료된 후 수입자가 이를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한 경우, 그 수입화물은 수입자의 지배하에 들어가 그 인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자가보세장치장에 반입된 물품은 수입자의 점유하에 있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대법원 1988년 9월27일 선고 94다카1639, 1640 판결, 대법원 1990년 2월13일 선고 88다카23735 판결) 운송인에 의해 화물이 부산항에 도착한 다음 그 곳에 소재한 컨테이너 전용장치장(CY)에 입고돼 보관되다가 반출된 후 보세운송돼 인천 북구 작전동 소재 화주(선하증권상 통지처)의 자가보세장치장에 장치됐다가 그 곳에서 화주에 의해 화물이 무단반출된 사안에서, 보세운송 과정 중의 화물은 화중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화주가 보세운송을 위해 컨테이너 전용장치장으로부터 화물을 반출함에 있어서는 운송인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선박대리점이 그 보세운송에 동의했다면 그 때 선박대리점은 화주에게 화물을 인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해(대법원 1996년 3월12일 선고 94다55057판결) 보세구역의 종류에 따라 인도시기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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