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7 13:20

컨 중량검증제 수정안, “별반 다를게 없네”

화주·포워더, 물류비 부담으로 ‘골머리’


컨테이너 화물 총중량 검증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7월1일 시행되는 이 제도를 두고 해운물류업계에서는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컨테이너 수선 등으로 인한 대응책과 검증주체 부재, 오차에 대한 책임전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가 수정안을 내놨지만 ‘반쪽짜리 지침’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해수부, 제정안 기준 완화

해양수산부는 지난 17일 컨테이너 화물 총중량 검증 웹(www.vgm.kr)에 수정된 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화주의 편의를 고려해 제정안 기준을 완화했다. 올해 전국에서 열린 설명회와 지난 15일 진행된 최종 태스크포스(TF) 회의 등 지금까지 나온 의견들을 수렴해 만들어진 안이다.

총중량 신고는 계측소를 통해 검증하는 ‘방법1’과 컨테이너 내에 실릴 화물과 고정장비, 컨테이너 자체의 중량값을 합산해 전자문서로 전송하는 ‘방법2’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우선 제정안에는 계측소에 대한 허가 항목을 간소화했다. 계량증명업 등록증을 발급받고 컨테이너 총중량을 계측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한 사업장을 계측소로 인정했다. 계측과 관련한 정보를 관리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비해야했던 부분을 항목에서 없앴다. 이밖에 계량기를 보유한 화주도 검정을 받았다면 화물계측이 가능해진다. 계측기를 보유한 기업들의 제도 참여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계측소는 2000여곳에 달하지만, 실제로 컨테이너 박스무게를 잴 수 있는 사업장이 없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컨테이너 총중량 정보를 해운선사에게 제출해야 하는 대부분의 포워더와 화주는 전자문서 전송이 가능한 ‘방법2’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중량 계측 제공대상과 시점도 변경됐다. 기존 화주는 총중량을 계측하고 그 결과를 선사와 터미널에 제공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안을 통해 화주는 총중량 정보를 선사에게만 제출하면 된다. 총중량정보 제출도 접안 24시간 전까지 선사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다만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근해항로를 취항하는 선박에 실리는 화물의 경우엔 선박 접안 전까지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현장검사에 대한 비용문제도 새로 추가됐다. 현장점검시 컨테이너 총중량이 오차범위(±5%)를 초과할 경우 현장점검 비용을 화주가 부담하게 됐다. 컨테이너 총중량 계측과 검증비용, 관련 전자문서의 전송비용은 예전과 동일하게 화주가 내야 한다.

이밖에 우수국제물류주선업체 인증 등을 취득하지 않아 ‘방법1’을 거쳐야만 했던 LCL(소량화물)에 대한 항목도 수정안을 통해 빠졌다. 기존에 다수 화주의 화물을 하나에 컨테이너에 처리하는 경우 계측소에서 총중량을 재야했다. 국제표준(ISO 9001·ISO 28000)과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인증업체(AEO) 인증 등을 취득해야 ‘방법2’로 신고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항목을 아예 없애버리면서 소량화물(LCL)을 처리했던 기업들은 ‘방법1’과 ‘방법2’의 총중량 검증이 가능하게 됐다.

책임소재 불명확·공컨 계측 오차도 커

수정안이 나왔지만, 물류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올해 2월 검증 기준안을 발표했을 때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기업들은 오차율 검증방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 컨테이너 박스의 정확한 무게를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화주가 선사에게 제출하는 컨테이너 총중량은 적재화물과 고정·고박장비, 공 컨테이너의 무게를 포함한다. 처음에 생산된 20피트 컨테이너 박스의 무게는 약 2200kg에 달한다. 하지만 오래 사용할수록 수선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하단에 고철이 덧붙여져 무게는 점점 늘어나기 마련이다.

여러 번 수선을 진행할 경우 최초 생산된 무게에서 수백kg의 중량이 추가된다. 따라서 오차율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경량화물의 경우 화주 측에서 정확히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게파악이 되지 않아 시행초기에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접근하기 어렵다. 우선 화주에게 정확한 총중량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선사 측과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점도 여전히 수면 위에 떠 있다. 규정에는 오차범위를 초과해 해당 컨테이너가 선적되지 못할 경우 컨테이너의 정박 및 회수, 선박의 정박지연 등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 등은 당사자간 계약상 합의사항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선사는 화주를 포워더로, 포워더는 실화주(수출자)로 보고 있어 책임전가 부분이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몇몇 포워더는 중량검증시 발생한 비용을 실화주에 전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있었다. 일부 포워더들은 화주의 화물을 유치해야하는 물류기업들이 검증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생길 것이라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포워더 관계자는 “선사 입장에서 보면 모든 화주의 주체는 포워더가 될 수 있어 좀 더 명확한 개념의 개정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로 시행될 것으로 보여,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게오차로 인해 현장검사가 진행될 경우 수출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물류기업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문제지만, 화물이 선적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물류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제도시행을 앞두고 화주들은 생산일정을 앞당겼다. 다음달 제도시행에 맞춰 화주들은 터미널에 반입되는 화물 도착일을 하루 이틀 앞당겨야 한다. 매번 스케줄에 맞춰 생산을 진행했던 화주들의 부담이 커진 것. 또 중량물을 수출하는 화주 역시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정확한 무게를 신고해야하기 때문에 무게 증가로 인한 추가비용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포워더들은 화주들에게 정확한 무게를 신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워더 관계자는 “시행 초반에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물류비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화주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해수부 측은 “오차가 발생할 경우 현장검사와 과태료 부과보다는 현장지도 등을 통해 화주와 함께 제도 안정화를 위해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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