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3 09:22

"해양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인재가미래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해양정책최고과정
국내 해양산업 육성 위한 구체적인 정책전략 수립해야

우리나라에서 ‘바다’의 의미는 남다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다양한 수산자원과 천혜의 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는 바다를 통해 오고간다. 그러나 여전히 해양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혀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다보니, 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지고 연속성이 없다. 20대 총선에도 해양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정당과 인물은 전무했다. 해양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해양정책최고과정 박용안 명예교수와 16기 수료생인 이모트랜스코리아 권규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지 독자들에게 해양정책최고과정을 소개해 달라. 

해양정책최고과정은 학칙 제84조의 규정에 의거해 개설된 6개월 기간의 특별 공개강좌 과정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2000년에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사회 각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수료했다. 이 과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해양과학과 환경에 대한 체계적 지식과 함께 수산, 해운, 항만, 조선, 물류 등 다양한 해양산업에 대한 종합적 지식, 그리고 해양오염이나 해양법, 해양외교, 경제, 정치, 문학, 교양 등의 폭넓은 40개 강좌와 임해수련회 및 부부특강으로 이뤄져있다. 

이 과정을 개설한 계기가 있나?

세계의 많은 석학들과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새로운 ‘해양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나라는 1996년 김영삼 정부에서 ‘바다의 날’을 제정하고 그해 8월 해양정책 일원화의 ‘해양수산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폐지했고, 박근혜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다시 부활시켰다. 

저는 1968년 국내 최초로 해양학과를 창설하고 2000년 해양정책최고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구밀도가 높고 육상 부존자원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가능성이 무한한 해양에서 국가발전의 새 길을 모색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양국가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고, 해양진출과 창의적 해양 전략산업 육성, 해양자원 개발이용, 해양환경 보존의 수준 높은 전략과 정책 토의 및 지식기반을 구축하고, 해양강국의 발전을 이뤄야한다. 해양의 여러 분야의 지도급 인사께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포괄적으로 공유하면서 상호간의 인적 기반 네트워크 형성과 배움의 동료애를 통해 단결된 힘을 함양해야 한다. 

해양정책최고과정을 이수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해양정책최고과정에서는 국회의원, 국방인사, 변호사, 국가행정부서의 고위공무원, 해양관련기업 임원, 해양산업관련 특수 기업체 CEO(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최신 해양과학과 환경의 기초지식과 다양한 해양산업 전략 현안 및 주요 해양정책의 전략 과제에 관한 강의와 토론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해양부국/해양강국 실현의 선도자가 될 수 있는 핵심적 인력과 지식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은 사회적 위치가 높고, 다양한 경륜과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서로간의 인적교류를 활성화하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주요 강의 몇 가지만 소개해 달라.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강의가 진행된다. 해양과학과 환경의 기초지식을 전하는 것부터 조선 및 해양산업의 발전과 전망, 해양부국, 해양강국의 청색혁명 성취를 위한 선도자 양성 등 폭넓은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해양영토와 해양자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주기 때문에 해양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태평양 해양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해양민족의 정기를 쌓아가는 과정, 잃어버린 천년의 바다를 다시 찾는 과정 등을 통해 해양강국으로 발전시키는 최고 정책전략을 함께 모색한다. 

20대 총선에서 물류나 해양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은 정당이 전무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운이나 물류와 관련된 공약은 중요하다. 충청북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거구가 바다와 밀접해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 러시아나 영국, 스페인은 일찍이 바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영토나 대륙붕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공섬을 통해 해양영토를 확장하려는 국가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섬’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지리적으로 중요한 대마도를 빼앗기고도 그 심각성을 모른다. 우리나라는 바다를 등안시 하고 있다. 정책도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은 바다가 있었기 때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요즘 몽골의 학자들과 자주 교류하고 있는데, 바다가 없는 몽골은 우리나라를 굉장히 부러워한다. 해운항만물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국내 대형선사와 조선업체가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조선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상황이 비슷하다. 문제는 고급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조선사에 근무하던 고급인력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정부차원에서 이에 대한 인적 손실을 막아, 인력이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개발해 우리나라 고유의 기술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이러한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는 향후 큰 그림을 내다보고 지금의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 

한편 교수님께서는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떤 임무를 맡고 있나?

이곳은 유엔 해양법협약에 근거해 1997년에 설립됐다. 연안국이 주장하는 200해리 이원으로  연장되는 대륙붕 확장의 외측한계의 많은 과학 자료를 유엔해양법 협약의 제76조에 근거하여 분석하고 심의하여 대륙붕 확장의 외측한계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해당국 간 분쟁이 있을 경우 심사를 진행하지 않으며, 이 경우에는 관련국들이 협상을 통해 대륙붕한계위원회가 제출된 심의자료 문서를 심사하는데 동의하고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경우 다시 심의하고 최종 외측경계를 결정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현재 수많은 연안국들은 한 치의 대륙붕 영토를 더 차지하려는 소리 없는 전쟁 상황에 있다고 보아야한다. 한국정부도 2013년에 7광구를 포함한 200해리 이원의 대륙붕을 오키나와 프러프까지 확장하여 유엔해양법 제76조에 근거한 문서를 대륙붕한계위원회(Commission on the Limit of the Continental Shelf:CLCS/UN) 제출하고 유엔본부에서 한국정부 대표단의 발표를 끝낸 상황이나 일본국의 심사반대 구상서 제출에 따라 심의-심사가 보류되었다.


본지 독자들에게 이모트랜스코리아를 소개해 달라. 

이모트랜스코리아는 2004년 6월 22일 설립한 국제복합운송 주선업체다. 항공 및 해상 수출입 화물, 대형프로젝트 화물 운송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국제물류이론 및 실무, 국제운송 및 관세에 관한 국제협약과 협정, 보험, 포장, 창고, 통관, 육상운송, 해상운송, 항공운송에 관한 종합적인 물류지식을 갖고 국제물류를 취급하고 있는 다국적 글로벌기업이다. 고객사와 해외파트너에게 종합적이고 최상의 운송 노하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양정책최고과정 16기를 수료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계기는?

신문에서 해양정책최고과정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배움에 대한 열망까지는 아니지만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주변인들에게 해양정책최고과정을 추천하고 있다. 이유가 있나?

해양정책최고과정에 입학하기 전까지 솔직히 해양을 해운업과 수산업 정도로만 생각할 정도로 무지했다. 주변국에서 해양영토를 넓히기 위해 인공섬을 만드는 현 시점에서 해양영토의 근간이 되는 대륙붕 분야 및 국가 임해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해류와 조류 분야, 국가경제의 초석이 될 수 있는 해저 광물 및 해양천연물신신약개발분야, 해양에 관련된 환경 및 기후 변화 등 학계와 정부가 국익을 위해 연구하고 투자해야 할 분야가 다양함을 인식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이 과정을 이수해 해양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추천하는 바이며, 이 자리를 통해 정부가 해양 관련 분야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이다. 물류업, 해운업, 수산업, 학계, 관계, 군, 법조계, 금융, 조선업계, 해양관련 단체, 수산관련단체, 해양측량업계, 검정손해사정업계, 소프트업계, 선박용부품 제조업계, 해양레저산업계, 해양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 등 다양한분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실제 현업에 도움이되는 부분이 있나? 

사업이 도움이 되는 것을 떠나,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되고, 훌륭한 분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한편 수출경기 악화로 인해 중소물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로사항은 없나?

업무를 하다보면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 A항공사에서 운임적용중량 20,800kgs에 대해 5일전 예약을 받은 뒤 다른 대체수단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막판에 일방적으로 짐을 실을 수 없다고 취소했다. 이 때문에 화주와 파트너에게 손실을 안겼고, 이들은 클레임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물류기업들은 중간에서 정말 난처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의 일방적인 횡포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 대기업 항공사의 횡포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이 고통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하소연할 곳도 마땅히 없어 안타깝다. 이러한 횡포를 당하고도 중소물류업체들은 아무런 조치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횡포를 일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하고 싶은 말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물류업체들은 선사와 항공사, 화주 모두에게 치이는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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