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0 09:16

"벌크화물, 이제 컨테이너로 운송하세요"

인터뷰/ 트랜스사일로 신명일 개발자
벌크화물 전용 컨테이너 ‘트랜스사일로’ 개발

▲(왼쪽부터)이재중 마케팅 총괄, 신명일 개발자

곡류, 광석 등과 같이 포장하지 않고 입자나 분말상태 그대로 선창에 싣거나 석유처럼 액체 상태로 선박의 탱크에 싣는 화물을 ‘벌크화물’이라 한다. 벌크부문은 개별계약에 의한 운송영업이 이루어지므로 정기선박 배치가 필요한 컨테이너부문에 비해 자산의 운용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용선은 대규모 자본투자 없이 선박을 확보할 수 있고, 선박유지비나 감각상각비 부담이 없어 자산운용에 유리하다. 그러나 시황악화시 고정용선료 지불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초래될 수 있다. ‘트랜스사일로(TRANSILO)’는 벌크화물의 단점을 보완한 컨테이너 형태의 저장용기다. 기존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상하역 과정에서 발생하던 비효율은 줄였다. 특히 화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100% 밀폐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본지 독자들에게 귀사를 소개해 달라.

저희는 이동이 가능한 저장용기인 ‘트랜스사일로’를 제작·공급하고 있다. 트랜스사일로는 트랜스(TRANS)와 사일로(SILO)의 합성어로 로고 위쪽의 파란색은 5대양을 뜻하고, 아래의 노란색은 6대륙을 의미한다. 5대양 6대륙 어느 곳이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저장용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저희는 약 2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 1월 트랜스사일로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쳤고, 현재 법인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트랜스사일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존 벌크화물은 전용 특수차량으로 벌크터미널까지 육상 운송해 그레인 엘리베이터(Grain Elecvator) 등 전용 설비에 적재·보관 후 벌크선에 선적해 운송하거나 톤백 또는 후레쉬백을 이용해 컨테이너에 적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송 및 선적작업에 비용을 중복 지불함은 물론, 선적 및 대기시간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운송·보관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트랜스사일로는 ISO규격의 컨테이너 프레임(Frame)을 유지하고 내부를 해치(Hatch)와 밸브(Valve)/슬라이드 도어(Slide Door)를 장착한 콘(Cone) 형태의 밀폐구조로 구성해 벌크화물을 손쉽게 적재/배출할 수 있으며, 화물의 오손과 주변 환경의 오염원을 근원적으로 제거한다. 20피트 트랜스사일로는 용량이 17~23㎥으로 17톤 이상의 벌크화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화물적재 부분을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로 제작해 내부 부식으로 인한 화물의 오손 가능성을 줄였다. 특히 벌크화물을 산지에서 적재해 최종 목적지까지 최소한의 환적 작업으로 컨테이너선을 이용하여 운송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여러 단으로 적재해 보관할 수 있어 인건비 및 소모품 비용에 대한 절감은 물론 전용 보관시설을 따로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분할선적(Partial Shipment)이 가능해 운송선박 미확보로 인한 기회손실과 터미널에서의 선적시간과 대기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벌크터미널 시설을 갖추지 않은 항만에도 접안해 화물을 하역할 수 있으므로 최종목적지와 가까운 항만을 이용함으로써 육상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트랜스사일로는 편의성과 경제성을 구비한 벌크화물 운송의 새로운 해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있나?

표준규격 철제 컨테이너에 톤백 또는 후레쉬백을 이용해 벌크화물을 운송할 때, 트랜스사일로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저렴할 수 있으나 몇 가지 불편함이 따른다. 우선 하중이 무거운 화물을 톤백이나 후레쉬백에 담아 일반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제작된 표준규격 철제 컨테이너로 운송 할 경우, 화물의 중량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될 우려가 있어 하부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존 표준규격의 컨테이너로 후레쉬백을 통해 화물을 적재해 운반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를 크레인 등으로 세운 후 화물을 충진하거나 컨테이너 상부에 개폐문을 설치하여 상부를 통해 화물을 충진하는 방법 등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트랜스사일로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새롭게 접목된 기술은 없나?

화물의 운송과정에서 외기를 차단하지 못하면 화물이 손상될 수 있다. 공기 중의 수분은 온도변화에 따라 결로 현상의 원인이 되며, 건조된 곡물이 수분을 흡수하면 부패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트랜스사일로는 화물을 적재한 이후 해치를 닫아 외기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내부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벌레의 발생을 억제하고 내용물의 보존기간을 연장하는 기능의 인체에는 무해한 가스를 충진, 컨테이너 내부의 공기를 전량 배출함으로써 결로현상과 화물 부패의 원인이 되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다. 트랜스사일로의 해치, 배출구의 밸브/슬라이딩도어, 가스 유입/배출 파이프는 밀폐구조를 구현하고 외기의 유입을 완전 차단한다. 

벌크선을 통해 대량으로 운반하면 톤당 운임이 더 낮다. 트랜스사일로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트랜스사일로의 최대 장점은 벌크화물을 전용 시설이나 벌크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환적작업으로 화주가 원하는 만큼의 화물을 원하는 시간에 운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곡물이나 광물 등의 운반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 탁월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항만은 벌크선 접안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해상운송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은 어느 곳이든 접안이 가능하기 때문에 트랜스사일로는 물류시설이 취약한 지역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 덕분에 물류시설에 대한 대단위 투자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내륙간 물류에서는 철도를 이용한 효율적 운송도 가능하다. 전용 화차를 이용하는 철도는 벌크화물을 운송 후 도착역에서 내륙 운송차량에 환적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분진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트랜스사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강조되고 있는 철도물류 활성화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다. 어떤 차이가 있나?

트랜스사일로는 연구과정에서 이미 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컨테이너에 관한 정보와 사용처를 확인 했으며, 장·단점을 분석해 장점은 최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했다. 우선 ▲취급 화물의 한계 ▲제작의 난해함 ▲우천시 화물의 오염 ▲화물 하역 과정의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벌크화물 운송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곡물 운송을 위해 용적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결과로 석션(Suction)/에어(Air)분사 배출방식과 경사각 배출방식 두 가지 형태의 트랜스사일로를 개발했다. 경사각 배출방식은 컨베이어 및 기타 이송장치와 호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차량에서 지하저장고로 직접 배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해외에도 유사한 제품이 있다. 어떤 면에서 강점이 있나?

해외에도 유사한 제품이 있으나 대부분 에어(Air)분사 배출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화물 배출 과정이 불안정하다. 또한 화물 적재량이 적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활용도가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물류 연구 기관의 연구방향 및 우리나라 곡물 산업을 연구하다보니 배출 방식에서 몇 가지 특징적인 방식을 개발하게 됐고, 이 부분을 전부 특허 출원 등록하게 됐다. 저희 제품은 곡물 약 17톤이 적재 가능하며, 배출방법 또한 분진이 없는 배출 방식으로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향후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2년간 연구해 어렵게 특허를 취득했다. 최근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창조경제타운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다수의 화주와 물류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또한 중국, 체코, 우크라이나, 가나 등 해외 여러 나라에 진출해 시장을 조사하고 의견을 교류할 예정이다. 다소 힘든 상황이지만, 해상/육상 물류산업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우리나라가 물류부분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모든 기관, 물류회사와 협력해 물류시장의 새로운 개척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우리나라는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높다. 트랜스사일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먹거리를 우리 식탁에 공급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시작됐다. 메이저 곡물 회사는 저장시설을 기반으로 독점적인 위치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보이지 않는 ‘곡물전쟁’을 벌이고 있다. 곡물경쟁의 승리는 결국 ‘물류’다. 해외 농지에서 좋은 상품을 구매/생산 하더라도 국내로 가져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트랜스사일로의 가치는 좋은 상품을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것이다. 전 세계 물류시장에서 트랜스사일로의 가치를 인정받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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