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산업의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스타트업은 기존 벤처기업과 비슷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인 O·N·E(오픈·네트워크·에코)를 기반으로 정보 공유 및 전달이 강조되고 공유가치창출(CSV) 측면이 부각된다. 해외에서는 벤처붐으로 성공한 기업 및 사업가 등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클러스터를 조직적으로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요국은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기업들과 예비 창업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기업의 스타트업 프로그램 투자도 사회적 책임(CSR) 투자로 인정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류산업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인터넷 이용인구의 증가와 모바일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면서 제품선택 및 구매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했고, 이로 인해 라스트마일(last mile) 배송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많은 물류기업들이 매장 내 픽업 및 무인 배송함과 같은 대체 배송지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전통적인 물류기업이 수행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최신 기술을 통해 전통적인 물류업체보다 더 빠르게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물류스타트업이 ‘아니라오’
산업간 융복합 현상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다. 유통을 시작으로, 직접배송, 결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며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자사를 IT회사라고 소개한다. 직원 절반이 IT 개발자다. 중국 상하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상주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첨단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않으면 효율적인 물류운영을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사업과 연계가 가능한 IT기술 기업, 핀테크 등을 우선적으로 인수합병(M&A)할 계획도 밝혔다.
요즘 각종 물류행사장에서 자주 보이는 ‘메쉬코리아’ 유정범 대표 역시 자사를 물류기업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전체 직원 중 R&D(연구개발) 인력이 40%를 차지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연구해 각 배송기사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과 마찬가지로 IT기업에 가깝다. 메쉬코리아는 이러한 강점을 통해 신세계, CU편의점, CJ대한통운 등과 협력하며, 기존 전통기업들의 취약한 점을 보완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올 하반기에는 일본을 비롯해 일부 국가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메쉬코리아 사업의 강점은 데이터분석이다. 배송기사에게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도화된 배송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유정범 대표는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를 우선에 둔다고 설명한다. 배송기사가 없으면, 이 모델은 붕괴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송기사 처우개선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이들을 지원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메쉬코리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이륜자동차에 한정돼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향후 이 모델이 안정적으로 안착될 경우,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가 확대돼 삼성SDS 등 대기업과 경쟁할 여지가 있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다
미국의 우버(Uber)는 우버러시, 우버프레시, 우버이츠 등 다양한 형태의 배달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 나우, 아마존 프레시, 아마존 팬트리 등 다양한 형태의 배송서비스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으며, 현재는 드론을 통해 30분 내에 배송하는 프라임 에어를 준비 중이다. 구글도 구글 익스프레스를 통해 공산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시범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O2O(Online to Offline), 소프트웨어, 콘텐츠, 게임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O2O 서비스 일환으로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본격 진출했고, 대리운전과 헤어숍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마찬가지로 물류시장까지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과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들 사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데이터수집’이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사용자와 배송자, 운영에 들어가는 시스템 비용은 급격하게 절감돼 도시 전체가 효율적인 거대한 물류 시스템을 작동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특히 주문 배송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는 양상이다.
스타트업 육성 ‘세분화’돼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4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물류스타트업(새싹기업) 육성지원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국가대표급 물류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애로사항 발굴 개선 ▲정보제공, 파트너 연계 지원 등을 위한 플랫폼 구축 ▲창업공간 지원 ▲인력양성 및 교육, 포럼 등 공동개최 ▲물류스타트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공동홍보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구체적인 물류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물류스타트업, 벤처캐피털 기업,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물류 스타트업 지원 민·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시사했다.
또 국토부 측은 그동안 물류산업이 저임금 일자리, 단순 수송·보관 위주의 산업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 유망 물류스타트업이 등장하고, 물류로봇, 드론, 인공지능기술 등 첨단 물류기술이 접목되면서 양질의 전문 일자리, 첨단 스마트 물류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호인 장관은 “정부는 전통적 물류산업을 고부가가치 스마트 물류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물류규제 혁신, 물류 연구 개발(R&D) 기술 개발 확대, 유통·제조·정보통신기술 등 관련부처와 유관기관간 민관협력 구축 등 다각적으로 물류산업 혁신을 지원할 것이다”며 “국회에서 계류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도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이에 따라 각 산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부처 간 칸막이로 융합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제한적이며,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특히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편중돼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물류기기나 장비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중소기업청에서 발표한 2016년 창업지원 사업 현황을 보면 ▲창업교육 ▲창업시설·공간 ▲멘토링·컨설팅 ▲사업화 ▲정책금융 ▲연구개발(R&D) 등으로 구분돼 있으나, 여전히 소관부처가 제각각 운영하다보니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중복지원을 받는 기업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제안서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프리랜서를 고용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위치한 해당 지자체에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이중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좋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도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이중엽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부는 정부차원에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하며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글로벌 IT기업 및 민간 네트워크의 강력한 지원이 따른다. 영국은 런던을 중심으로 자금, 홍보 미디어 풀(Pool), 대중의 지원 등 창업에 좋은 외부환경과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창업이 가능한 우수한 창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막강한 자금력의 투자자 및 VC가 생태계의 기반이 되고 있으며, 시장과 투자 규모로 인한 유인력이 높다.
이중엽 연구원은 국내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는 2013년부터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스마트 디바이스 분야에서의 기술적, 사업적 특성에 맞는 지원 생태계 조성과 운영은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의 퀄키(Quirky), 킥스타터와 같은 대중 접촉 채널의 활성화를 통해 유통/마케팅 지원체계 및 헥셀레이터(HAXLR8R), 랩 나인(LaB IX)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 특화 엑셀러에이션들이 수행하는 지원체계는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글로벌한 트렌드를 보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스타트업 지원제도는 직접지원을 줄이고 자생적인 민간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간접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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