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4 09:00

O2O·온디맨드 시대 맞아라

정부, O2O 등장에 따른 경제·사회적 갈등 조정해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손가락을 몇 번만 까닥하면 음식이 배달되고, 세탁물을 수거해 간다. 간편결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해 신속한 결제도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변화의 속도가 급진적으로 진행돼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토로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5년 전엔 ‘모바일 퍼스트’(모바일 우선)였지만, 앞으로의 5년은 ‘모바일 온리’(오직 모바일)다”며 “한국은 가장 빠른 인터넷으로 모두 연결돼 있고, 모바일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라고 분석했다. 

작년이맘때 우리는 ‘옴니채널(omni-channel)’시대가 도래 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접했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실제로 국내 대형유통기업들은 옴니채널 관련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며,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나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016년 물류업계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O2O(Online to Offline)’와 ‘온디맨드(On-Demand)’를 꼽았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며, 온디맨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실 O2O나 온디맨드는 별다를 게 없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존재했으며, 주로 전화나 컴퓨터를 통해 소규모로 진행됐다. 그런데 최근 6년 사이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O2O와 온디맨드에 대한 이슈가 부각됐고, 이를 사업모델로 한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물류업계에서도 O2O나 온디맨드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물밀 듯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전통적인 물류기업이 아닌, IT를 기반으로 한 업체다. 이들은 주로 B2C(기업과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O2O ‘키플레이어’

O2O 시장은 넓고 다양하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서비스의 개선을 원하는 모든 분야가 O2O의 잠재적 사업영역이다. 그리고 모든 O2O에서 성공적으로 사업화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서비스/재화의 공급자와 사용자의 확보다. 

O2O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제2의 우버를 꿈꾸며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90% 이상의 O2O 업체들이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저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도산하는 실정이다. 국내 O2O 기업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O2O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이다. 또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기 전까지 과당경쟁을 벌여, 적자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대다수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정호윤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O2O 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다수의 공급자를 확보해야 하고, 편리하고 향상된 품질의 서비스를 통해 수요자를 확보해야 한다. 또 양쪽의 경제주체로부터 플랫폼을 통한 거래규모가 늘어나도록 관리해야한다.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바일에서의 1등 사업자의 독점적 영향력은 PC에 비해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O2O 서비스는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경제적 상거래를 위하 플랫폼으로 공급자,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양쪽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돼 연쇄작용으로 1등 플랫폼으로 공급자와 소비자가 더욱 극심하게 몰리게 된다. 

씨온 안병익 대표는 O2O 시장의 키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간편결제를 기본적으로 충족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결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용자와 O2O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때 비로소 성공적인 O2O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착한 규제는 옳다

법률사무소 조인 유영무 대표변호사에 따르면 종래의 전형적인 IT서비스는 온라인에서의 법적 이슈만 검토하면 충분했으나, O2O 서비스는 기존에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법령의 적용을 받으면서 이익집단과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오프라인 공급자와 수요자를 온라인을 통해 중개하는 ‘중개 플랫폼’의 형태에서 흔히 발생한다. 

중개자, 공급자는 법령이 요구하는 자격, 면허, 신고, 등록 또는 승인, 허가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적법한 영업이 가능하다. 결국 중개 자체가 금지·제한되는지 여부, 당사자들에게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의 적법성과 리스크 등이 결정된다. 

혁신과 규제는 공존해야 한다. 규제는 국가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생겨났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8월 우버의 우버엑스(택시배차서비스)에 대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으로 손님을 태우고 대가를 받는 행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상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금지시켰다. 우버의 사업모델은 법령이 확고히 존재하고 해석의 다툼도 없는 영역으로 위법의 정도가 크다는 평가다. 게다가 택시업체라는 이익집단이 존재하며, 행정당국 또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호출 플랫폼만을 제공해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안전한 모델을 선택했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객자동차운수업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안정’이다. 다만 규제의 의미가 퇴색되면 규제를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규제의 존재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 규제가 만들어진 의미가 없어졌다면 규제가 사라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O2O·온디맨드 정착, 정부가 나서야

O2O의 산업화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변화가 예상되며, 기존 직업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며, 기존 산업이 와해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갈등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 

하지만 정부가 쿠팡과 한국통합물류협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보면, 의지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법제처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며 결정을 사법부에 넘겼다. 정부는 O2O의 등장으로 기존 산업이 붕괴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택배산업만 보더라도 쿠팡의 자체배송이 확대되면 40대 이상 지입제 택배기사들은 20~30대 쿠팡맨에 일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기업과 기업의 문제가 아닌,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가의 이익을 위한 ‘착한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와 혁신이 함께 공존할 때 비로소 건강한 경제성장이 구현될 수 있다. O2O와 온디맨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시장이 몇 년 앞서있다. 이들이 걸어간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우리가 O2O와 온디맨드 시대를 지혜롭게 해쳐갈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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