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23 20:00
머스크씨랜드가 오는 12월부터 싱가포르항에서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Po
rt of Tanjung Pelepas, PTP)항으로 기항지를 변경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러한 환적항 변경은 아시아 주요 항만간 허브항 경쟁 각축이 치열하게 전
개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고객인 머스크 씨
랜드가 PTP항으로 옮겨감에 따라 싱가포르항은 허브항으로서의 명성에 금이
가게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머스크씨랜드가 PTP로 허브항을 옮긴이유는 세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일단은 머스크 씨랜드가 PTP의 지분을 30% 매수함에 따라 전용터미널을 확
보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내 3개 물류자회사인 머스크 로지스틱
스사, 머스크 디스트리뷰션사, 머스크 말레이지아사를 활용한 다양하고 고
도화된 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로 머스크씨랜드
사는 1995년부터 싱가포르항의 항만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으나
이에 개의치 않고 싱가포르 항은 항만 요율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PTP는 싱가포르항보다 30%정도 인하된 요율
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셋째로 머스크씨랜드사는 고객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용(또는 임대)터미널의 운영을 선호하
였다. 그러나 싱가포르항내에서 전용터미널의 확보가 불가능하였고 앞으로
도 확보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한국해양수산 개발원 백종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 눈여겨 보아야 할 사실 몇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는 구호나 의욕보다는 선사를 포함한 물류업체나
화주가 선호하는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질적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
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정기선사가 광양항이나 부산항을 환적거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초대형·초고속 컨테이너선이 동시 기항가능하고 생산성
이 높으며 다양한 부가가치 물류활동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선사나 물류업체도 기존 거점항만 외에 유리한 지정학적 위
치, 저렴한 항만시설사용료, 다양한 부가가치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적항만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도
머스크씨랜드와 같이 말레이시아 또는 중국 남서부 얀티안항만을 발굴하거
나 개발하여 전용터미널로 활용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부가가치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주요 정기선사들이 안정적으로 부가가치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또는 임대)터미널의 확보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P&O Ports사
는 피앤오 네들로이드사의 화물유치를 기반으로 광양항 2단계 부두 임대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피앤오 네들로이드사 외에 주요 선사들이 부산
항, 광양항 전용터미널을 확보하도록 기회를 확대하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
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넷째 적정 수준의 항만시설 사용료, 요율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정기선사들은 기항지 선정시 비용보다 지정학적 위치, 연계성, 효율성
, 부가가치 서비스 제공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나, 머스크씨랜드 사
례는 항만시설 사용료 수준도 중요한 요인임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물류업계 일부에서는 국내항만의 시설사용료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인상해
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경쟁항만의 서비스 및 요율 수준등을 고
려하여 경쟁력 있는 항만시설 사용료 수준을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
다.
따라서 부산항과 광양항이 환적항으로서 성공하려면 전용터미널화, 부가가
치 서비스제공, 생산성 향상, 적정한 요율정책 등이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
룰 수 있도록 정부 및 관련업계가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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