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양수산부 박경철 해운물류국장
정부가 시장안정화를 위한 컨테이너 운임공표제를 내년 3월 모든 항로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취임 5개월째를 맞은 박경철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지난 9일 해운기자단과 만나 “내년 해운산업 주요 추진 정책으로 ▲선사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한 해운업계 체질개선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강화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확립 ▲해운기업의 시황 대응능력 강화를 설정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운임공표제는 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 수단 중 하나다.
해수부는 운임공표 대상을 현행 ‘10개 항로 35개 항만’에서 ‘전 항로 전 항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중항로에서 먼저 실시한 뒤 단계적으로 대상항로를 확대해 나간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컨테이너선 시장 환경이 전방위적으로 매우 부진하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운임협상 범위도 현행 공표운임의 20%에서 10%로 강화하고 유가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 터미널조작료(THC) 3가지로 돼 있는 부대운임 공표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박경철 국장은 운임공표제 불이행 선사들에 대한 제재 구상도 밝혔다. 수시 점검반을 운영해 제도를 지키지 않는 선사를 적발할 경우 과징금 부과나 등록취소, 기항 금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한편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할 계획이다. 현재는 모든 선사들에게 일괄적으로 항만시설사용료를 30%씩 할인해주고 있다.
해수부는 내년 2월 이 같은 내용으로 ‘외항운송사업자 운임공표 업무처리 요령’을 개정한 뒤 3월에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컨테이너선은 상품화된 수출입 물류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데다 몇 십년간 다져온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구조라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커 집중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법적으로 보면 공표한 대로 운임을 받아야 하며 운임이 해운시장 질서를 교란할 경우 시정조치를 강력하게 하도록 돼 있다.”
카페리선사도 운임공표 유도
박 국장은 운임공표제 대상이 아닌 국제여객선사에게도 자율적으로 운임을 공표토록 유도해 시장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도에 동참하는 카페리선사들에게 항만사용료 할인 폭을 현행 30%에서 40%로 확대해 준다는 계획이다. 해운법은 외항화물 운송사업자에 한해서만 운임공표를 규정하고 있다.
시황 변화와 무관한 안정적인 수송 수요 창출 전략의 하나로 대형 화주와 장기운송계약 체결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해운시황 종합 정보망과 해운조기경보시스템을 내년 중에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해운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나침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선박가치평가 서비스와 선박도입 경제성 분석 서비스도 내년 8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도입하는 선종의 시황이나 신청 선사의 경영 여건 등을 반영한 컨설팅을 통해 중소선사의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박 국장은 해상운임 변동에 따른 선사들의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에 운임지수를 신규 개발한 후 개발한 운임을 바탕으로 운임선도거래가 이뤄지는 해운거래소를 내후년(2017년)에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국적선사들의 거래가 많은 항로부터 FFA 거래 상품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투자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해 시장의 조기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 같은 여러 정책들은 결국 해운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해운을 안다고 하지만 막상 보면 많이 모른다. 기업들은 지원해 달라고 하지만 특정 기업을 알 수 있는 운항규모나 선박발주, 비경제선 보유 척수 등을 전혀 알지 못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성동조선해양을 안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선박을) 발주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사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더라. 기업 정보를 알아야 이런 지원도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해운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면서 최소한의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매출 500억 이상 해운기업 정보 분석중
해운 구조조정은 선사별로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경제선 매각, 다단계 용대선 정리 등 시황 침체에 따른 부실이 확산되지 않도록 각 회사별로 경쟁력 확보 방안을 강구토록 한다는 전략이다.
연장선상에서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20여개 부정기선사의 용대선 거래, 사선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구 계획 이행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과 온렌딩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부실 우려가 있는 한계기업의 경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항만물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말했다. 항만물동량 둔화 추세에 맞춰 과거의 긍정적인 시각으로 구축된 항만산업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북항 운영사가 통합을 했는데 내년엔 TOC(터미널운영사)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 운영사들이 모여서 지분형태로 투자하고 있는데, 지분이나 선석을 맞교환하는 형태로 경쟁력 있는 TOC 구조를 만들어 10년 후 2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됐던 예선업의 공공기관 배제 및 등록 강화에 대해선 “수익이 안나는 데에선 해양환경관리공단이 (공공성을 띠고) 예선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항만은 (예인선을) 공동배선하고 어떤 곳은 자율적으로 하거나 두 가지를 병행하는 등 다양해서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고민스럽다”고 정책 수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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