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항고인】 그로발스타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양 담당변호사 노홍수 외 4인)
【원심결정】 부산지법 2013. 7. 29.자 2008라420 결정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재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재항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재항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선박우선특권 일반에 관해
가. 선박우선특권
1)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 채권을 가진 자는 선박에 대해 별도의 재판 없이 경매신청을 할수 있다.
2) 이 채권의 상대방 즉 채무자가 선주일 필요가 없다. 당해 선박에 대해 발생한 채권이기만 하면 된다. (반대로 위 채권이 선주 자신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당해 선박 외의 선박에 대해선 행사 할 수 없다.)
3) 선주가 배를 제3자에게 팔아도 선박우선특권은 추급한다. 즉 선박의 소유권 변경이 있다는 것이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경매에 아무런 장애사유가 되지 않는다.
4)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 채권은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우리 법에 의하면 채권자의 공동이익을 위한 소송비용, 항해에 관해 선박에 과한 제세금, 도선료·예선료, 최후 입항 후의 선박과 그 속구의 보존비·검사비, 선원 임금, 구조료 등이다 (상법 제777조).
5) 우리 법은 외국 선적의 선박에 대해는 우리 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그 선박 선적국의 법령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이 사건 선박은 러시아 선적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선박우선특권에 기해 선박경매를 신청함에 있어서 러시아 법이 준거법이 된다.
나. 러시아 선박우선특권에 관해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국제협약’은 1926년에 제정된 이래 1967년 및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는데, 러시아는 가장 최근 본인 1993년 협약 체약국인바 1999년에 자국 해상법(Merchant Shipping Code (1999))의 형식으로 자국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에서는 이 1993년 협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해 포커스를 두고 심리가 이루어졌다.
2. 사건의 경과
가. 이 사건에 있어서 경매 신청인은 이 사건 선박의 정기용선자와 선박대리점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계약에서 이 사건 선박의 입출항 시 발생하는 입출항료, 정박료, 도선료, 도선선비, 예선료 (이하 “항비 등”)의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하되 신청인이 채무자를 대신해 선지급하고 나중에 채무자로부터 구상 받기로 약정했다.
나. 신청인은 용선자가 2006년 2월경에 발생한 항비 등을 내지 못하자 2007년 1월 선박 경매를 부산지법에 신청했다.
다. 1심 법원은 이 경매신청이 이유 있다고 보아서 경매를 인용했으나, 이에 대해 선주가 항고를 제기했고 (아마도 집행정지를 위해 채권액 전부에 대해 공탁금을 지불하고 배를 경매에서 풀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2013년에 이르러 2심 법원은 선주의 이의가 이유 있다고 보아 경매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신청인은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라. 이 대법원 사건은, 신청인이 위 2심 법원의 경매 기각 결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판단이다.
3. 이 사건 경매의 당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가. 위에서 살핀대로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키는 채권은 당해 선박에 대한 것인지를 요구할 뿐, 채무자가 선주인지에 관해서는 이를 따지지 않는 것으로 널리 인식돼 왔다. 그리해, 이 사건 1심 법원도 이 이슈에 관해 특별한 인식 없이 선박경매를 인용한 것으로 사료한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선박우선특권에 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1)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국제협약’은 1926년에 제정된 이래 1967년 및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는데, 종래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67년 국제협약’(Convention on Maritime Lien and Mortgages, 1967, 이하 ‘1967년 협약’이라 한다) 제7조 제1항은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의 채무자로 ‘선박소유자(owner), 선체용선자 내지 다른 용선자(demise or other charterer), 선박관리인(manager), 선박운항자(operator)’를 인정했다가, 1993년 협약은 제4조 제1항에서 1967년 협약을 개정해 위 채무자들 중 ‘다른 용선자(other charterer)’를 삭제함으로써 ‘선박소유자(owner),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 선박관리인(manager), 선박운항자(operator)’로 채무자를 한정하고 있다.
2) 이처럼 1967년 협약에서 인정하던 ‘다른 용선자(other charterer)’에 대한 채권에 관한 선박우선특권을 1993년 협약에서 삭제한 것은, 선박우선특권의 경우 선박에 저당권이 이미 설정된 경우에도 저당권에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어 선박저당권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선박우선특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을 합리적으로 축소·조정해 선박저당권자의 지위를 강화하고 선박금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선박소유자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는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를 제외한 나머지 용선자들, 즉 정기용선자(time charterer)와 항해용선자(voyage charterer)에 대한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그리고 1993년 협약이 ‘선박운항자(operator)’와 ‘용선자(charterer)’가 서로 구별되는 개념임을 전제로, 용선자(charterer) 중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만을 선박운항자(operator)와 나란히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무자로 열거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일정기간 동안 선박을 용선해 이용하는 ‘정기용선자(time charterer)’는 1993년 협약 제4조 제1항 소정의 ‘선박운항자(operator)’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위와 같은 1967년 협약 제7조 제1항, 1993년 협약 제4조 제1항 등의 규정, 1993년 협약의 개정경위 및 개정내용, 그리고 1993년 협약상 ‘선박운항자(operator)’ 개념에 ‘정기용선자’가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1993년 협약의 해석상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에 대해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판결의 의미
가. 우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러시아 해상법 조항에 관해 직접 설시하지 않고 1993년 협약 조항에 관해서 설시한 것은 당사자들이 동법의 채무자의 의미에 관한 러시아 법원의 판례 등 확실한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없었던 데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추측해 본다. 만일 당사자들이 러시아 해상법에서의 채무자의 의미를 명확히 소명했다면 법원은 바로 그를 토대로 재판할 수 있었을 것이고, 1993년 협약에서의 채무자의 의미를 따지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재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위야 어찌됐건 간에, 이 판결을 통해 우리 법원이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국제협약 상 채무자의 의미에 관해 리딩 케이스가 될 재판을 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자못 크다.
나. 종래 해상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선박우선특권이 채무자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당해 선박에 관한 채권이면 되고 이로써 충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위 판결로 인해 이러한 인식에 더이상 의존할 수 없고, 항해용선자 내지 정기용선자가 채무자인 선박우선특권에 있어서는 당해 이에 관한 당해 국가 법 조항의 의미 내지 그 운용 실태를 엄밀히 확인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다. 향후, 위 판시에 따르면, 이 1993년 협약을 입법화한 나라의 선적에 등록된 배를 경매신청할 때에는 당해 선박우선특권을 야기한 자가 항해용선자 혹은 정기용선자인 경우에는 필히 현지 외국변호사 등을 통해 당해 국가의 법령이 항해용선자 혹은 정기용선자인 채무자를 상대로 한 채권에 관해서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관해 확인을 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확인은 시간 및 노력이 들게 돼 번잡하긴 하나, 확인을 게을리하면 선박경매를 신청했던 측은 선주로부터 도리어 불법억류로 인한 배상청구의 반소도 받을 수 있게 되니 이러한 반소를 방지하고, 또한 이러한 확인을 거쳐서 적법경매라는 현지 변호사의 의견을 구한 상태에서 선박을 압류하면 설령 나중에서 불법경매라는 법원 판단이 있더라도 불법억류에 기한 손해배상금의 최소화를 도모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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