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항만법에서 항만배후단지 종합계획수립이 포함되면서 8대 항만을 대상으로 항만배후단지 개발 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거의 10년간 항만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가 이뤄졌지만 투자유치는 더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배후단지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 투자로 연결 짓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의 항만배후단지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국내외 우수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이 시급하다.
지난 7일 서울 트레이드타워 한국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항만배후단지 고부가가치화·투자유치 활성화 세미나’를 열렸다. 항만배후단지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등 4개 항만공사와 항만 관련 기관, 배후단지 입주업체, 물류·제조 기업, 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참석해 자리를 메웠다.
이날 세미나는 항만배후단지의 고부가가치 전략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업계의 의견이 수렴되는 자리였다.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우수한 교수는 ‘항만배후단지 고부가가치화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우 교수는 “수출입 운송이 효과적인 항만주변에서 일부 부가가치 활동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항만배후단지에서의 부가가치 활동”이라고 정의하며 “항만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항만에서의 부가가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해 글로벌 공급 사슬의 일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수요자 중심의 배후단지 개발 필요
항만배후단지 정책은 꾸준히 변화했다. 항만배후단지가 조성된 후 항만배후단지의 제도 및 기업유치에 대한 정책은 기업의 요구에 맞춰왔지만 여러 가지 한계점이 여전히 존재했다.
우선 공급자 중심의 수요예측이다. 항만물동량 기반이 아닌 건설수요로 배후단지를 개발하면서 한계를 갖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위한 혜택과 배후단지 임대료 정상화를 위한 개선이 진행 중이지만 임대료 인상으로 인한 논란이 발생하고 신규물량보다는 국내 수요 흡수로 경쟁이 높아져 수익성은 약화됐다. 외국인 투자 혜택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배후단지에 입주할 제조업체의 허용기준이 제한적이고 글로벌 마케팅 초기단계로 노하우와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물량 중심의 실적관리로 물량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약화돼 실제 부가가치 확대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반면, 해외 항만배후단지는 부지임대 이외 건물, 사무실 임대 등 기업유치를 위해 유연성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력 및 투자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획일적 제도보다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수요자 중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임대료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경우에도 다양한 세금 감면 및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 교수는 배후단지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배후단지 계획 및 개발 단계에서 마케팅 운영과 연계한 수요예측 방식을 도입하고 관리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주기업을 유치할 때 글로벌 네트워크 유치를 위한 체계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고부가가치가 기반이 되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시장적 기반을 유지해야한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의 손민 이사는 항만배후단지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크게 글로벌 유망산업, 물류연관 기업, 항만별 연관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 이사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물류를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가 운송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워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는 “포워더는 물류창고 등 자산을 크게 가져가지 않는 성향이 강해 직접적인 투자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물동량에 대한 기여가 크고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20대 포워더 및 국내 로컬 포워더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각 배후단지들이 다른 산업단지와 차별화된 혜택을 갖고 있는지, 각자 고객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후단지 활성화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된 후에는 각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한 토론이 이어졌다. 인천대학교 송상화 교수는 “배후단지에 대한 수요 임대료 인센티브 증대가 필요하다”며 “지난 10년간 배후단지 활성화를 진행해왔지만 규제 철폐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관 검역 절차 간소화도 같이 이뤄져야
한일합작 물류기업인 코센코물류의 이국동 회장은 대한통운의 대표로 재직할 당시의 경험을 통해 기업의 입장에서 본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말했다.
이국동 회장은 “항만공사들이 포트세일즈에서 약속했던 공약이 정권이 바뀌면서 덩달아 바뀌어 입주하려는 기업들로부터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라는 핀잔을 듣고 있다”며 “또한 항만에서 협조를 해도 세관검역에서 불편을 겪는다면 기업을 유치하기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포트세일즈에 관세청 담당자들도 함께 참석한다면 배후단지 활성화에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 한다”고 말했다.
로테르담이나 싱가포르 같은 해외 항만들의 경우 배후부지 활성화를 위해 세관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항만공사들이 기업을 유치하려고 해도 세관 협조가 이뤄진다면 항만공사들의 배후단지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이 회장은 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의 배후단지에 대한 투자 뿐 아니라 입주 기업에 대한 경영까지 참여해 물동량 증대를 가져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기업이 투자만하고 배당금만 가져가는 것은 배후단지의 활용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 박충식 운영본부장은 “부산 신항 북측과 웅동 배후단지 입주 물류기업들이 대부분 단순 보관 작업을 하고 있고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 해외 물량을 끌어오는데 역부족”이라고 설명하며 “외국인이 지분참여만 하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계획대비 실적이 미미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박 운영본부장은 “부산항이 발전하려면 단순 물류에서 제도 금융 등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추가돼야한다”며 “중국 상하이에서는 항만 배후단지에 항공부품까지 하면서 해상 컨테이너 하역 물류 뿐 만 아니라 항만배후단지를 통해 특화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익스프레스 박성근 전남지사장은 광양항 배후단지에 입주한 기업으로서 애로사항에 대해 말했다. 박 지사장은 “현재 광양항의 배후단지에 20여개의 업체가 입주했는데 대부분 1차적인 역할이 부두의 활성화 지원으로 화물의 정류장 역할을 하며 주로 CFS(컨테이너조작장)을 지원해 왔다”며 “하지만 단순 보관 하역보다는 배후단지가 산업단지로서 자체적으로 물량을 창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배후단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책의 일관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 박 지사장은 “배후단지 투자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지만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3번이나 바뀌었다”며 “처음 입주 약속과 달라지는 환경에 투자유치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