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5 15:03

기획/ 중국, 한중카페리 경영권 장악 나섰다

중국 단독으로 평택-르자오 재개 움직임
인천-톈진도 경영권 인수 가닥

●●●한중 국제여객선(카페리) 항로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한중 카페리항로는 올해 들어 서비스가 잇달아 중단되면서 전체 실적도 감소하는 등 곡절 많은 한 해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항로 재개 움직임도 포착된다.

올해 한중카페리항로 수송실적은 하락 추세를 보였다. 특히 여객의 감소 폭이 컸다. 진천국제객화항운(진천훼리)의 인천-톈진항로와 일조국제훼리의 평택-르자오항로가 운항을 멈춘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한중카페리협회(KCCA)에 따르면 1~10월 한중카페리항로 수송실적은 여객 124만4236명, 화물 36만5020TEU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만5888명, 37만6082TEU에 비해 여객은 11.5%, 화물은 2.9% 각각 감소했다. 잇따른 휴항과 한중 양국의 소무역상(보따리상) 규제 강화로 여객은 두 자릿수 감소에 허덕였다. 중국 정부가 저가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여유법(旅遊法)을 10월부터 발효한 것도 여객 수송 실적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은 두 노선이 중단된 것치곤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화물 부문에선 노선 중단으로 반사이익을 본 노선도 제법 눈에 띈다. 중국 산둥반도를 취항하는 노선과 우리나라 평택을 취항하는 노선들이다. 실적이 늘어났다고 해서 수익성까지 좋아진 건 아니라는 게 선사들의 고민이다. 최근 화물 운임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까닭이다. 카페리항로 운임은 최근 200달러대가 무너진 곳도 눈에 띈다. 2000년대 중반까지 600달러대를 호가하던 운임이 경쟁 격화로 3분의 1토막이 나고 말았다. 한 해 4만TEU의 화물을 수송했다고 가정할 경우 170억원 가까운  수익이 몇 년 새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선사들은 수익성 만회를 위해 지난 8월 터미널할증료(THC)를 인상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건화물은 10만1000원에서 11만6000원으로, 냉동화물은 13만2000원에서 17만80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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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중단노선 재개

중단됐던 노선들도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다. 평택-르자오 노선은 내년 2월, 인천-톈진 노선은 내년 3월 말까지 배를 다시 띄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운항재개를 놓고 중국측 파트너들이 항로 장악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어 한국측의 대응이 요구된다.

인천-톈진 노선의 한국측 대아그룹과 중국측 톈진국제경제기술합작그룹공사가 내년 3월 항로를 다시 연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다만 지배지분을 중국측이 가져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측 파트너는 증자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 확보를 원하는 상황이다. 이 항로 운항사인 진천훼리는 한중 양측에서 50%씩 지분을 투자해 설립됐다. 본사는 우리나라 서울이다. 대아그룹은 밀린 채권을 변제받고 항로를 재개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국측 요구에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측으로부터 못받은 대금은 하역료와 대리점료, 유류대금 등 800만달러에 달한다. 한편 이 항로 운항선박인 <톈런>호는 중국 톈진 외항에 계류 중이다.

평택-르자오 노선은 아예 중국측 단독으로 취항 재개를 추진 중이다. 중국측 파트너인 르자오항무국은 운항사인 르자오해통반륜유한공사의 한국지사인 평택일조해통훼리를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지사를 통해 한국측 대리점이었던 일조국제훼리를 배제하고 운항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르자오해통반륜유한공사의 지분율은 중국(르자오항무국) 75% 한국(동방) 25%다. 초기 자본금 300만달러가 투자됐을 때만 해도 양측 지분율은 50:50이었다. 200만달러의 1차 증자 때도 양측이 동일하게 반반씩을 부담했다. 하지만 500만달러가 추가로 투입된 2차 증자를 중국 단독으로 투자하면서 지분율의 변화가 생겼다.

동방에서 압류했던 <르자오둥팡>호는 현재 중국에서 크랭크샤프트(크랭크축) 수리를 받고 있다. 중국 파트너측은 지난 8월 동방에 주지 않은 비용 36억원을 공탁한 뒤 선박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동방은 아직까지 밀린 비용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국측에서 채무 규모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채무존재확인소송’을 낸 까닭이다.

동방측은 중국 파트너의 단독 운항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카페리항로를 운영토록 한 한중해운협약을 들어 중국측이 독단적으로 항로 재개에 나설 경우 운항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방 관계자는 “우리가 배를 잡은 게 양측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선박압류 2주일 전에 중국측에서 우리에게 통보도 않은 채 선박 수리를 목적으로 6개월 휴항을 신청했다”며 “그 소식을 듣고 한국 주주사 보호를 위해 배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의 한국지사 설립은 한국파트너인 동방측의 서명을 받아 진행된 것이기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다만 한중합작이란 명분을 내세워 중국측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카페리 시장에서 중국측의 ‘막무가내’식 일방통행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중카페리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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