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7 09:03

기자수첩/ 울산항 개항 50주년 행사 ‘유종의 미’ 거두길

1963년 9월25일 개항장으로 지정된 이래 울산항은 50년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며 국내 1위이자 세계 4대 액체물류 중심항으로 도약했다.

개항 50주년을 맞아 울산항만공사(UPA)가 준비한 다채로운 행사가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높아진 울산항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림그리기 대회나 사진공모전, 걷기대회 등에 각각 3천여명이 참여했고 등대문학상 공모전에는 450여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행사 콘텐츠로만 봤을 때에는 다른 행사들과는 큰 차별성은 없어 보였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지역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행사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푸른음악회’도 5천여명이 관람한 가운데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수들을 고루 초청해 좋은 평을 받았다.

행사나 축제에서 가장 많이 불거지는 것이 바로 예산 문제다. 주최측 수장의 치적 포장과 얼굴 알리기 도구로 이용돼 수십억의 예산을 낭비하거나 기획 부족과 시민들의 참여 저조로 주최자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행사가 부지기수다. 이와 비교해 울산항만공사의 개항 50주년 행사는 실속있게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입된 건 3억원이 투입된 2편의 다큐멘터리(9월24,25일 방영 예정)다. 기념식과 음악회에는 각각 1억원이 쓰였다. 지난해 매출액이 628억원이었던 울산항만공사의 연간 행사 예산이 총 12억원이라면 비교적 알뜰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고 할 만 하다.

하지만 울산항만공사의 울산항 개항 50주년 행사는 추진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 담당부서에서 행사준비가 상당부분 진척된 가운데 지난 7월 행사 관련 태스크포스팀(TF팀)을 갑작스레 구성했다.

조직 개편으로 인한 공백 상태가 보름 가까이 이어졌다. 개항 50주년 같은 큰 행사를 운영할 TF팀 구성을 올해 초 미리 했더라면 행사를 일관되게 검토하고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공사의 TF팀 구성은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소 일반 시민들의 방문이 없다시피한 울산항만공사 웹사이트는 행사를 전후로 급격하게 방문자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공사 측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행사에 참석해 울산항 홍보만큼은 톡톡히 했다고 자평을 한다.

9월25일 롯데호텔에서의 기념식, 한중일 항만국장회의, 동북아 오일허브 착공식까지 진행되면 50주년 행사는 마무리된다. 행사 이후 시민들의 울산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박종록 사장 취임 이후 힘쓰고 있는 지역사회와의 공유와 소통이 지속되고, 울산항 홍보사업이 꾸준히 추진된다면 이 같은 우려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준비하고 추진해온 개항 50주년 행사가 마무리되면 공사 등 울산항 관련 기관은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당초 설정한 목표 달성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 건설 프로젝트는 울산항이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울산항은 ESPO에서 3천만t 가량의 원유를 4700km의 최단거리로 공급받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2020년까지 울산 앞바다에 7선석·2840만배럴의 액체화물 저장시설이 완공되면 2조5천억여원의 생산유발과 1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관련 현물 및 선물거래소가 설립되고 거대 자금이 유통되면 동북아 신흥 액체물류 금융 중심지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운항시간의 대폭 감소로 물류비 절감 효과가 큰 북극항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 석유가스의 25~30%가 매장돼 있는 북극해 진출은 울산항의 비전인 ‘액체 화물 중심 First Class 항만’ 도약에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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