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1 10:20

폭풍을 헤치고 순항하는 중견 해운선사

영업수익성 변동 큰 대형선사와 대조·안정적 수익 거둬

●●●침체된 해운시황 속에서도 중견선사들의 차별화된 영업실적이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해운시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해운업계 전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그려지면서 중견선사들의 양호한 실적도 일부 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견해운선사들이 순항하고 있는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중견 선사들에 드리워진 전반적인 시황의 그늘을 걷어내고자, 신용평가사의 시각에서 숨어 있는 암초를 탐색해 봤다.

한기평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견선사들의 실적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중견선사들의 안정적인 영업실적의 원인으로는 오랜 업력과 역내 시장지위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정적인 근해시장 운임(컨테이너부문)도 중견선사들의 영업실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밝히며, “매출액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운송계약(벌크부문)도 영업실적을 지지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중견선사들의 영업수익성 추이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2008년과 2011년 컨테이너 부문의 세전이익(EBITDA) 마진이 일정 수준 낮아지기도 했지만 근해 해운시장의 빠른 안정화와 주요 원가에 대한 절감 노력으로 실적이 회복되면서 변동성을 줄일 수 있었다.

한기평은 “현 시점에서 중견선사의 신용평가시 부각되는 리스크는 계열 요인이며 중견선사들의 경우 회사의 계열사와 함께 대주주 소유의 관계회사들이 존재하기에 이들의 실적이 선사들의 잠재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무 완충력이 작은 중견선사들의 입장에서 관계사들 실적의 향방은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금상선의 경우, 관계사에 대한 지급보증이 과중하고, 조강해운과 국양해운 등 계열사의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폴라리스쉬핑의 경우에도 계열사들이 적자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한일 크루즈 사업도 손실을 보며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흥아해운 또한 계열사에 대한 채권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해외 부동산 투자사업 등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중견선사, 장기운송계약 비중 높은 벌크선 부문이 영업실적 뒷받침

국적선사 가운데 대형 4사(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SK해운)와 중견 4사(장금상선, 흥아해운, 폴라리스쉬핑, 고려해운)의 세전이익(EBITDA)추이를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쪽 모두 변동성이 확대된 양상이다.

하지만 그 흐름에 대형선사들의 영업수익성이 하향세 속에 크게 변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견선사들의 경우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의 크기도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영업수익성의 추세를 매출액과 세전이익(EBITDA)의 변화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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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출액의 변화를 보면, 대부분의 선사에서 2000년대 들어 높은 외형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해운 호황기를 거치며 해운업계 전반에서 선대 확장을 추진하였고 이를 통해 외형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해운 시황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동안 대형선사들의 매출 변동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대형 선사를 중심으로 호황기에 적극적인 선대 확충을 바탕으로 규모 확대를 모색했고, 이에 따라 시황에 더 크게 영향을 받으며 침체기에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중견선사의 경우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적 차이(대형선사 : 유럽. 미주노선, 중견선사 : 아시아 역내)에 기인한 효과와 장기운송계약 확보에 따른 외형 증대 효과로 인해 금융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외형의 등락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세전이익(EBITDA) 추이를 보면 더욱 현격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형 선사들의 영업수익이 적자와 흑자를 오가며 크게 변화하는 동안 중견 선사들의 경우, 안정적인 영업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벌크선의 장기운송계약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의 경우 세전이익(EBITDA)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양호한 실적을 보여주는 중견선사들의 영업수익성을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우선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높은 벌크선 부문에서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시현해 회사 전체의 영업실적을 받쳐주고 있다.

근해 소형 ‘컨’시장 안정적 운임 이어가

운임 전망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것은 선복량의 수급전망이다. 한기평은 2013년 해상운송을 통해 해운시장 전망을 하며 모든 선종에 대해 선복량 공급과잉이 계속돼 2013년에도 운임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경우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이 대량으로 인도되면서 공급 증가를 가속화해 운임이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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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반적인 컨테이너선 시장과 달리 근해 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안정적인 운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에 기반해 높은 수요증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선박의 대형화로 인해 소형선의 공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역내 해운시장이 원양 및 여타 시장과 완전히 분리돼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아시아 역내 해운 수요 증가분 중 일부는 소형 컨테이너선 수요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중대형선의 역내 시장에서의 활용(캐스케이드 효과) 등에 따라 역내 시장의 선복량 공급은 소형 컨테이너선 공급 변화에 비해 조금 더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기평은 소형 컨테이너선 공급 감소로 인해 근해 운송 시장에서의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아시아 지역의 해운 수요 증가세는 역내 시장 수요를 견인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한국근해운송협의회 등 역내 운항과 관련한 협의회를 통해 역내 시장은 폐쇄적인 경쟁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과의 정기선 신규 서비스 개설 및 폐쇄는 정부간 협의를 통해 정해지고 있기에 단기적으로 아시아 역내 시장 내에서 경쟁 강도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견선사 단기적 상환 부담 낮아

부진한 해운업황 속에서 중견선사들의 안정적인 실적은 눈에 띄는 강점이지만, 신용평가사의 시선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 약점, 리스크를 찾아보게 된다. 고가의 선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해운사의 특성으로 인해 대다수 해운사의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는 타 산업에 비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중견선사들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특히 장기운송계약과 매칭된 형태로 선박을 도입하고 있는 폴라리스 쉬핑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져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차입금 중 선박금융 관련 부채는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상환 스케줄이 짜여지게 되고, 장기운송계약과 연계된 선박의 경우에는 선박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맞추어 상환계획이 잡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상환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즉, 중견선사들의 수치 상 드러나는 차입금의존도는 높은 수준이지만, 이에 반해 단기적인 상환 부담은 상대적 중견선사의 경우 관계사들의 실적과 직. 간접적인 지원에 따른 위험들을 고려해야 함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견선사의 경우,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은 관계사이다. 중견선사들의 경우 회사의 계열사와 함께 대주주 소유의 관계회사들이 존재하기에 이들의 실적이 선사들의 잠재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재무완충력이 작은 중견선사들의 입장에서 관계사들의 실적의 향방은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업규모, 사업안정성 측면 대형사 대비 열위

해운업 시황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기변동에 민감한 수요와 비탄력적인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업체들의 시황대응력은 신용평가에 있어 중요 판단 요소가 된다.

선종에 따라 상이한 진입장벽, 수급관계 등으로 경기순환 사이클 측면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선종을 영위하는 업체는 각 선종별 시황의 포트폴리오 효과에 기인해 시황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시장지위와 우수한 운항효율성을 바탕으로 사업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사업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선종 다각화와 시장지위의 측면에서도 중견선사들은 대형선사들에 비해 열위한 위치에 있다.

중견선사들이 역내 시장 내에서 수위권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 지역 내에 한정된 지위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또한, 벌크선이나 탱커 등으로 선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업체 규모의 한계로 인해 다양한 선종으로의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 확보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견선사들은 매출 및 자산 외형, 세계시장 내에서의 시장 지위와 사업안정성 등 에서 아직까지 대형선사들에 비해 열위한 위치에 놓여있다. 또한 외형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과 관계사에 의한 리스크까지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기평은 “중견선사들의 규모나 사업안정성은 아직까지 대형선사들에 비해 열위한 것이 사실이다. 작은 규모의 배로는 더 먼 바다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큰 바다에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금 더 큰 규모의 안정적인 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견선사들이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업규모와 사업안정성이 확보돼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급과 체력을 갖춰야만 한다.

현재 중견선사들은 역내시장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해 가는 전환기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서 중견선사들이 한 단계 도약해 더 큰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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