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산업에서 시황 침체와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산업을 꼽으라면 단연 해운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던 해운 시장의 기대를 꺾으며 업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렸다. 또한 호황기에 발주된 수많은 선박들이 발목을 잡으며 시황 회복의 기대마저 요원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해운시황의 변화 속에서 개별 업체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진동하며 불확실성을 키워가고 있다. 운임의 추락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은 증가하고 있으며 대규모 선박 발주에 따른 재무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해운업체들에게 시황침체의 터널은 더욱 길게 느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운임지수 및 유가 변동을 통해 살펴본 해운업계 실적 전망과 유동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해운 운임 및 연료유 가격과 해운업체 영업수익성의 상관관계를 분석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2013년 해운업체의 실적에 대해 전망해 보는 동시에 유동성 상황을 점검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선복량 공급 대비 수요의 비율이 2009년 큰 폭으로 떨어진 이후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공급과잉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2013년에는 다소간의 완화가 기대되나 세계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의 증가율보다 선복량 증가율이 앞서면서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벌크선과 탱커선 시장의 움직임도 컨테이너선 시장과 유사한 모습이다. 모든 선종에서 동일하게 2009년 이후 선복량 공급 대비 수요의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침체된 시황을 이어가고 있으며 2013년에도 다소간의 완화는 예상되나 수요대비 선복량 증가세가 여전히 높아 시황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고유가 기조 계속된다
한편 2013년 유가는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전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 상태 자체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며 중동문제, 세계경제 회복, 경기 부양정책, 투기자금의 이탈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기평의 조사에 따르면 각 해운업체 주력 선종의 운임지수와 유가의 조합을 통해 해운업체 영업수익성(EBITDA) 변화의 80% 내외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유가와 해운업체 수익성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운임과 연료유 가격의 변동성을 살펴보면 과거 5년(2003~2007년)에 비해 최근 5년(2008~2012년) 동안 변동성이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해운 운임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들 변수가 해운사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해운업체의 매출을 좌우하는 운임지수가 큰 폭으로 변동하고 매출원가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의 변동성도 커지면서 이들 변수의 움직임에 의해 해운업체의 영업수익성이 좌우되고 있다.
해운시장에서 가격(운임)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전 세계 선복량의 수급 변화가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원가요인, 시장참여자들의 공조와 시장 전망에 대한 기대심리 등 다양한 요인들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격(운임)을 받아들이는 가격 수용자로서 단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선복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가격(운임) 변동에 따라 영업실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변화를 겪게 된다. 즉 운임 변동을 관찰함으로써 해운업체들의 영업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2012년 컨테이너선 운임(CCFI)은 선사들의 공조 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다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벌크선, 탱커선 등 대부분의 선종에서 운임은 2011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연료유(벙커-C유) 가격은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높은 유가로 인해 연료비 비중이 매출액의 20~35%에 달하며 해운업체의 영업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양대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영업수익성(EBITDA 마진) 변화를 살펴보면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특히 결정계수(R2)를 보면 운임의 변동을 통해 한진해운의 경우 EBITDA 마진 변동의 56%, 현대상선의 경우 EBITDA 마진 변동의 30%를 설명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운임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유가불안에 영업수익 부족으로 2013년도 ‘암울’
2013년에도 해운시황의 회복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도 큰 불확실성을 안은 채 당분간 고유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 하에서 2013년 운임 및 유가 조합은 2012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이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개별 해운사의 영업수익성 또한 2012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2013년 해운업체들의 영업수익성은 2012년에 비해 크게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업체들의 영업수익(EBITDA)을 통해 2013년 중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을 충분히 충당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해운업체들의 재무 부담이 과중한 상황에서 연중 소요자금의 만기연장 및 차환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개별 기업의 영업 및 재무전략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침체된 해운시장과 해운업계 전반의 재무 부담 속에서도 개별 업체의 사업경쟁력에 따라 시황 대응과 재무 부담의 가중 정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향후 시장 상황의 변화, 개별 기업의 대응과 실적 변화, 그리고 재무안정성에 대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