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0 08:42

기고/ 항만과 도시의 연계발전은 가능한가?

정봉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항만과 지역경제의 연계성

정봉민 선임연구위원

항만은 발전 초기에 도시발전과 상승효과를 가진다. 항만산업 자체의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효과뿐만 아니라, 각종 연관산업에 대한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을 결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항만은 공급사슬의 핵심 노드(node)로서, 배후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항만의 발전이 일정단계를 지나면 도시발전과 상충현상이 발생한다. 상충현상의 발생 요인으로는 첫째, 환경문제의 심화를 들 수 있는데, 대기·수질오염, 교통문제, 연안경관 악화 및 접근성 제약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LA항의 경우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은 Nox 31.4톤/일, 분진(PM) 1.8톤/일 등으로 조사된바 있는바, Nox는 자동차 65만 대, PM은 자동차 160만 대 운행 시의 배출량에 해당하는 것이다.

도쿄항에서 연간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은 Nox 2,022톤, Sox 2,530톤, 분진(PM) 291톤으로 추정되었는바, 이는 시내 자동차 및 공장 배출량과 비슷한 양이다.

둘째, 배후도시 경제에 대한 기여도 약화를 들 수 있다. 도시경제는 초기에 제조업 위주로 발전하기 때문에 대량의 물류수요를 유발한다. 그러나 점차 고부가가치제조부문 및 서비스업의 비중이 증대함으로써 물류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항만의 도시경제 지원기능은 약화된다. 셋째, 운송기술 발전에 따른 항만 배후권의 확대를 들 수 있다. 특히 컨테이너화는 운송 효율성의 극적인 향상을 초래함으로써 운송비용의 절감에 기여했다.

예를 들면 항만의 선석당 연간 표준처리량은 일반화물의 경우 연간 15~20만 톤 정도이나, 이를 컨테이너화하면 500~1,000만 톤으로 증가한다. 화물처리효율이 50매 이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항만과 지역경제의 상충효과 내지 연계성 약화에 따라 항만 도시의 상대적 이점도 감소한다. 다음은 항만발전 단계를 지역경제와의 상호관계 변화에 따라 나타낸 것인바, 도심지 항만은 마지막 단계에서 비즈니스, 주거, 친수활동 등 도시기능 용지로 재개발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항만 발전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있어 다수의 항만재개발 사례를 볼 수 있는바, 주요 내용은 다음 표에 나타난 바와 같다. 

< 항만의 발전 단계 >

특히 런던시의 경우 1980년대 초의 도크랜드(Dock Land) 재개발로 항만과 도시가 완전히 분리되었다. 런던시에서 가장 가까운 컨테이너항만인 펠릭스토우(Felixstowe)항은 약 85km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런던시의 사례는 항만도시에서 출발한 도시가 현대화됨에 따라 더 이상 인접항만의 지원 없이도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주요 항만도시 사례

한국의 대표적인 항만도시로 부산시와 인천시를 들 수 있는바, 이들 도시의 주요 경제지표는 전국평균에 비하여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표에서 보면 부산시의 경우 1990~2010년 중 인구는 380만 명에서 345만 명으로 그동안 연평균 3만 6,000여 명씩 감소했다.

그리고 1인당지역내총생산(GRDP)도 2010년 기준 1만 7,654원으로 전국평균의 7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의 경우도 1인당GRDP가 1990년에는 전국평균보다 높았으나, 2010년에는 전국평균의 88.3%로 낮아졌다.

다만 울산시의 경우는 2010년 1인당GRDP가 전국평균의 2배 이상인 224.5%로 나타났는바, 해당 시는 항만도시라기보다는 산업도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한국 주요 항만도시의 경제지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항만의 지역경제 기여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항만과 도시의 새로운 관계 모색

세계 주요 항만의 사례를 보면 모든 항만이 도시와 분리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아시아의 홍콩, 싱가포르항이나 유럽의 함부르크항 등은 도시와 인접하여 발전하는 대표적인 항만이다. 이러한 항만들은 항만배후단지(distripark or logistics park) 또는 물류센터(logistics center)가 발전함으로써 해당 도시의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환경 및 교통에 대한 항만의 부정적 영향은 간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상호 연계발전을 위해서는 도시와 조화된 항만의 계획·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항만 주변의 교통망 정비, 저탄소 항만 운영, 친수공간 확보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만이 지역경제와의 연계성 약화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즉 지역경제에 대한 수동적인 지원기능에서 벗어나 배후단지의 부가가치물류를 개발함과 아울러, 기타 부가적 비즈니스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항만의 부가적 비즈니스 활동 사례로는 NY/NJ 항을 들 수 있다. NY/NJ 항만공사의 2010년 전체 매출액은 36조 3,400만 달러이었으며, 그 중에서 항만 비즈니스 매출액은 2억 2,300만 달러로 6.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공항 터미널 운영 21억 2,500만 달러(58.5%), 교통운송망 운영 11억 2,000만 달러(30.8%), 지역개발·기타 1억 6,600만 달러(4.6%) 등 부가적 비즈니스에 의한 매출이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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