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7 09:00

“중동전쟁 끝나면 컨선·탱크선 시황 하락세 탈 것”

‘전쟁재건 수요 효과’ 벌크선 나홀로 호조 전망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반복되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물류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수에즈운하의 정상화 여부가 향후 컨테이너선 시황을 좌우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더불어 중동 사태가 진정되면 장기적으로 탱크선은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로 약세를 보이는 한편, 벌크선은 전쟁 재건·개발 수요가 크게 늘면서 호조를 띨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해사포럼이 지난 6월2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서 윤민현 해사포럼 고문은 글로벌 중동전쟁과 글로벌 해운 동향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윤민현 한국해사포럼 고문


“희망봉 운항 컨선 홍해 복귀시 공급량 6% 증가”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확전 우려를 해소하는 듯했지만 이후 해상과 군사시설을 둘러싼 공격이 이어지며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25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던 대만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6일 이란의 미사일·드론기지 등을 공습했다. 

이어 27일엔 30만t급 초대형유조선(VLCC) <키쿠>(Kiku)호가 정체불명의 발사체로부터 피격을 당해 함교가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공격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란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우리 선박 2척이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됐다. MOU 이후 국적선박 24척이 해협을 빠져나왔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선박의 피격 사건이 잇따르면서 중동 지역에 다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날 윤 고문은 향후 중동 사태가 진정될 경우 해운시장은 선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선 시황은 장기적으로 가시밭길을 걸을 거란 진단이 나왔다. 윤 고문이 주목한 변수는 수에즈운하의 정상화 여부다. 수에즈운하의 통항 차질이 지속되면 운임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하락을 방어할 수 있겠지만 정상화할 경우 크게 하락할 거란 주장이다. 

윤 고문은 홍해 사태 해소로 선사들이 희망봉에서 홍해와 수에즈운하로 복귀하면 공급량이 약 200만TEU 늘어나는 효과를 낼 걸로 봤다. 이는 글로벌 해운시장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6% 늘어나는 규모라 운임 하방 압력이 가시화할 거란 진단이다. 

선사들이 과거에 발주한 신조선이 잇따라 인도된다는 점도 컨테이너선시장에 악재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6월29일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운항선단 규모는 3434만TEU로 집계됐다. 이중 선사들의 발주잔량은 전체 선단 대비 39%인 1350TEU로 추정된다. 윤 고문은 “발주잔량이 40%에 육박하고 희망봉을 우회 운항했던 선박들이 돌아와 일시적으로 공급이 6% 늘어나는 건 (해운시장에) 재앙”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동전쟁 종료 시 탱크선 역시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약세를 띨 것으로 예측됐다. 단기적으로는 수입국의 전략비축유(SPR) 충전과 선주들의 해협 진입 기피에 따른 공급 축소로 강세를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가 둔화하면서 약세 시황으로 전환할 거란 분석이다. 다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할 경우 운임이 급등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윤 고문은 설명했다.

컨테이너선 탱크선과 달리 벌크선은 중동 사태가 진정되면 호황을 띨 것으로 관측됐다. 중동 재건·개발 수요 등이 시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이다. 여기에 중동발 비료 수출과 농산물 수입 증가, 엘니뇨에 따른 브라질 수확량 증가 등도 호재로 꼽았다. 다만, 윤 고문은 미·이란 간 협정 실패가 시황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질서가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변화하면서 선사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과거 냉전 시대엔 미국과 소련의 양극 체제, 30~40년 전엔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에서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인도 중동 등 다극 체제로 변화하면서 무역의 블록화가 심화하고 공급망 분산이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해운이 수송과 보급 역할을 하는 게 아닌 하나의 전략적 무기로 인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고문은 “선사들이 과거의 경영전략은 재검토하고 지정학적 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빨리 캐치해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윤 고문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항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에서 호르무즈해협을 60일간 무료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해운업계의 화두인 통행료 부과 여부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아 무료 개방 이후 유료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고문은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호르무즈해협의 완전 개방은 어렵고 세금 문제가 생길 것이다. 통항료는 이름만 바꿔서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HMM 김민강 상무는 윤 고문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토론에서 홍해 사태가 진정되면 단기적으로는 중동 재건 수요가 발생해 컨테이너선 시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고유가와 물가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신조선 인도로 인한 공급과잉 등은 악재가 될 거란 판단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사드반출 충격적 韓걸프 협력체계 구축 절실”

이번 중동전쟁으로 우리나라가 한미 동맹을 뛰어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걸프만 국가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고 지난 3월 사드 반출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걸프만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자유항행과 해상 안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수석연구위원은 ‘이란 전쟁 분석과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먼 얘기로 생각했다. 병력은 가지 않았지만 사드 반출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한미 공조에만 갇혀 있는데 한걸프 군사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트럼프의 대이란 전쟁 배경으로 ▲국제 정당성 환경 강화 ▲이란 군사력 약화 ▲이란 정권 엘리트 내부 균열 ▲러시아·중국 제한적 대응 ▲미국 개입주의 자신감 ▲중동 질서 재편의 역사적 기회 등을 꼽았다. 

장 연구위원은 “걸프국가에 늘 위협적인 이란은 미국의 대중동 전략에 늘 골칫거리였다. 트럼프로서는 지금 수뇌부가 약화됐으니, 미국이 꿈꾸던 좌 이스라엘, 우 걸프 역내 구도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지 않았을까”고 말했다. 트럼프를 둘러싼 대외 환경 변화와 이란 반체제 시위 유혈 진압 후 비난 여론 급등 등이 맞물린 가운데 이란의 핵 문제에 크게 집착하고 있는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의 여론은 많이 악화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이 미울 뿐이지 친이스라엘 영향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시민의 60% 이상이 출마를 반대하고 있어 10월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다시 총리가 될 가능성은 40% 이하로 낮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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