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부활이 이뤄져야 할까? 해양수산부 부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해양부 부활에 대한 구체적인 틀을 놓고는 아직까지 이견이 많다.
지난 17일 국회의원 연구단체가 주도해 열린 해양수산부 부활 심포지엄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눈길을 모았다.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이 주최하고 이재균 의원이 주관한 ‘차기 정부의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정책 대토론회’는 왜 해양부가 부활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부활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담론의 장이 됐다.
기조발표자로 나선 홍승용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해양부의 역할을 해양행정의 콘트롤타워라고 정의했다. 홍 회장은 과거 해양부가 폐지 전까지 어떤 업무를 해왔는지 정리했다. 그는 해양부가 해양통합관리를 통해 해양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뤘으며 해양행정의 콘트롤타워로서 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선박투자회사제도 도입으로 선박펀드를 활성화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선박량 기준 세계 5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또 부산신항과 광양항 등 신항만 개발과 항만공사 항운노조 상용화를 이룬 것도 해양부의 성과다. 또 한중어업협정 어업구조조정 양식업 육성 등 수산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부 폐지로 해양행정의 콘트롤타워가 상실됐으며 그로 인해 해양전문가들이 모아지지 못하고 분산됐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한일과 한중간 해양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협상전략 전문팀 부재로 협상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했다. 부산신항과 광양항 등 항만터미널에 대한 마케팅이나 해운금융 클러스터 육성, 제3자물류, 제4자 물류 등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한 통합물류정책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시장 불황으로 선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선사들은 현재를 선박량 확충시기로 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선사들은 유동성난으로 헐값에 매각하고 있는 점도 해양부 부재의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선진국들의 해양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일본은 2007년 4월 해양기본법 제정과 함께 흩어져 있던 해양정책 기능을 통합한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설치하고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바다를 통해 세계 2강을 실현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2008년 해양강국 건설을 목표로 ‘국가해양사업 발전계획 요강’을 공포한 뒤 국가해양국(SOA)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최근엔 해양인재 육성계획, 해양과학기술개발계획, 해양플랜트 산업혁신발전 전략, 해양플랜트 산업 중장기 발전계획 등의 국가계획을 연달아 발표하고 해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 통합해양정책과 연안해양공간계획 수립으로 해양경쟁 주도권 확보로 제2의 팍스아메리카나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55억달러의 수산물을 소비하고 있고 7천억달러의 해운물류 소득을 거둬들이고 있다. 해운물류산업은 특히 13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노르웨이는 수산연안부를 설립해 통합해양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산연안부는 수산, 양식업, 수산물안전, 해상교통, 해상안전, 항만관리, 해양오염방제 등 해양이용 관련 업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홍 회장은 선진국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해양수산기후부 신설로 통합 해양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통합된 물류 기능을 가져오고 수산, 해양환경관리, 해양영토, 조선 및 해양플랜트 등도 관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기후부문을 포함시켜 해양수산과 기후의 통섭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해양대학교 김길수 교수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전제로 한국해사클러스터 구축 전략을 제시해 이목을 모았다. 김 교수는 세계 조선 1위, 세계 해운 8위인 우리나라가 해운항만물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해사클러스터인 마리타임코리아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리타임코리아는 해운산업 항만산업 물류산업 해운파생산업(선용품, 선박수리업), 선박관리업 등 해사물류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클러스터로 우리나라가 아시아 해운항만물류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홍콩 등에서 해사클러스터를 구축해 높은 부가가치를 거둬들이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지난 1997년 더치마리타임클러스터를 창설해, 네덜란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9%인 126억유로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노르웨이 해사클러스터는 총 4053개 업체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선사가 62%를 차지, 핵심 분야로 자리잡았다. 총 고용자수는 8만명에 이르러 세계 정상급 분야로 부상했다. 영국은 해운서비스클러스터인 마리타임런던을 설립해 1750곳의 해사관련기업을 유치했다. 일본도 2000년 마리타임재팬이란 해사클러스터 정책을 도입해 추진 중이다.
김 교수는 일명 해사클러스터법(法)인 물류중심지법을 제정해 한국의 해사클러스터(마리타임코리아) 창설을 법제화하고 해양부를 신설해 클러스터가 아시아 해사산업의 핵심으로 성장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박용안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국제적인 논란을 빚고 있는 대륙붕 문제를, 박성쾌 부경대 해양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수산분야를 주제로 통합 해양행정기관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성귀 선임연구위원과 이희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은 각각 해양관광산업과 해양과학기술 분야에서 해양부 부활에 대한 논리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해양부 부활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됐다. 곽재원 해양저널리스트네트워크 회장은 “비해양계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해양안보적인 관점, 해운물류, 수산 등 총체적 전략으로써 해양이 왜 필요한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번 포럼을 평가했다. 이어 언론인들도 해양부 부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해양세력들이 단합해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수산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양수산부 부활을 외면하거나 경시하는 대선후보가 있다면 표로서 심판해야 한다”며 “부산시민은 80%가 해양부 부활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산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선후보 캠프나 (대통령) 인수위에 해양전문가가 들어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영무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해운물류업계의 현안을 예로 들며 통합 해운물류 행정체제의 존립 이유를 피력했다. “최근의 해운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금융지원과 전략물자에 대한 국적선 운송비중이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기업들의 물류자회사 일감몰아주기로 3자물류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다. 2자물류에 대한 규제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려면 통합행정 체제가 들어서야 한다.”
박덕배 한반도수산포럼 대표는 “(정부가 바뀌던) 매 5년마다 해양부 폐지가 논란이 됐으며, 삼세번만에 (2008년) 폐지됐다”며 “다시는 폐지할 수 없도록 강력한 해양수산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홍기 해기사협회장은 “2008년 2월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최인기 정책위 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등이 해양부 폐지에 관여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모두 자천타천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는 점은 새겨야 할 대목”이라며 “5개월 남은 대선에서 해양수산을 이끄는 정부조직이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해양부 부활은 부산의 지역이기주의도 해양수산계의 직능이기주의도 아니다”며 “선진국이 되려면 해양강국이 돼야 한다. 해양강국이 되려면 해양행정을 일원화하고 통합할 수 있는 정부부처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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