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2 11:53

한중 카페리항로 선박난에 ‘발동동’

여유선박 없어 선박점검 항로개설 난항
지난해 여객 물동량 나란히 호성적

●●●지난해 한중 국제여객선(카페리) 업계는 세계적인 해운불황의 여파 속에서도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일궜다. 여객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물동량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곡선을 그렸다.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카페리선사들은 울상이다. 여유선박이 없어 대체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까닭이다. 1년마다 선박점검을 받아야 하는 카페리선 특성상 대체선 확보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신항로들이 개설을 앞두고 있어 원활한 카페리선 공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카페리선박 품귀현상이 표면화되면서 향후 선사들의 서비스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플러스성장 눈에 띄네

한중카페리협회(KCCA)에 따르면 지난해 한중 카페리항로 15개 노선에서 실어 나른 컨테이너물동량은 47만2천TEU를 기록, 1년 전 43만3천TEU에 비해 8.9% 성장했다. 일조국제훼리의 평택-르자오 노선이 새롭게 취항하면서 전체 물동량에 힘을 보탠 데다 기존 선사들도 틈새시장 발굴로 성장곡선을 그렸다. 기존 노선 14곳 중 9곳이 플러스 성적표를 내놨다. 2009년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 노선에서 물동량 성장을 신고한 2010년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한 해 해운시장의 침체를 고려하면 성장세를 기록한 노선이 많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 산둥성을 잇는 노선 6곳이 10위권 안에 포진했다. 1, 2위를 차지한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 인천-웨이하이, 4위에 이름을 올린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5위 평택-룽옌(대룡해운) 7위 인천-옌타이(한중훼리) 9위 군산-스다오(석도국제훼리) 등이 모두 산둥성과 우리나라를 잇는 카페리항로다. 특히 평택-룽옌과 군산-스다오는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열세에 놓여 있는 지역을 기점으로 하고 있음에도 산둥성 항로란 장점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저력을 보였다. 연운항훼리가 운항 중인 롄윈강 노선 2곳은 비산둥성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중국횡단철도(TCR)의 출발지라는 이점을 배경으로 10위권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소석률은 여전히 전체 선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해 15개 항로의 연간 수송능력은 93만TEU였다. 평균 소석률이 50.8%에 불과했던 것이다. 특히 전체 노선의 절반이 넘는 8곳이 소석률 50%를 밑도는 실정이다. 화물창 반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을 해온 셈이다.

인천항 여객수송실적 100만명 돌파

여객 수송실적은 물동량보다 성장 폭이 더 인상적이다. 지난해 여객 수송실적은 171만명으로, 2010년의 148만1천명에 비해 15.4% 성장했다. 인천항과 평택항 모두 여객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화물운임 감소에다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페리선사들에겐 여객 증가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인천항 여객수송실적은 개항 이래 처음으로 100만TEU를 돌파했다. 인천항 기점 10개 노선의 지난해 여객수송실적은 104만3230명으로, 2010년의 92만2080명에 비해 13.1% 늘어나며 뜻 깊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인천항 기점 카페리 노선 이용객 중 단체관광객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다. 통관 문제로 소무역상들이 평택항으로 대거 빠져나간 공백을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평택항 기점 4개 노선 이용객은 50만9439명으로, 1년 전의 40만8304명에서 24.8%나 성장했다. MBC의 네거티브 보도로 지난해 11월 이용객이 급감한 가운데에서도 이룬 성과라 주목된다. 평택-르자오 노선 신설이 평택항 실적 성장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전체 노선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평택-룽옌 노선의 선전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 노선은 2007년부터 인천-웨이하이항로를 제치고 여객부문 1위 자리에 오른 뒤 몇 년째 왕좌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노선은 지난해 20만194TEU를 기록했다. 2위에 비해 무려 5만명이나 앞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성장률은 11월 실적의 부진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 20만명을 돌파했다.

인천항 기점의 한 카페리 선사 관계자는 “최근 3년 전부터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한류에 힘입어 중국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배를 타고 중국여행을 하는 한국 단체관광객들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카페리선을 이용한 중국인은 83만5천명으로, 2010년의 65만7천명에 비해 무려 27% 성장했다. 한국인 이용객은 78만3천명에서 83만6천명으로 6.7% 성장했다. 올해엔 중국인 이용객이 한국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확보가 항로 안정화 관건

여객과 물동량의 쌍끌이 상승은 항로 신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평택-옌타이 항로 취항선사가 확정됐다. 지난달 12일 국토해양부는 이 항로에 운항신청서를 단독으로 제출한 하나로해운 컨소시엄을 운항선사로 확정했다.

컨소시엄엔 하나로해운과 계열사인 메가쉬핑을 비롯해 창명해운 장금상선 한중훼리 대룡해운 등이 참여했다. 하나로해운과 메가쉬핑은 한국측 지분의 52%를 투자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져가게 된다. 나머지 선사들은 10% 안팎의 지분을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곳에서 지배지분을 가져가는 건 일반적인 컨소시엄 구성방식에 미뤄 이례적인 일이다. 이 항로는 평택항 임시 여객부두가 완공되는 내년 상반기께 첫 취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2곳의 카페리노선이 신설을 기다리고 있다. 대아그룹 계열의 대아항운은 지난해 11월 말 6개월 기한의 백두산항로(속초-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 운항면허를 발급받았다. 지난해 4월 한중해운회담에서 항로 신설이 승인된 대산-룽옌 항로도 대룡해운에서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항로 신설을 준비 중인 선사들은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운항을 쉬고 있는 카페리선박이 세계적으로 동이 난 까닭이다. 평택-옌타이항로의 경우 창명해운 소유의 <퀸칭다오>호나 중국측 투자사인 산둥보하이룬둬(山東渤海輪渡)가 중국 연안에 취항하고 있는 카페리선이 취항 선박 후보군에 올라 있다. 창명해운이 선박용선을 염두에 두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만큼 한국측에선 <퀸칭다오>호를 운항선박으로 밀 가능성이 크다.

대아항운도 투입선박을 놓고 고민 중이다. 과거 이 항로를 취항했던 <뉴동춘>호가 있긴 하지만 운항을 1년 이상 하지 않아 선박에 문제가 심각할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파도가 심한 동해 특성상 안전한 선박 확보가 선결과제다. 대산-룽옌 노선도 선박 확보에 비상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대산항 여객선부두 설계용역 예산 13억원 반영을 확정하면서 항로 신설에 청신호가 켜졌으나 정작 운항할 쾌속선 찾는 일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선박부족으로 정기선박검사도 불투명하다. 카페리선은 여객을 수송하는 특성상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선박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중 카페리선사들은 대체선박을 구할 수 없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선박검사를 대거 포기하거나 컨테이너선 취항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0년엔 운항을 쉬고 있던 <퀸칭다오>호를 여러 선사들이 대체선으로 활용했지만 지난해 이 선박이 연운항훼리로 용선된 뒤로는 대체선 확보가 요원해졌다.

지난해 5월 <오리엔틀펄6>호를 도입해 운항 중인 단동국제항운만 현재 기존 취항선박이던 <오리엔틀펄2>호를 대체선으로 띄우고 정기점검을 받는 중이다.
선박난은 최근 발생한 선박사고로 더욱 표면화됐다. 인천-옌타이간 카페리 노선엔 현재 컨테이너선이 운항 중이다. 한중훼리가 기관고장이 발생해 중국에서 수리를 받고 있는 <샹셰란>(향설란)호를 대신할 선박을 구하지 못해 컨테이너선을 항로에 띄운 까닭이다. 비슷한 때 선박사고를 일으킨 평택-웨이하이 노선은 선박이 없어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운항선박인 <그랜드피스>호는 사고 이후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수리 중이다.

연운항훼리는 평택항 기점의 매일운항을 목표로 용선해 쓰고 있는 <퀸칭다오>호가 최근 엔진 부속장치 고장으로 중국에서 수리를 받자 기존 선박 2척 운항체제로 복귀했다. 선박관리 책임을 물어 반선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다른 선박을 구하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최근 카페리항로에서 항로 안전성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대체선 확보가 어려워 선박점검에 원활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박 부족문제가 이어질 경우 향후 운항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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