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2 18:05

칼럼/ 정유섭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녹색운송 확대가 환경규제 극복의 시발점
그동안 국제사회는 지구촌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기후변화협약으로 대표되는 환경규제입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마련한 환경규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전세계 무역과 산업활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이것은 환경규제가 기업들의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국제환경규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들은 판매시장 상실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국가나 기업에게는 거대한 새로운 시장을 얻으므로 해서 발전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환경규제는 피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가경제 및 산업발전에 있어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대응하여 화석에너지 사용량 감축과 바이오, 재생에너지, 태양열 등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는 일본의 주요 대도시에서 시내구간에 있어 전기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차량확보시 구입자금 지원, 관련 세금 감면, 전기충전소 증가 등을 추진한 것도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큰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환경보호에 많은 책임을 지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멕시코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2006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CO₂배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CO₂배출량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있기 때문에 CO₂배출량을 감축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CO₂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은 철강, 자동차, 교통산업이며, 운송부문의 CO₂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2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운송부문의 CO₂배출량을 보면, 도로운송의 CO₂배출량이 철도와 선박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화물 1톤km 운송시 수송수단별 CO₂배출량은 화물자동차 98g, 철도 28g, 선박 15g으로 도로운송의 CO₂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또한 운송수단별 사회적비용을 보아도 도로운송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가 전체의 사회적비용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만든 운송수단별 사회적비용을 보면,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 교통사고, 교통혼잡 등을 포함하여 1톤-km당 도로운송 129.6원, 연안해운 12.8원으로 도로운송의 사회적비용은 연안해운의 10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따라서 온실가스 등 국가의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한 정책방향은 분명합니다.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운송구조에 있어 도로운송의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연안해운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연안해운은 도로운송에 비해 대기오염, 소음, 교통혼잡, 교통사고 등에 따른 사회적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에 도로운송의 분담률을 낮추고 연안해운의 분담률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그동안 국제환경규제 강화를 일관성 있게 주장해 왔던 EU와 일본은 물류ㆍ운송산업에 대한 자국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물류ㆍ운송업계 자체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대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아울러 CO₂배출량 감축을 위해 도로운송화물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하는 Modal Shift 정책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습니다.

EU는 도로운송화물을 친환경 운송수단인 해운과 철도로 전환하는 Modal Shift의 일환으로 마르코폴로(Marco Polo)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친환경 운송장비와 물류장비 개발, 친환경 물류기술 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또한 일본은 해상운송에서의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친환경선박인 슈퍼에코쉽(Super Eco-ship)의 제조기술 개발, 슈퍼에코쉽 확보자금 지원을 위한 공유건조제도 도입, 연안피더화물 증가를 위한 운송보조금 지급, 연안해운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 감면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2005년 37%에 그치고 있는 연안해운의 수송분담률을 2016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연안해운의 운송비중을 높여 화물운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일본 정부의 연안해운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자국내 산업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우려하여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했던 미국, 중국, 호주 등도 ‘포스트 교토의정서’ 협의과정에서는 기후변화협약 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 억제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 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EU에 비해 국제환경규제 강화에 대해 정책적 대응이 빠르지 못한 실정입니다. 지금은 기후변화협약에서 규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억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나 아직도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와 운송구조를 친환경 산업구조와 운송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환경규제 강화와 함께 환경규제 충족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한 도로운송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송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친환경 운송수단인 연안해운의 분담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도로운송화물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하는 Modal Shift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Modal Shift는 단순히 화주가 연안해운을 많이 이용도록 지원하는 것에 그쳐서는 달성할 수 없으며, 도로운송수단에 대한 연안해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책대안을 병행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안해운의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있어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화주들의 연안해운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대화주들은 수송비의 최소화를 위한 자사의 운송네트워크를 최적화한 상태입니다. 국내 대화주들은 자사의 주요 물류거점을 중심으로 운송구역을 정하는 동시에 운송구간별로 운송비가 가장 저렴한 운송수단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주들이 구축한 운송네트워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즉, 대량화물의 운송구역 및 운송구간별로 연안해운의 운임경쟁력이 강화되어야 Modal Shift의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화주에게 도로운송과 연안해운간 운임 및 운송시간 등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연안해운의 분담률 증가는 연안해운에 대한 화주의 선호도를 높이고, 도로운송에 대한 연안해운의 운임경쟁력을 강화시켜야 가능합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연안해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신규 내항피더화물에 대한 운송비 보조, 연안화물선에 대한 면세유 공급, 친환경선박의 건조 지원, Modal Shift를 전제로 하는 온실가스 추가배출권 부여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방안들의 사회적비용 절감효과, 우선순위와 시행시기 등을 신중히 검토하여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대안을 추진함으로써 연안해운 활성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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