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3 13:10

기획/ 포워더, 불황 어떻게 극복하나?

물량급감에 출혈집화경쟁, 포워딩 업계 경쟁력 지원책 화급
●●● 요즘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바깥 풍경과 달리 국제물류주선(포워딩) 업계는 차디찬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을 불문하고 모두 몸을 움츠리고 경기가 풀릴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선사와 화주 사이에 낀 포워딩업체가 체감하는 불황의 강도는 특히 심하다. 피부로 느끼는 선사의 운임하락과 화주의 물량감소 두 현안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해 포워딩업계가 골몰하고 있다.

선사들은 실어나를 화물이 급격히 감소해 선박을 계선하고, 서비스항로를 줄이면서 선복을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다. 수출화주들은 수출할 국가들의 소비 위축으로 제품을 창고에 쌓아 놓고, 수입화주들은 환율 급등함에 따라 제품 수입을 미루고 재고 물량만으로 근근이 버텨내고 있다.
국제물류주선업계라고 이 불황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물량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전 직원이 나서서 영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소규모 포워딩 업체 중엔 이미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곳도 쉽게 눈에 띈다.

그만큼 전대미문의 세계경제 불황에 포워딩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대형,중견 포워더 일부를 제외하고는 채산점에 밑도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견포워더 대기업 물량 받아 그나마 견딜만해

대형 포워더들은 20~30%에 이르는 물량 감소에도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경기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형 포워더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수출입 전체 취급물량이 30~40%정도 감소했다. 수출의 경우 물량이 작년 하반기에 급격히 떨어진 것은 아니다. 점차 물량감소가 커지다가 3월쯤 되니 다시 줄고 있다. 가장 많은 감소를 보인 것은 대중국 무역이다. 수입의 경우 수입물량은 연초에 계약을 하는데 환율이 급등해버려 계약건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같은 업체의 수입담당자는 “물량이 줄다 보니, 새로운 실화주를 찾아다니는 공격적 영업보다 기존 화주와의 거래를 유지하는 방어차원의 영업을 하고 있다. 고객을 통해 서비스가 맘에 안 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화주의 요구도 많이 수용하고 있다. 이쪽 업계는 한번 소문이 잘못 나면 바로 물량 감소로 이어져 회사에 적잖은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해 더 세심하게 설명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협회 회비 못내는 업체 상당

시황 악화로 한국국제물류주선업협회(KIFFA)를 탈퇴하는 회원사들도 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5곳의 회원사가 협회를 탈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협회비 미수금을 못내 제명당한 곳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서 최근 포워딩업계의 경기불황을 엿볼 수 있다.

중소화주의 물량만을 취급하고 있는 某업체는 “전체적으로 작년 말보다 40%정도 물량이 줄었다. 항공화물이 해상화물운송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컸지만 경기불황으로 항공과 해상의 비중이 바뀌었다”며 “원래 수입물량을 더 많이 취급했지만, 수출의 경우 제휴 파트너가 지정해준 것 외에는 거의 나가는 것이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

또다른 업체는 “올 1,2 월은 작년 말보다 30% 정도 감소된 물량이었지만 3월부터 좀 나아져 물량감소가 10% 안팎으로 줄었다. 일본과의 교역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엔화 강세로 수입업체들의 환차손이 커 물량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운임미수금 쌓여 자금유동성 악화
등록기준 강화도 신중히 검토돼야

최근 경기악화로 미수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포워더의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포워더는 화주 대신 수출입화물의 국제물류에 대한 여러 업무를 처리하고 그 관련비용을 운송업자에게 대납한 뒤 이를 화주에 청구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물동량 급감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포워더가 운임미수에 노출돼 있으나 이를 해결할 대안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말보다 미수금이 늘었고, 미수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급급하다. 하지만 대부분 계속 거래를 해오던 고객들이고 거래를 끊기엔 물량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某업체는 일반적인 운임 결제는 익월말에 이뤄지지만 수출업체가 제때 대금결제를 못받고 있기 때문에 한달을 넘겨 그 다음달 결제를 해주기도 한다. 심할 경우 대금결제 기간을 나눠서 지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거래를 하기 힘든 기업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정리에 들어간다고 미수금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글로벌 위기라는 외부적 요인과 함께 국제물류주선업계가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도 업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중소포워더, 물량감소 미수금 문제 심각

우선 이 업종에 대한 미흡한 정부 지원책을 들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70%를 상회하고 교역규모는 세계12위다. 무역규모로 보면 DHL이나 페덱스 같은 국제적인 물류기업이 나올 법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토종포워더는 한 곳도 없다. 이를 두고 포워딩 업계는 소외된 정부정책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물류산업에 대한 투자를 다방면으로 벌여왔다. 꾸준히 공항·항만의 시설 확충이나, 배후단지 개발을 추진해 왔고 외국 물류기업의 유치와 동북아시아지역 물류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물류정책도 펼쳤다. 그러나 정부투자는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곳에 집중돼 정작 수출입 화주기업을 상대로 최일선에서 집화활동을 벌이는 포워더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종합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6년도부터 종합물류기업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육상운송 업체들을 중심으로 종합물류기업의 인증을 하고 있어 중소 전문물류기업의 육성책은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제조기업과 화주기업의 제3자물류(3PL) 이용률도 극히 낮다.

포워더 육성 정책자금의 지원도 시급히 도입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해외 현지법인 또는 사무소 개설, 국내공항이나 항만에 물류인프라를 구축할 때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는 생산공장을 만들 때 정부에 공장부지 세금감면과 각종 혜택을 받지만 포워더는 물류창고를 짓거나 해외지사를 설립할 때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워더 육성 정책자금 지원 시급

국제물류주선업 등록사무의 중앙정부 환원도 포워딩업계가 바라는 숙원과제다. 현재 국제물류주선업의 등록업무는 국토해양부가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미국은 FMC(연방해사위원회)가,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직접 면허를 발급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등록기준이 크게 완화된데다 시·도지사 위임으로 말미암아 현재 등록업체만 해도 2,600여곳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포워딩 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게다가 포워더가 쉽게 시작하고 쉽게 문 닫는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관할이 분산돼 있다 보니 일괄적인 사무처리가 안되는데다, 정부의 정책지원에서 소외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업체 한 관계자는“ 물류의 개념이 방대하고 복합적이라지만, 한 곳에서 관할하지 않으니 운송을 하다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로 문의를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KIFFA는 지난 2월께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제물류주선업을 국내 화물자동차운송업·화물자동차주선업과 같이 면허제로 전환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공급과잉이 심한 상황에서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업체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또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국내기업 지원책으로 토지사용료를 외국물류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화물자동차에 대한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도 함께 건의했다. 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할인이 적용됐으나 현재는 폐지돼 소형차량 7,400원, 중형차량, 1만2,500원, 대형차량 1만6,200원이 적용되고 있다. 포워더들은 최근 물량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고속도로 통행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포워더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 뿐 아니라, 포워더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크다. 업체들이 바로 앞만 보고 달리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자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어 포워더들은 어려운 시황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위한 자생력제고에 더욱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운임하락의 경우, 가격 경쟁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므로 불경기에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포워더는 선사에서 제시하는 운임을 그대로 화주에게 가서 받을 것이 아니라, 화주에 적합한 운임과 서비스를 선사에 제시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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