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9 10:00

기획/한·중 카페리항로 앞날은...

경기침체로 물동량 30% 하락…일부선사 소석률 10%대 하락
인천항 휴대품 통관 강화로 소무역상 ‘울상’



●●● 지난 1990년 9월 위동항운이 한국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威海)에 첫 배를 띄운 뒤 한·중 카페리항로는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장족(長足)의 발전을 이뤘다.

위동항운의 골든브릿지호가 닻을 내리기 전까지 2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던 웨이하이시는 240만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인 3만명이 살고, 한국기업 3천 곳이 생산활동을 벌이는 한국기업의 생산거점으로 변모했다.

한중 수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카페리항로가 최근 들어 실적악화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쾌조의 출발을 보였던 한중 카페리항로는 하반기 들어 기대했던 베이징 올림픽이 항로에 ‘독’이 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특히 올림픽이 끝난 이후 여객은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화물은 최근 불어 닥친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물동량 실적은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던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급기야 11월과 12월엔 ‘폭락’이라고 할만큼 감소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11월과 12월 한중 14개 카페리항로(평택-칭다오 제외)의 컨테이너 수송실적은 20피트 컨테이너(TEU) 2만6898개, 2만1549개를 기록해 2007년의 같은달과 비교해 각각 30%, 37.2%나 급감했다.

한중 카페리항로의 어려움은 선복 대비 화물 적재비율을 나타내는 소석률 지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 한중 카페리항로의 소석률은 대부분 50% 미만으로 하락한 상태다. 항차당 최대 300TEU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이 150TEU도 못 싣고 출항에 나서는 셈이다. 일부 항로의 경우 10~15%까지 소석률이 하락한 곳도 있어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수출·입 동반 하락, ‘위기감 고조’

카페리항로 A선사 고위 임원은 이에 대해 “중국내 임가공업체들이 대부분 무너졌다”며 “임가공업체는 카페리항로가 개설된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항로 물동량도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임가공업체들은 한국 원부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든후 완제품을 다시 한국으로 수출하는 제조·판매 패턴으로 카페리항로 물동량 확보에 버팀목이 돼 왔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각종 규제 강화 등 중국내 생산환경 악화로 현지 진출한 한국 임가공업체들이 철수하거나 생산 거점을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옮기면서 물동량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예전엔 추석이 지나고 (수입항로에서) 의류 상품들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경기 악화로) 지난해엔 이 같은 특수가 아예 없었다”며 “평일에 160~200TEU 가량 화물을 실었지만 최근엔 앞에 1자(100단위)가 빠진 물동량 성적표를 받아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B선사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그간 이 항로를 떠받쳤던 수입항로 물동량까지 크게 줄고 있어 큰 걱정”이라며 “작년 1월만해도 수입항로 선복은 예약하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지금은 선사들이 화물유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교해 여객 수송실적은 올림픽이 끝난 9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화물 폭락세로 타격을 입은 선사들에게 그나마 단비가 되고 있다. 10월 9.1% 성장했던 여객 수송실적은 11월엔 2.3%로 성장 폭이 둔화되나 싶더니 12월 들어 다시 성장세가 두자릿수(11.7%)로 확대됐다.

업계는 여객 실적 상승의 이유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요금 인상과 연말연시 단체여행객들의 선박 이용을 꼽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 신세’라도 면해볼 요량으로 보따리무역(소무역)을 위해 배를 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10년 전 국민의 정부 시절 IMF를 맞아 보따리무역이 부각됐던 것처럼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이 업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보따리상 러시’…여객 상승

취항 선사들은 소무역상들이 여객 실적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적 상승이 항로 채산성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올림픽 시즌 동안 소무역상들을 유치하기 위해 승선요금을 크게 인하해 준 이후 다시 올려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무역상들은 40~50% 할인된 왕복 10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한중 카페리선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C선사 관계자는 “여객 실적이 늘었다고 하지만 운임이 많이 낮아진 터라 단기간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며 “최근엔 환율마저 오르고 있어 달러베이스로 움직이는 선사들에겐 운임이 더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침체로 작년 전체 실적은 물동량의 경우 4.6% 하락한 36만2117TEU, 여객의 경우 3.3% 하락한 106만8715명에 그쳤다. 특히 물동량 실적감소는 지난 90년 첫 항로가 개설된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점에 미뤄 선사들에게 뼈아픈 경험이 됐다.

실적 악화로 항로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평택-중국간 카페리항로 2곳이 지난해 잠정적인 중단에 들어갔다. 씨앤훼리(C&훼리)의 평택-르자오(日照) 항로, 청도풍양페리의 평택-칭다오(靑島) 항로가 문제의 주인공이다.

평택-르자오 항로는 운항선사인 씨앤훼리의 연료비용 및 항만비용 체납으로 취항 선박이 지난해 10월30일 중국 르자오항에서 억류된 이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업계는 최근 씨앤그룹의 유동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이 같은 악재가 터진 상황이어서 한국 정부당국이 나서지 않는 한 항로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앤훼리의 체납액은 약 4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평택-칭다오 항로는 취항 이후 베이징 올림픽으로 큰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이후 잠정 폐쇄됐다. 모회사인 진양해운은 카페리항로의 성적표가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이하로 나타나자 항로 운영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 항로 취항선박은 대룡해운에 재용선돼 평택-룽청(榮成)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양해운은 창명해운측에서 용선한 이 선박을 재용선해 원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심산이다.

게다가 평택-웨이하이간 신설항로는 아직까지 선박 취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항로는 지난 2007년 12월 정인해운이 한국측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1월 운항사인 교동훼리가 선정됐으나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취항이 미뤄져왔다. 게다가 평택항 일반부두(동부두)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도 항로 개설에 걸림돌이 됐다. 최근 다른 2개 항로가 중단되면서 여객터미널 선석 배정에 여유가 생기긴 했으나 국토부 승인을 받은 11월 이후부터 불거진 시황 악화로 개설이 불투명해졌다.

이같은 바닥시황 속에서도 연료유 비용이 계속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선사들게 위안이 되고 있다. 카페리선들이 주로 쓰는 연료인 벙커C유 CST 180의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810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1월엔 29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위동항운측은 왕복운항에 140t의 연료를 쓰는 인천-칭다오 노선의 경우 한번 운항에 드는 연료유 비용이 작년 7월 11만달러에서 최근엔 4만달러선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다만 연료유 하락에도 불구하고 카페리 선박은 선박 특성상 연료유가 많이 들고 연료유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선박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연료유 지출은 여전히 컨테이너선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시황 타개책은…상생전략 모색

한편 최근의 시황 침체를 맞아 취항선사들은 기존과 다른 서비스 모색에 나서고 있다. 공동여객 유치를 위한 여행코스 개발과 통합예매시스템, 연료유 공동구매 등 취항선사 공동 이익과 상생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인천항만공사와 인천-중국간 카페리 선사들은 통합 운항스케줄 및 예매사이트인 인천국제여개터미널(www.icferry.or.kr)을 개설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은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인 SK와이번스와 협약을 체결해 야구 경기 관람객에서 카페리 왕복 승선요금 20%를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도 선보여 높은 호응을 얻었다.

D선사 관계자는 “이제 선사들이 경쟁만 해선 최근의 시황을 이겨낼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선사들이 함께 여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공동관리 기구 개설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선사들은 업계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는 휴대품 통관 강화도 하루 빨리 완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여행자 휴대품 고시’ 품목중 참깨와 고추의 허용 한도를 종전 15kg에서 10kg으로 엄격히 했다. 규정상 품목당 5kg(총량 10개 품목 50kg, 10만원)까지 허용돼 있으나 주요 품목인 고추와 참깨에 대해선 지금까지 15kg까지 들여올 수 있도록 승인해오다 12월부터 다시 강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카페리업계는 “고추와 참깨가 소무역상들의 수익을 내는 주요 품목들이어서 제도 강화가 이들의 수익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카페리업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 선사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나빠지면서 나이든 노인분들까지 다시 배를 타고 있는데 휴대품 한도를 강화하면 배를 타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예전 IMF 시절엔 보따리상들을 장려하더니 이젠 이들을 외면하는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같은 관계자는 “상인들이 한 항차당 7천원 번다고 하는데 한달 20항차를 다닌다고 해봐야 버는 돈은 15만원에 불과하다”며 “대체 통관 강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밖에 카페리업계는 중국인 비자발급 문제와 차량휴대 선박여행도 업계 활성화를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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