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08 10:01
논단/ 불법행위와 국제재판관할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실질적 관련의 유무에 따라 관할권 판단해야
1. 국제재판관할(국제사법 제2조)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여 국제재판관할의 판단에 있어 ‘실질적 관련의 원칙’을 도입하였다.
한편,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국내법에 토지관할규정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던 종래의 입장과는 달리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하는 단계에서 곧바로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해상사고에 관한 불법행위청구소송에서도 항상 국제재판관할이 문제가 되므로 이하에서는 관련 민사소송법 규정 및 판례들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불법행위지의 특별재판적(민사소송법 제18조)
민사소송법 제18조 제1항은 “불법행위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행위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제18조 제2항은 “선박 또는 항공기의 충돌이나 그 밖의 사고로 말미암은 손해배상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사고 선박 또는 항공기가 맨 처음 도착한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행위에 관한 소에 있어 불법행위지라 함은 일반적으로 행위지와 결과발생지 모두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나,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나라에 관할을 인정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손해발생지의 경우에는 국제사법 하의 실질적 관련의 원칙에 비추어, 특정한 나라에서의 결과 발생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관련재판적(민사소송법 제25조)
민사소송법 제25조는 제1항에서 “하나의 소로 여러 개의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제2조 내지 제24조의 규정에 따라 그 여러 개 가운데 하나의 청구에 대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소송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공통되거나 사실상 또는 법률상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그 여러 사람이 공동소송인(共同訴訟人)으로서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행위에 관한 국제재판 관할에 있어서도 위 관련재판적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4. 관련판례 검토
(1)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1)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섭외적인 요소를 갖는 분쟁의 해결에 관하여 국가를 단위로 어느 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갖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인데, 이에 관하여는 현행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문 개정된 것) 제2조가 일반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나 그 부칙 제3조는 동법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에 관하여는 동법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따라서 위 법 시행 이전에 제소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한 이 사건에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일반조항인 동법 제2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그 밖에는 국제재판관할을 직접 규정하는 법규가 없고 또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명확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에 관한 기본이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사법 제2조가 제1항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어 제2항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조항의 내용 역시 위와 같은 일반원칙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분쟁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소송은 강제적 행정절차 및 그 절차규정에 따라 도메인 이름을 이전하라는 행정패널의 판정이 내려진 이후 도메인 이름의 선등록자가 그 등록자 명의를 되찾는 것을 주목적으로 제기한 것인 바, 법기술적으로 어떠한 소송유형이 가능한지에 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이 소송에서 문제되는 실체 판단의 요체는 결국 도메인 이름 선등록자의 등록·이용행위가 오프라인상의 피고의 기존 지적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것인지의 여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도메인 이름의 선등록자인 원고는 행정패널의 판정이 내려져 집행되기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내의 자신의 주소지를 사업 중심지로 삼아 회원들에게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포함한 여러 도메인 이름들을 이메일 주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영위하면서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웹사이트의 주된 이용언어는 한국어이었으며 그 주된 서비스권역 역시 대한민국이었던 것으로 보여지며,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이전 판정으로 인하여 영업상의 손해가 발생한 곳 역시 원고의 사업본거지이므로, 과연 그러한 이용행위가 침해행위인지 여부 및 손해의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증거들은 모두 대한민국에 소재한다고 보여지고, 따라서 분쟁이 된 사안과 대한민국 사이에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 할 것이다.
위 절차규정 제1조가 행정패널의 판정의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관할로서 신청인이 선택가능한 관할인 상호관할을 정의하면서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 법원과 함께 도메인 이름 등록인의 주소지 법원을 나란히 열거하고 있는 것은 강제적 행정절차에 따른 판정을 신청할 당시를 기준으로 볼 때 등록인이 소극적 당사자라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도메인 이름에 관한 소송에 있어서 도메인 이름 등록인의 주소지는 등록기관의 주된 사무소와 함께 도메인 이름에 관한 분쟁과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큰 곳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피고가 해결정책에 따른 판정을 신청할 당시에 원고의 주소지를 중심지로 하는 영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자신이 지정한 상호관할지 법원 이외에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도 있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원고는 피고의 법정지에 따른다는 전통적인 재판관할의 기본원칙에 따라 피고의 본거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재판관할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중첩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위와 같은 분쟁의 실질적인 내용 기타 기록상 인정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이 이 사건 분쟁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을 행사하기에 현저히 부적절한 법정지국이라고 인정되지도 아니한다.
또한, 해결정책이 등록기관을 매개로 등록자와 행정패널에 의한 판정을 신청하는 자의 순차적인 동의에 의하여 구속력을 갖추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해결정책 제4조 k항은 강제적 행정절차와는 별도로 양쪽 당사자들이 적법한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제소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도메인 이름 등록자와 판정을 신청한 자 사이에 위 절차규정에 따라 선택된 상호관할법원을 당해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전속적 관할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단지 행정패널에 의한 판정에 불복을 구하는 등록자가 신청자에 의하여 선택된 상호관할지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경우 그 불복을 구하는 판정의 집행을 정지시킬 기회를 상실한다는 효과가 있을 뿐이며, 그 불복을 구하는 소송에 관하여 당해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재판관할에 대한 법리에 따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 바, 이러한 법리에 따를 때 이 사건의 경우에도 상호관할지 법원 중 피고가 선택한 등록기관 소재지 법원을 전속관할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상호관할에 관한 해결정책 및 절차규정의 조항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위에서 본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2.9자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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