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5-09 17:31

[ 엔화 가치하락 일본 선사 운임경쟁력 강화케 ]

일본의 중고선 공급증가·중고선가 하락촉진
수출입 위축으로 국내 해운업계도 영향 클 듯

7년만에 엔화가 美 달러화에 대해 최저치를 기록, 우리나라 수출에도 큰 타
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자전기, 자동차, 조선분야등은 일본과 치
열한 가격경쟁을 하는 분야로서 현재와 같이 엔화가 곤두박질하는 평가절하
가 계속될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릴 것을 불보듯 뻔한 이치이고 무역수지
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전선에 비상

수출이 지난 5월들어 증가율이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반전되면서 수출에 비
상이 걸린 상태에서 엔저현상이 예상외로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어 무역,
해운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엔저현상으로 인한 수출업계의 타격은 곧바로 해운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일
부항로에선 5월 하순부터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선사 관계자의
얘기이다. 아울러 현재같은 엔화의 가치하락이 지속될시 수출의 감소와 함
께 수출용원자재 수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 수입물량도 감소될 전망이
어서 해운업체들은 저마다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뽀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무역의 대일의존도가 높을 뿐아니라 제3국시장에서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엔화와 달러의 환율변동은 우리나라
의 수출입을 비롯한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의 연구결과를 보면 엔/달러 환율변동이 우리나라 수출입가격 및
GNP에 미치는 영향은 엔/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수출가격은 0
.46% 하락하고 수입가격은 0.28% 하락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은
0.19%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엔화의 평가절하는 일본 수출입의 가격
하락을 유발하며 이는 다시 경젱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하락을
초래함으로써 우리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의 연구결가는 엔/달러 환율이 1%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수
출물량 및 가격이 각각 0.13% 및 0.14%씩 감소함으로써 0.27%의 수출금액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수입의 경우에는 엔/달러 환율 1
% 상승시 우리나라의 수입물량은 거의 변화가 없으나 수입가격이 0.19% 감
소해 수입금애고 0.19%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엔화의 평가절하는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 증가세가 둔화
될 것으로 보여 문제지만 아울러 엔화 약세영향으로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
하될 경우 더 큰 악재를 만나게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엔화약세의 해운
산업에 대한 영향은 환율변동에 따른 직접적 영향과 세계 경제여건의 변화
를 통해 나타나는 간접적 영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것이 해운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영향 줄 듯

먼저 직접적 영향으로는 일본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해
운시장의 경쟁심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즉, 일본 해운기업은 환율상승
분 만큼 달러기준의 운임수준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며 이는
해운산업의 운임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 여타국
해운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치열한 집화경쟁 내지 운임인하 경
쟁을 전개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화약세는 이같이 일본기업이 제공하는 해운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
킬 뿐아니라 일본의 신조선 및 중고선 가격경쟁력도 향상시키게 된다는 분
석이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 신조선시장에서 각각 40% 및 30%내외의 시장점
유율을 확보함으로써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엔화약세는 일
본 조선업계의 시장점유율 유지 내지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원화약세로 상대적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엔화의 평가절하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가격경쟁력을 어느정도 잠
식하게 될 것으로 분석괸다. 또 중고선시장에서도 일본은 세계 최대의 중고
선 공급국으로 시장지배력이 큰 편이며 엔화약세는 일본의 중고선 공급증가
및 중고선가의 하락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자국통화가치하락에 의해 가격경쟁력이 향상된 상
황에서 자금확보의 필요성에 직면해 대규모 중고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까지 중고선 공급대열에 동참할 경우 선가하락을 부추기게 될 우여가
높다는 것이다.
한편 엔화약세는 세계 경제여건을 변화시킴으로써 해운시장에 영향을 미치
게 된다. 즉,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은 다소의 수출물량 증가를 도모할 수
있으나 수입의 감소가 예상된다. 아울러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침체국면
에 있는 일본경제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기침체는 시장
기능의 미비, 기업회계의 투명성 결여, 비효율적인 조세제도, 토지이용 규
제등 구조적인 문제와 내수부족에서 기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중심의 항로에서 주요 수출품 특히 컨테이너 화물의 물동량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수입물동량은 감소 내지 정체가 예상된다. 특히 일본은 주요
건화물 수입에 있어 세계 물동량의 27%정도를 점하고 있으며 그만큼 건화
물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경기침체는 건화물 수
입수요를 위축시킴으로써 건화물선 시장을 압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은 GDP의 10%미만으로 내수가 증가하지 않는 한
산업생산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엔화가치 하락은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침으로써 세계 해운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전반적인 해운수요 증가세 둔화와 함께 왕복항 물동량
의 불균형)즉, 북미항로의 동향, 구주항로의 서향항로 등 아시아 지역 기준
의 수출항로 물동량 급증과 수입항로 물동량 감소) 심화 등 문제를 야기시
키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게 될 전망이다.

가격경쟁력심화·수요감소

KMI 동향분석실의 정봉민 연구위원은 “엔화약세의 해양수산부문에 대한 영
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제시장에서의 가격경쟁심화와 수요 감소라 할 수
있다”고 전베하면서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도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
쟁력 향상, 마케팅 강화 등 원론적인 것에서 부터 출발할 수 밖에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물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가격경쟁력과 생산물의 질적 수준, 신뢰성, 사후관
리 등 비가격 경쟁력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해운산업의 경우 일본 해운기
업들의 운임인하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운임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한펴 지난친 운임인하경쟁을 지양하기
위한 공동운항 등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본
의 수출물동량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 면밀한 시장분석 및 집화능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엔화약세의 장기화는 일본경제의 침체를 반영하는 동시에 경제위기
에 있는 아시아국가들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회복지연 내지 부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장기적 해운수요 위축에 대비해 감량경영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근래의 엔저현상은 근본적으로 일본과 미국의 경제적 차이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의 일본 금융기고나 부실채권 문제, 일
본과 미국의 금리격차 등은 엔화에 대한 수요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경제의 장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도 엔화약세의 주요인이 되
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약세가 자국의 수출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
나 달러당 130엔대의 환율하에선 제조정ㅂ의 가격경쟁력이 웬만큼 확보된
상태로 보고 있다. 반면 엔화의 추가적 절하는 오히려 자국의 자본이탈을
통한 증시침체 등 더욱 큰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엔화가치의 추가적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미국 등 여타 선진국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수년간의 경기호조가 첨단제품 분야에서의 기술력 우위
에 의한 시장확대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달러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물가안정과 기업체질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도
자국의 수출증대와 경기회복을 위해선 자국통화의 약세기조를 유지하는 것
이 유리하므로 달러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시장개입에는 소극적이다. 따
라서 엔화 약세기조는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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