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2-06 18:43
자금난·물량난 이중고에 환차손까지
수출주도로 사업방향 전환 모색
모든 업종에 걸쳐 IMF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물류산업에도 태풍이
불고 있다.
작년말부터 시작해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속속 부도를 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MF체제하에서 우리 물류
기업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불황타개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서울차량공업 97.10.2
(주)합경 97.11.4
한국단프라에이스(주) 97.11.18
신신콘베어기계(주) 97.11.19
(주)수산중공업 97.11.27
한라자원(주) 97.12.8
한라해운(주) 97.12.8
한라중공업(주) 97.12.8
(주)서부화물터미널 97.12.12
삼성운반기계(주) 97.12.24
오로산업 97.12.26
(주)한국바코드시스템 97.12.30
구광실업(주) 98.1.5
대한물류특송 98.1.5
지방화물터미널 98.1.5
(주)신화 98.1.9
우양공산(주) 98.1.13
이상은 경기가 급락을 거듭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당좌거래가 정지
된 주요 물류관련기업의 상호를 열거한 것이다.
지난 1월5일에는 일일 사상 최대규모인 총 1백80여개 업체가 부도를 내고
당좌거래를 정지 당했다.
작년의 경우 하루평균 49개사가 부도를 냈으나 금년들어서는 이틀동안에도
2백77(1월3∼5일)개사가 부도를 내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끝 모르는 자금난에 신음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부도사태는 대량부도 사태의 시작에 불과
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IMF체제 하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물류산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헤저드는 곳곳에 숨어있다.
본지에 매월 수록하여 발간하고 있는 물류관련업체(INDEX) 중에서도 대기업
은 자동창고 및 물류정보시스템 부분에만 국한되어 있고, 대부분업체들이
중소 및 영세업체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극심한 자금난 속에서 몇달, 심지
어 몇일을 넘기기 힘든 회사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업체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도대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 어음도 할인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융자는 일체 중단된 상태다. 심지어 가계수표 발행까지 힘들다는
은행의 설명이고 보면 해결책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자금이 경색되다보니 시장이 경색되고, 따라서 당연히 투자도 경색된다.
당장의 상황이 어렵다하더라도 희망이 보이면 괜찮겠는데 솔직히 금년은 희
망도 없다."
"핵심부품을 들여와야 그나마 수주해 놓은 물량이라도 납품할텐데 환차손으
로 바이어들이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원부자재 자체가 없으니 공장 전체가
올스톱된 상태다."
물론 앞서 소개한대로 1월 중순 현재 물류업계에서 당좌거래가 정지된 업체
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마저 간과될 수는 없다. 일례로 운반기계류의 경우 96
년에 비해 97년 내수물량이 소량 감소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 11월부터는
발주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목재파렛트·운송업계 큰 타격
특히 대부분 물류장비의 발주가 하반기에 몰리는 국내 여건상 98년 상반기
는 현재보다 더 참담한 상황까지 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가장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다.
특히 원부자재를 1백%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목재 파렛트업계나 운송업계의
경우 생산 활동 자체를 미루고 있는 실정.
이중 파렛트업계의 경우 소규모기업조차 매월 1∼2억원의 환차손을 보고 있
다. 비교적 대기업에 속하는 E기업의 경우 원목수입에 따른 환차손이 년
2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초반부터 내수물량의 재고증대로 인해
파렛트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 났기 때문에, 최고로 비싼 가격에 구입한 원
목으로 이미 싼 값에 수주한 파렛트를 납품해야 하는 실정이다.
운송업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11톤 트럭을 기준으로 서울∼부산간 통상운임은 17∼18만원.
그러나 이미 지난해말 동구간의 기름값만 10만원선을 돌파한 상태다. 고속
도로통행료, 식대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화물차량이 장거리 운행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며, 일
부 업체의 경우 운행을 거부하는 상태까지 이르고 있다. 일례로 신문용지
를 공급하고 있는 H제지의 경우 용차운전자들이 운행을 거부해 곤욕을 치루
고 있다.
운임 최소 30% 인상돼야
운송업계 뿐만아니라 화물알선업계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인 상태.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선업체들이 집중되어 있는 양재동 트럭터미널의
경우 약 1/3 가량의 업체들이 개점휴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나머지 업체들
역시 기존 거래선이 부도나지 않는가를 소리죽여 지켜보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업계는 최소 30%는 운임을 인상해야 차량운행이 가능하다는 의견
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 두업종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96년
말부터 랙을 수입해온 일부업체의 경우 현재 완전히 공급을 중단한 상태이
며, 수입 지게차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IMF의 영향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
다.
수입랙의 경우 한라자원, 세화정밀, KRS 등이 꾸준한 실적을 올려왔으나 한
라자원의 경우 그룹부도, 세화정밀은 기업매각 등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며, 그밖의 업체들도 엄청난 환차손으로 인해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
. 반면에 국산랙업체의 경우는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
기는 마찬가지.
작년말 현재 철재가격은 최소 20% 인상된 상태이며, 그마저도 현금 거래가
아니면 구입조차 어렵다. 랙의 경우 제조자체가 철재가공이 핵심이며, 그
외에는 페인팅작업 정도뿐이어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다.
외자도입 물류시설, 환차손 막대
환차손으로 인한 피해는 엉뚱한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추
진되어온 복합화물터미널의 경우 일부 시설물에 대해 외자를 도입하고 있는
데, 엄청난 환차손으로 인해 시설공사를 후공정으로 돌리고, 설비의 선적을
지연시키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설물은 지불총액이
총 1천2백만달러(1백80억원/달러당 1,500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
고 있다.
대기업 역시 IMF 한파에서 예외가 아니다.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주원인으로 대기업의 방만한 운영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주대상으로 물류부문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LG산전, 한화기계, 태평양정보기술 등이 내부적으로 물류사업을 정리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이고, 그외 기업들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
속될 경우 물류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매출액 위주로 경영을 해온 대기업이 순수익 위주로
경영패턴을 바꿈에 따라 ‘고정인원은 많고, 수익은 별로 없는 중소기업형
사업’인 물류를 우선 정리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생산라인도 아닌 물류설비에 대
한 투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남은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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