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30 18:34

“철도 ‘컨’ 수송부문 민간에 개방해야”

인천대 안승범교수, 철도물류 활성화 세미나서 주장
고속택배철도, 유가보조금 지원등도 지적돼



최근 철도물류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철도 컨테이너화물 운송부문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오후 한국무역센터 5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철도산업과 국제운송’ 세미나에서 기조발표자로 나선 인천대학교 안승범교수는 “국내 철도사업은 국영에서 공사로 전환해 건설 및 운영의 분리는 가져왔으나 여객운송과 화물운송은 분리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철도물류활성화 모색을 위해 (사)국제물류연구회,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안교수는 “화물차량(도로)과 경쟁하기 어려운 화물은 정부차원에서 적자 부분을 지원해야 하나 컨테이너 등 경쟁과 수익을 낼 수 있는 화물에 대해선 철도선로를 개방해 민간에 운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교수는 선로 개방에 대해 “(현재는) 경부선 철도의 용량제약 때문에 선로 개방이 어려운 상황이나 경부고속철도의 대구-부산 구간이 완전 개통돼 별도의 선로로 운영되면 컨테이너화물에 대한 수송을 몇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해 민간사업 참여가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민간개방과 함께 국적사에 대한 블럭트레인 업체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럭트레인이란 자기화차와 자기터미널을 가지고 항구의 터미널에서 목적지의 터미널 또는 하주 문전까지 철도의 선로를 빌려서 일관복합운송을 제공하는 철도물류서비스를 말한다.

블럭트레인은 일반 철도화물 서비스와 달리 민간철도업체가 자기 화차와 자기터미널을 소유하고 국제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항만터미널에서 여러 국가를 통과해 하주의 터미널까지 남의 선로를 빌려 국경에서도 무정차로 철도-트럭의 복합운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블럭트레인 운영사로는 독일의 폴주크(Polzug)와 유로게이트(Eurogate)사를 들 수 있다. 폴주크는 함부르크항만운영국(HHLA)과 독일국영철도, 폴란드국영철도 등이 합작설립한 회사로 독일 함부르크와 브레머하벤, 폴란드를 넘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러시아, 벨로루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국가들에 최대 주6회의 철도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유로게이트사는 함부르크, 브레머하벤을 거점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루마니아, 체코등의 구간을 철도를 통한 복합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교수는 “북한철도의 이용과 한·중간 열차페리가 가능한 경우 한 국가를 거쳐 제3국으로 가는 블럭트레인 사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관련 철도물류사업의 해외진출방안으로 유럽-코카서스-아시아 철도연결프로젝트인 트라세카(TRACECA)나 아세안(ASEAN) 철도협정과 동반하는 식의 다자간 협상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일본등 해외국가와 철도협약을 맺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국내 철도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이 있을 수 있으나 국내 기업 및 철도공사가 해외 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 진출할 국제철도화물운송사업자는 철도공사, 선사, 컨테이너터미널기업, 화물운송기업, 내륙컨테이너기지 및 복합화물터미널 사업자를 비롯해 항만공사, 지자체등이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한국복합물류(주)의 서재환 상무는 철도물류의 현주소를 솔직한 심정으로 토로했다.

서상무는 “내륙화물운송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복합화물터미널등의 수송체계를 갖춰가고 있으나 활용도가 낮아 운영사의 경제적 손실만 가중되고 있다”며 이는 철도물류의 가격과 서비스면에서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상무는 철도물류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속택배운영 열차의 도입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장성, 칠곡, 중부권 복합화물터미널을 3개축으로 해서 운영할 경우 도로와 비교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며 “운영주체는 철도공사가 직접운영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형 블럭트레인이 운영되고 있지만 1개를 제외하고는 다른 노선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들이 입안과정에선 거창하게 되지만 사후관리는 허술한 맹점을 갖고 있다”고 용두사미식 물류정책을 비판했다.

또다른 토론자인 한국철도공사 구교훈 팀장은 정부 지원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다.

구팀장은 “화물차는 7240억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했고 지방도로 무료, 고속도로의 야간할인등의 여러 혜택이 있고 연안운송도 얼마간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며 “철도는 단 한푼의 유가보조금이 없었을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로이용료를 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철도물류활성화를 위해선 유류보조금을 비롯해 선로이용료 감면, 이산화탄소 저감인센티브등 철도운송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밖에 한국교통연구원 정승주 박사는 “협소한 국토의 제약성을 극복하고 철도물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철도화물의 엔트리포인트(진입거점=터미널)를 몇배로 늘리고 철도페리등과 같은 타수단과의 연계부분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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