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2 17:06

해운업계, PSA의 HPH 지분인수 ‘우려반 기대반’

HPH, 지난 4월 자사주식 20% PSA에 넘겨


●●●지난 4월 세계 1위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홍콩 허치슨 포트 홀딩스(HPH)가 자사의 지분 20%를 경쟁사인 싱가포르 PSA에게 44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PSA의 허치슨 주식 매입은 지난 2월 62억달러 규모의 영국 피앤오 포츠 인수에 실패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져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SA는 자사의 최대 규모 투자인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하게 됐다. 이번 거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간 지분 거래는 통신사업에서의 손실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HPH의 현금보유 동기와 글로벌 거점 확보에 이어 HPH와 디피월드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던 PSA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급속한 확장이라는 전략적 이익이 일치함으로써 이뤄지게 됐다.

HPH의 모기업인 허치슨 왐포아는 항만 및 관련 서비스, 부동산·호텔, 소매, 에너지·인프라·금융투자 그리고 통신 등 5개 부문의 핵심 사업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HPH는 세계 20개국 42개 항만에서 247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에 총 5180만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다.

허치슨 왐포아, 통신사업 적자로 재정부담 컸다

작년 HPH의 세전 수익은 13억달러로 전년대비 14% 증가했다. 그러나 HPH의 모기업인 허치슨 왐포아 그룹은 터미널 운영외의 사업에는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3세대 이동통신 사업에서 많은 적자가 발생해 그룹 전체의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지분매각이 진행됐으며 거래를 통해 약 31억 달러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PSA에 대한 자사 지분 매각은 HPH로서는 손해 볼 것 없는 거래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항만 자산에 대한 고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지분 매각이 이뤄졌고 PSA와의 제휴를 통해 신규 터미널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기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의 모든 HPH 터미널에 대한 통제권도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업인 테마섹 홀딩스의 자회사인 PSA는 작년 세계 12개 국가에서 총 4118만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한 바 있다.


PSA는 HPH지분 매입을 통해 자사의 전략인 글로벌 터미널 사업의 확장 및 다각화를 실현하게 됐다. PSA는 세계적인 교역규모의 증대에 부응해 자사의 글로벌 터미널 네트워크 확장을 도모해 왔다.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으나 피앤오포츠 인수를 위한 집요한 노력은 PSA의 글로벌 전략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PSA, 글로벌 터미널 사업 확장 가능해져

특히 PSA는 작년 HPH의 홍콩 터미널 운영사인 HIT의 지분 20%를 인수한데 이어 이번 지분 인수로 홍콩 컨테이너 터미널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증가시키게 됐다.

또 PSA는 부산 신항과 톈진항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과 중국에서의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PSA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HPH의 추가적인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양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간 지분거래를 바라보는 해운업계의 시각은 소수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들에 의한 독과점적 지배 체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감과 장래 터미널 공급 재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기대감이 혼재돼 있다.

먼저 이번 지분 매입으로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은 소수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들에 의한 지배체제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과점적 운영구조가 고착화 돼 있는 유럽 항만에 기항하는 정기선사들은 금번 지분 거래에 따른 과점체제의 심화가 터미널 운영사와의 협상에서 선택권을 축소시킴으로써 터미널 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PSA가 말레이시아의 포트클랑,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태국의 램 차방 항만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킴에 따라 주요 경쟁 항만인 탄중 펠레파스항을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터미널 요금 인상 우려

그러나 정기선시장과 터미널 사업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시점에서 신규 터미널의 개발은 막대한 투자비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터미널 간 통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여전히 충분한 항만 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독과점의 피해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며 오히려 HPH와 PSA간 제휴를 통해 기술개발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지분거래는 양사간 합병이 아니며 HPH와 PSA는 독자적인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KMI는 “이번 지분거래는 기존의 경쟁 일변도의 시장 구조에 배치되는 새로운 흐름으로서 거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상호 보완적인 부문이 아닌 경쟁 부문에서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사고가 해운·항만 산업과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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