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06 09:56
기획취재/쓰나미 피해 “해운시황에 큰 영향 없을 듯”
항만지체, 선박충돌, 화물침수사례 속속 보고
재건사업 특수로 핸디급시황 중단기적 호재 예상 ‘눈길’
항만지체, 선박충돌, 화물침수사례 속속 보고
재건사업 특수로 핸디급시황 중단기적 호재 예상 ‘눈길’
구랍 26일 동남아시아 뱅갈만 일대에서 발생해 연말시즌을 참혹하게 물들였던 쓰나미(지진해일)는 유사 이래 최악의 지진해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쓰나미가 성탄절과 연말시즌 사이에 일어나 외국 관광객들의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집계된 인명피해만 해도 15만5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 일대 해안들의 가옥과 도로가 대규모로 유실되면서 막대한 재산피해도 냈다.
이번 쓰나미로 인도네시아에서만 이재민이 약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가별 사망자 수는 인도네시아 9만4천여명, 스리랑카 4만여명, 인도 1만5천여명, 태국 5천여명, 미얀마 90명, 몰디브 75명 등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사망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쓰나미를 유발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다섯번째로 강력한 것으로 랭크됐으며, 진앙에서 2천km 떨어진 태국 방콕의 건물이 흔들리고 스리랑카에 10m 높이의 해일이 일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지역의 인도양과 면해 있는 서부 해안의 해저 40km 지점으로 오전 8시께부터 시작됐다.
먼저 진앙지에서 가까운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 북서부의 록수마웨와 반다 아체를 강타한 지진은 도로를 1m나 너울지게 할 정도로 파동을 일으키며 수십채의 건물을 붕괴시켰다. 이어 바다에서 발생한 해일이 서부해안 도시를 휩쓸자 가옥과 도로가 물에 잠겼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발생한 거대한 높이의 해일은 인근 주변국들도 동시에 강타, 태국 푸껫, 말레이시아 페낭, 인도 첸나이ㆍ벨라카니, 스리랑카 걀 등도 해일에 따른 큰 인명ㆍ재산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도 이번 쓰나미로 인해 5일 현재 사망자 12명, 실종자 8명, 소재 미확인자 198명에 이르는 인명피해를 입은 것으로 외교통상부는 집계하고 있다.
해운업계, 긴장속 사태파악 분주
이같이 쓰나미의 피해로 동남아 일대 국가들이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입었으나 경제적인 피해는 그 범위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운물류분야도 사태파악에 분주한 가운데 피해규모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외신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쓰나미(지진 해일)는 서남아시아 일대에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피해액이 지난 95년 발생했던 고베지진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베 지진의 피해액이 1320억달러에 달했던 반면 이번 쓰나미로 인한 피해규모는 약 140억달러(약 15조원)로 추산된다.
사망자 숫자가 고베 지진 때보다 수십배 많은 데도 피해액이 적은 것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이 피해를 입었고 사회기반시설도 별로 없었기 때문.
이와 함께 지진과 해일의 막대한 파괴력은 각국의 인프라 밀집지역을 비껴나가 주요 금융, 통신, 생산시설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피해지역은 대도시나 공업단지가 아닌 대부분의 국가에서 해변의 촌락들이어서 인명피해는 많았으나 상대적으로 산업피해는 적었다.
지진피해가 가장 심한 인도네시아 아체주의 경우도 가스와 비료, 제지, 고무, 합판이 주요 산업이나 큰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스전은 아체주 동쪽의 말라카 해협의 해저에 있는데, 개발회사인 아룬(Arun)사와 엑슨모빌(Exxon Mobil)은 지진으로 약간의 피해는 있었지만 지진 당일 오후에 바로 복구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페낭의 반도체공장들이 온전했고, 태국은 방콕 일원의 피해가 거의 없었으며 인도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산업이 그대로 남았다.
다만 관광산업의 경우 일정수준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복구진행도나 관광객들의 문의 등으로 볼 때 수개월내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이번 지진피해는 작년의 유가폭등이나 미국 플로리다를 휩쓴 허리케인, 2003년도의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영향 범위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전염병의 창궐이나 대규모 민란 발생 등의 변수가 추가되지만 않는다면 이 지역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벌크선ㆍ피더선 전복사고
해운물류분야에서도 예상보다 큰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로이즈리스트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입은 피해규모는 ▲선박 2척 전복 ▲인도 첸나이항(구 마드라스)의 갠트리 크레인 2기 파손 및 선박 3척 충돌 ▲스리랑카 콜롬보항의 정전사태 등이다. 이외 다른 선박이나 항만들은 피해가 거의 없었으며 현재 정상적인 운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복된 2척의 선박은 인도네시아 선사인 사무데라쉬핑라인(SSL)의 벌크선과 싱가포르 씨 컨소시엄(Sea Consortium)사의 피더선 ‘자미(Jaami)’호다.
SSL의 시멘트 운반선인 6천693t(중량톤)급 ‘시나 안달라스(Sinar Andalas)’호는 지진발생 당일 인도네시아 로크 응아(Lhok Nga)항에 밀어닥친 쓰나미로 인해 전복, 선원 19명중 1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항해중이거나 수심이 깊은 외항에 정박해 있었던 대부분의 선박들은 이렇다할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나 시나 안달라스호처럼 내항에 있던 선박들은 이번 쓰나미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진해일이 지표로 들어오면서 그 높이와 파괴력이 훨씬 더 증폭되기 때문.
SSL 관계자는 “현재 사고지역에 비상대책팀을 파견하고 15명 선원들을 수색하고 있으나 생존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크 응아항은 쓰나미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아체주의 수도 반다 아체로부터 서쪽으로 17km 떨어진 곳이다.
자미호도 당일 스리랑카 콜롬보항으로 입항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선박은 입항도중 해일로 인해 방파제 위로 떠밀려 전복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나 인도, 대만, 남중국 등 해안선이 길게 뻗어 있는 남아시아 지역은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피더선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이들 선박은 모선들에 비해 그 규모가 워낙 작아 해일의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 자미호 이외에 다른 소규모 피더선들도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첸나이ㆍ콜롬보항, ‘날벼락’
항만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인도 첸나이항과 스리랑카 콜롬보항이다. 스리랑카 콜롬보항은 자미호 전복사고 외에도 해일로 지진 당일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졌다. 콜롬보항은 쓰나미의 영향권을 등지고 있어 큰 영향에서 비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복과 정전사태로 선박 지체가 발생, 한 때 부두내 큰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사우디항만에서 극동지역으로 가는 선박들이 콜롬보항 기항에 애를 먹었다.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대인 콜롬보 베이(Colombo bay)호가 접안에 지체를 빚었으며 네들로이드 아메리카(Nedlloyd america)호는 콜롬보항을 건너뛰기(스킵)도 했다.
인도 첸나이항은 정박해 있던 선박 세 척이 정박지 계류줄이 끊어지면서 서로 충돌, 구랍 26일 하루간 항만이 폐쇄되는 사태를 빚었다.
또 이 사고로 6개의 갠트리크레인 중 2기가 파손돼 현재도 물류지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파손 크레인의 수리는 4~6주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여 수리가 끝날 때까지 이 항만의 화물적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항은 4기의 크레인과 스트래들 캐리어 등으로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일로 첸나이에 진출해 있는 현대자동차의 멕시코, 알제리향 수출차량 1천여대가 선적중 침수 피해를 입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침수피해는 전액 보험처리가 되며, 일부 협력업체의 경우 철근이 바닷물에 노출되는 등 현물피해를 봤지만 이 역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첸나이항은 이외에도 대규모 이재민들이 터미널 진입로쪽에 텐트를 치면서 진입로 출입이 제한적으로 봉쇄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첸나이항은 야간작업을 통해 하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첸나이와 콜롬보항이 쓰나미로 물류흐름이 약간 삐걱거리고 있는데 반해 이외 항만은 피해가 극히 미약하거나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항만 하역작업 ‘순조로워’
말레이시아의 포트켈랑과 탄중펠레파스항은 쓰나미가 인근 페낭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는 게 무색할 만큼 순조로운 화물 입출항이 이뤄지고 있다. 페낭항도 인근 해변은 피해를 입었으나 컨테이너 터미널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페낭항 관계자는 “페낭항이 말레이시아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해일에 가장 영향받기 쉬운 항으로 생각됐지만 항만시설은 영향받지 않았다”며 “갠트리 크레인이나 야드 장비, 컨테이너 등 대부분의 항만 설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태국의 램차방, 치앙마이, 인도 캘커타항 등도 컨테이너 터미널 피해는 없었다고 업계는 전했다.
항만 관계자들은 “항만시설은 유실된 가옥들과 달리 방파제나 내구설비등 보호시설이 잘돼 있어 해일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양호한 항만사정과 함께 동남아지역을 운항하는 정기선사들의 피해도 거의 없어 운임이나 물량 변화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 변화와 관련, 고려해운 마케팅팀 권오인 부장은 “사고지가 대부분 공장이나 수출입 지역이 아닌 관광지나 해변 등지여서 공장 조업과 큰 관련이 없다”며 “컨테이너 증감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운임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섣부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흥아해운 구상욱 과장과 동남아해운 장영용 차장도 “운항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스케줄 변동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랜드 얼라이언스 멤버인 오오씨엘(OOCL)사는 일련의 항만적체로 환적운송에 큰 영향이 우려된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이 선사는 “자사 화물과 컨테이너 선박은 모두 안전하지만 콜롬보항과 첸나이항 적체 등으로 환적물량이 심각한 지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벌크선 시황, 복구사업에 반사적 호전
한편 벌크선쪽은 내륙운송체계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시황 영향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그에 관한 사항이 전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전반적인 시황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STX팬오션 조사분석실 박강희 과장은 벌크선 시황에 대해 “일주일밖에 안돼 아직 정확한 진단을 내리긴 힘들지만 시황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내륙운송에 하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동부 석탄터미널이 1월초 컨베이어 벨트와 선박의 끝머리가 부딪치면서 조업이 중단됐다는 보고는 있으나 해일피해와 관련된 내용은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구호물자에 따른 시황호전도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현재 동남아 일대로 들어가는 구호물품들은 항공기나 군함등으로 운송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후 재건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건설자재들이 이 지역으로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핸디사이즈급 시황에 중단기적인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섬 북부 지역을 복구하는 데에만 1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고, 태국도 5억1천만달러 규모의 푸껫지역 관광지 복구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황 전문가는 “많은 호텔들이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곧 복구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시멘트나 철재, 목재등의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이럴 경우 동남아 지역 핸디사이즈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인도네시아나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의 대부분 피해국가가 후진국이라 복구에 대한 경제적 여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혀 시황전망에 대한 확신을 유보했다.
선사들, 피해지역 돕기 ‘후끈’
한편 동남아시아 취항선사들이 이번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가와 피해자들 돕기에 나서 해운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APL이 성금 10만달러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 터미널 운영사인 PSA도 피해지역으로 가는 구호물자는 화물조작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CMA CGM과 골드스타라인은 100대의 컨테이너를 제공했으며 국적선사중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에버그린, 피앤오 네들로이드 등과 함께 태국 선주협회에 냉동 컨테이너 3대씩을 기증했다. 해일로 발생한 이재민에게 임시거처로 컨테이너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만선사인 양밍사도 재난지역의 국제구호물품 운송엔 운임을 안받을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양밍 관계자는 “세계 각 항에서 재난지역으로 가는 구호물품은 운임을 받지 않고 THC(터미널 조작료)나 피더 이용요금만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개월간 진행될 이번 무료서비스는 월드와이드항에서 싱가포르, 포트켈랑, 콜롬보, 자카르타, 수라바야, 방콕, 램차방 등으로 가는 모든 구호물자에 대해 적용된다.
<이경희기자>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