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7 09:27
<기획> “아! 옛날이여” 한중카훼리 선사 수익성 갈수록 악화
항로개설러시가 부른 후폭풍 ‘몸살 심해’
「컨」선사 취항에 획기적 서비스 개선 요구돼
여객유치 전략 모범사례 카훼리사 ‘주목’
과거 10여년 한중간 교류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왔던 한중카훼리서비스는 과거 돈버는 항로에서 최근 몇년 새 현상유지 혹은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공익항로 등으로 그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카훼리 취항붐이 조성된 이후 산동성과 요녕성 등에 10여개의 서비스가 들어서면서 업체별 경쟁 심화에 따른 운임하락이 그 1차적 요인이라면 작년 컨테이너선의 인천항 취항은 한중간 카훼리업계로선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항로다변화 정책에 따른 필요한 조치였다는 인천 민간산업계의 평가에도 불구 카훼리업계는 인천-중국항로에 대한 컨테이너선 취항이 가장 뼈아플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 55%를 웃돌던 이들 선박들의 평균소석률이 이후 해마다 조금씩 떨어져 올 1/4분기 35%대를 기록하고 있는데서 이들이 주장하는 최근의 시장악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 컨테이너선 취항 이후 하주들 상당수가 싼 운임을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여러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중항로가 열린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작년부터 인천-중국간 항로에 동반승선한 컨테이너선과의 불협화음, 신규진출선사들의 화물유치 저조와 잇단 서비스 중단, 인접항로 서비스 개설 추진에 따른 시장성 악화 등 카훼리선사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한중합의에 따라 반드시 50대 50이라는 양국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되는 한중카훼리선사의 특징으로 인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평택-연운항간 항로개설 ‘뜨거운 감자’
이중 평택-연운항간 카훼리서비스 개설에 따른 논란이 카훼리업계에서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이항로 개설을 둘러싸고 카훼리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격이라 할 수 있는 흥아해운과 황해훼리는 당장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연운항의 카훼리항로 개설문제는 과거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연운항시는 지난 95년 목포를 대상으로 카훼리항로 개설을 추진해왔다. 연운항은 유럽을 연결하는 TCR(중국횡단철도)의 출발지여서 목포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응답을 보여 성사되는 듯 싶었으나 8년 동안 표류하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 항로에 사업면허를 신청한 업체는 5년 동안 모두 3개업체였으나 모두 당국과 약속한 기한 안에 배를 투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원인은 정부 당국의 지원만 바라보며 영세한 자본임에도 무리하게 뛰어든 것도 있었지만, 목포에서 중국 연운항간에 선박이 운항했을 경우 과연 수익성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2002년 5월 마지막으로 신청했던 선사마저 해양수산부로부터 면허가 취소되고 말았다.
연운항시 정부로선 사업자 선정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국측 사업자의 부실로 성사되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연운항은 시 관계자를 목포시청에 파견근무까지 보내 현지 상황을 배우게 하는 등 목포-연운항간 카훼리서비스 개설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연운항은 필요한 항만시설을 다 갖추고 당시 중국 지방정부로선 매우 큰 액수였던 150만달러를 이 항로 개설을 위해 투자하면서 취항 초읽기까지 갔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운항은 카훼리에 대한 애정을 접을 수 없었다. 무산된지 2년만에 연운항은 평택항으로 눈을 돌려, 한국측에 서비스 개설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말경 방한한 연운항시의 젠젠닝(陳震寧) 당서기일행은 평택-연운항간 카훼리 취항을 추진하기 위해 해양부와 평택지방청을 방문했다.
당서기는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양국 해운항만 활성화 방안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평택-연운항간 항로개설에 대해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흥아해운측에 항로 개설을 위한 직접적인 접촉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한국 카훼리업계에 전해지자 컨테이너선 취항으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카훼리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해훼리, ‘동반부실’ 생존권 걸렸다
특히 평택-연운항간 서비스가 시작되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평택-일조서비스의 황해훼리가 이 항로개설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카훼리업계의 공식적인 입장이 ‘동의하지 못한다’임에도 다른 선사들은 자신들 서비스에 직접적인 피해가 적을 것이기에 다소 느긋한 3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황해훼리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큰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들이 평택-연운항 개설 반대에 적극적인 것은 일조와 연운항간의 거리가 시간상 1시간 30분 거리로 인근 지역중에서 가장 가까운 축에 들기 때문이다.
황해훼리가 가장 크게 부각시키는 점은 ‘동반부실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같은 파이를 놓고 나눠먹는 격”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그는 “파이가 커서 서비스 질로써 승부한다면 윈윈 경쟁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운임하락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화물 유치과열에 따른 출혈경쟁을 우려했다.
황해훼리가 신규선사라는 점도 평택-연운항 개설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카훼리업계에서 손익분기점(BEP)은 일반적으로 서비스 개설후 2~3년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2001년 10월에 개설, 평택-영성간을 뛰고 있는 대룡해운도 2년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채산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해훼리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개설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존 선사보다 많은 규모의 적자를 보고 있어 BEP기간이 타사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동성 이북은 그나마 기존 항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2년정도”라며 “우리는 현재 항만개발과 서비스를 같이 하고 있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평택-연운항까지 개설되면 이들의 적자폭은 더욱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며 언제 흑자로 전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는 또 “흥아는 (신규 진출하는) 공격입장이고 우리는 방어 입장이다”며 “생존이 걸린 방어라 더욱 힘들다”고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그렇다고 회사를 접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황해훼리는 연운항개설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사선이 연운항까지 커버하는 안을 내놓고 연운항과 접촉을 가지기도 했으나 이또한 각종 인허가 문제와 맞물려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수익 챙길 수 있나' 지적도
평택-연운항 개설을 반대하는 다른 카훼리선사 관계자들의 의견은 과연 평택-연운항이 수익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괜히 항로만 개설해 출혈경쟁을 부추겼다가 수익성문제로 중도포기하면 결국 흥아로서도 피해라는 얘기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평택-연운항간 거리가 다른 한중 카훼리에 비해 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중 카훼리는 저녁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는 스케줄로 운항된다. 그러나 평택-연운항은 저녁에 출발해도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기 힘든 거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대략 정오 정도에서야 도착하는 거리로 분석되고 있다.
화물유치뿐 아니라 여객유치가 카훼리선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이항로 카훼리 서비스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선박친밀도가 적어 배 여행을 기피하는 우리나라 국민정서에서 항해시간까지 길어지면 그만큼 여객유치에 애로를 겪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따이공(보따리무역상)까지 줄고 있는 추세에서 여객유치에 대한 활로를 어떻게 개척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차라리 컨테이너선을 띄우는 것이 사업성면에서 낫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놨다.
흥아, 연운항 ‘TCR 출발지’…타사 피해없이 수익낼 수 있다
그러나 흥아해운측의 입장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흥아는 코스코(COSCO)한국대리점인 경한해운 설립에 참여한 경험, 대인훼리 등의 카훼리 지분, 최근 설립한 진인해운 등 중국을 상대로 혹은 카훼리업과 이전부터 많은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평택-연운항서비스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연운항은 TCR의 출발지라는 큰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이들 화물에 대한 운송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가 있어 기존 카훼리항로에 대해 별반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 있는 대우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한국업체들로 들어가는 원부자재들이 대부분 TSR을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 운임면에서 하주들이 TCR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TCR이 최근 중국정부의 많은 개선으로 기존보다 일주일가량 운송시간이 단축돼 하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흥아 관계자는 “대학생조차도 TCR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정도로 북방교역에서 TCR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이용한 한중간 교역확대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서비스는 누가하던 반드시 관철돼야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동남아 역내 항로서비스에 대한 풍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흥아해운은 연운항 이남지역인 홍콩 지역 화물을 동남아로 운송하는 이른바 인트라 아시아 화물 운송을 카훼리서비스와 묶어 서비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따이공의 이동이 있을 거란 카훼리선사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따이공들은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언어적인 한계에 따라 안면과 친분에 따른 교역을 하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관계자는 “진인해운의 경우도 90~100명 정도의 따이공들이 승선했는데, 이들 모두 신규 따이공들로 안다”고 말했다.
평택-연운항 개설로 황해훼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카훼리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반론을 폈다. 흥아측은 일조-연운항이 가깝다고 하나 거리상으로 100km나 떨어져 있고 그 위인 청도는 200km나 되는 거리일 뿐 아니라 아래 상해지역은 300km나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먼거리에서 피해를 주면 얼마나 주겠냐는 입장이다. 이들은 “황해훼리와 중간지점 화물이 있을 경우 파악해 포기할 용의까지 있다”고 말해 기존업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현재 연운항의 적극적인 추진과 흥아해운의 화답으로 평택-연운항에 대한 서비스 개설은 거의 성사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흥아는 화물 290TEU, 승객 300명 정원의 선박에 대해 차이나쉬핑사와 용선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합작사 설립을 위해 강소성 정부 및 연운항시 정부와 협상중이다. 이들 문제가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배를 띄울 수 있다고 흥아측은 밝히고 있다.
흥아관계자는 이와 관련 “카훼리업계의 반대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현재 평택-연운항간 서비스는 시정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의의가 크다”며 “이 서비스 개설로 많은 민간경제가 (연운항시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인해운 휴항 장기화되나
한편 진인해운이 서비스하는 인천-진황도 항로가 개설 한달만에 휴항계를 내고 잠정중단된 소식은 많은 업계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휴항기한이 끝난 지금까지도 배가 뜨지 않아 이러다 장기적인 휴항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진인해운의 휴항은 차이나쉬핑과의 용선료 체불문제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선불로 이뤄지는 차이나쉬핑과의 용선계약에서 진인해운은 5월중순경부터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차이나쉬핑측에서 선박운항을 중단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선박은 인천 외항에 계류중이라고 회사 관계자측은 밝히고 있다.
취항 한달만에 휴항을 하게 된 진인해운으로선 때아닌 날벼락이 아닐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용선료 체불이 중국측 파트너와의 불미스런 일로 불거진 것이어서 이들은 더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조선족 출신인 중국측 파트너는 유통업을 주로 해왔던 업체로 해운업에 대해선 문외한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초기투자금에 부담을 예상치 못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용선료나 운항비 등 수익에 비해 초기자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자 이를 한국측에만 전가시켜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회사 고위관계자가 중국에 급파돼 현지 파트너인 금원물산측과 용선료지불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진인해운 측은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들의 중국파트너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들(중국측 파트너)에게서 용선료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며 “그들은 계약엔 상관없이 맘에 안들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 특기”라고 말해 중국파트너들의 나쁜 관행을 성토했다.
다른 관계자도 “한중합작투자로 설립되는 카훼리선사들의 특징으로 카훼리업체들은 문제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진황도지역은 베이징아시안게임 때 수상스포츠 종목이 이 지역에서 치러지고, 이에 따른 베이징간 직행 고속도로가 건설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망있는 항로로 인정받아왔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운항중단사태로 항로가 다시 열린다 해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기까지는 많은 애로를 겪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번 등을 돌린 하주들이 쉽게 돌아오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4월 16일 인천항을 출발, 첫 취항에 나섰던 이 항로 서비스는 매주 월ㆍ금요일 주 2항차로 서비스돼 왔다. 특히 매항차 평균 150여명 가량의 여객이 이용,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었다.
인천-위해항로도 불씨 여전
지난달 한중 카훼리서비스의 최고참 선사인 위동항운이 자신들이 슬롯차터(선복일부용선)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천-위해 컨테이너서비스의 항차 증편을 두고 한성라인과 한차례 설전을 벌인 것도 카훼리업계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월ㆍ목 2항차로 운영되고 있는 컨테이너서비스를 토요일까지 늘려 3항차로 서비스하겠다는 한성라인의 항차증편 움직임 때문.
해운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 문제는 위동항운측과 한성라인이 각각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점을 찾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의 입장도 양측 견해차가 워낙 커 중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훼리선사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컨테이너선의 항차증편까지 이뤄진다면 과잉선복으로 한중간 카훼리업계는 존립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소석률이 증가할 때까지 항차증편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선에 공동운항선사로 참여하면서 카훼리선사들이 「컨」선에 화물을 채우기 위해 카훼리 화물을 돌리는 일도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컨테이너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카훼리선사들은 차악(次惡 )으로 5:5의 공동운항권을 주장하게 됐고 결국 슬롯차터형식으로 컨테이너선 운영사로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한정된 시장에서 카훼리선 화물과 컨테이너선 화물을 동시에 영업하게 되는 부담까지 껴안게 된 카훼리 선사들은 컨테이너선 화물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용선료 지불과 공동운항권 등 컨테이너선에 운영을 두고 카훼리사들에게 새로운 부담거리가 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훼리사들은 카훼리선 화물 일부를 컨테이너선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그래도 많이 준 카훼리선 화물은 더욱 감소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컨테이너 수급(Empty positioning)문제도 카훼리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으로 나가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풀컨테이너가 100TEU라면 나가는 것은 고작 10개도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카훼리사들은 빈컨테이너를 그대로 태우고 나가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른 채산성 악화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화물부진, 여객에 눈돌려야
한편 잇단 부정적인 여건 속에서 카훼리선사들은 최근의 시장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여객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컨테이너선 취항으로 화물유치는 이미 한계상황까지 다다랐다는 분석에 따라 카훼리선의 고유한 특성인 여객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각 선사들은 여객유치를 위해 여행사들과 손잡고 중국 관광지 홍보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산동성 지역에 밀집돼 있는 명승고적을 앞세워 수학여행객이나 효도관광객 등 단체여행객 유치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자 출생지인 곡부나, 태산, 장보고가 세운 적산 법화원 등 익히 알려진 관광지 홍보를 학교나 각종 단체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다.
이중 여객유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업체는 인천-연태간 운항사인 한중훼리를 비롯, 작년 취항한 신생선사들인 범영훼리(인천-영구), 황해훼리 등이다.
한중훼리는 5월 승선률이 92%에 이를만큼 여객유치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체여행객 외에 테마여행을 집중 개발했기 때문. 한중훼리는 수퍼엘리트모델 유치, 한국화장품 선상이벤트, 농수산물체험 여행 등 각종 이벤트 상품을 개발, 타선사보다 두세배나 높은 승선률을 기록했다.
이외에 연태 한인국제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유치, 산동성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화교학교 방문객 모집,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시장 관람상품, 한국 기독교 선교단체 유치 등 다른 선사와 대별되는 다양화된 여객 유치로 업계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6월 들어서도 장로회 목사 200여명을 태웠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한중ㆍ범영ㆍ황해, 여객유치 팔걷었다
범영훼리는 중국측 주주가 나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케이스다. 중국측 파트너인 영구시가 적극 나서서 정부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연수차원으로 매항차 70~80여명을 태우고 있어 여객유치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여객정원이 290명인 이 항로 선박은 매항차 70%에 육박하는 승선률을 기록하고 있다.
황해훼리도 화물부문의 저조를 극복하기 위해 여객유치에 두팔을 걷어부쳤다. 평택-연운항간 항로 개설에 따른 위기감이 더해 이 회사는 여객유치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황해훼리는 물류관련단체의 선상세미나를 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달 30일 한국로지스틱스 학회의 선상세미나와 다음달 7일 해운물류학회의 선상세미나가 계획돼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제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예선에 우리나라가 출전하는 것과 관련, ‘붉은악마’ 응원단을 수송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달 19일(요르단), 21일(UAE), 27일(쿠웨이트) 등 잇달아 열리는 경기에서 황해훼리는 붉은악마 응원단을 전담수송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붉은악마들의 인터넷 영향력이 큰 만큼 아시안컵 경기 이후 이들의 입소문이 제대로 퍼진다면 카훼리여행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7월~11월이 성수기인 카훼리서비스의 특징에 따라 성수기를 눈앞에 두고 이들의 화물유치경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겨울용 직물소재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데 여름용보다 두꺼워 분량면에서도 상당히 증가되는 등 성수기를 전후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꽃은 핀다’…중단항로 재개 이어져
이런 와중에서도 지방항에서의 뱃길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해 사스여파로 개설 몇달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던 목포-상해와 군산-청도간 항로가 7월말께 새로운 사업자와 함께 다시 열린다고 전해지면서 인천과 평택에 집중돼 있는 한중 카훼리 서비스가 다시금 다변화된 모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재개 발표는 목포-상해항로에서 먼저 이뤄졌다. 작년 상해크루즈사가 서비스하다 중도하차한 이 항로는 포시즌크루즈사가 지난 4월 이탈리아에서 그리스선주로부터 ‘시세레나데(Sea Serenade)’호를 구입하면서 항로 재개를 선언했다. 시세레나데호는 1만톤급으로 승객 1200명정원에 화물 140TEU를 실을 수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재 시세레나데호는 이탈리아에서 ISPS Code문제로 내부수리를 하고 있는데, 한국에 들어오는 7월경부터 주2항차로 목포-상해항로에 투입될 계획이다.
이어 복합운송업체인 세원마리타임도 작년 9월 끊겼던 군산-청도간 서비스 재개에 나섰다. 세원은 한중간 복합운송 전문업체로 이에 대한 영업노하우를 살려 카훼리서비스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세원은 현재 중국측 파트너인 홍다社와 합작으로 (주)세원훼리를 설립한 상태다. 지난 4월엔 1만830톤급 카훼리선 ‘세원1호’도 들여왔다. 이 선박은 승객 535명 정원에, 화물 100TEU급 규모다.
세원측은 잠정적으로 7월말경 서비스 재개를 밝히고 있으나 정확한 개시일은 주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선박이나 기타 문제는 다 해결됐으나 정치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최근 들어 대만 첸수이벤 총통 취임식에 우리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는 중국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통관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세원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여객은 따이공들이 받쳐줘야 하는데 세관이 강화되면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여객도 따라줘야 개설초기 힘을 받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취항일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희 기자>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