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26 18:43

釜山港 살길, ‘초고층 물류 적재 시스템’도입 생산성제고하는 것

이경순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의원(전 KMI연구위원)



‘四海躍進’의 슬로건 하에 출발한 한국해운은 통신·항공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출입화물의 수송은 여전히 선박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부산항은 2002년까지만 해도 홍콩港, 싱가포르港에 이어 세계3위의 컨테이너港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2003년에는 겨우 1천만TEU를 처리해 1천2백만TEU를 처리한 중국의 상하이港은 물론 1천1백만TEU의 중국의 선전港에 이어 5위로 처졌고 1백만 차이로 대만의 가오슝港이 뒤를 바짝 추격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찌 이런 변고가 일어나고 말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해운항만청이 해양수산부로 승격되면서 해운·항만을 모르는 정치장관들이 연이어 취임하고, 부산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두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현 대통령이 부산에 번듯한 기관을 만들어 고용창출 효과로 부산의 정치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옥상옥 격인 ‘부산항만공사(BPA)'를 만드느라 첨단의 ‘초고층 물류 적재 시스템’ 설치를 미루어 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나 홍콩이 부산항보다 시설이 커서 1천6백~1천9백만TEU를 처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항만의 효율성 즉 좁은 공간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층 물류 적재 시스템’과 프로팅 크레인(Floating Crane)의 운영으로 하역 효율을 배가시킴으로써 늘 부동의 1, 2위를 지키고있는 것이다.

김영삼은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노무현은 장관으로서 싱가포르 항만을 시찰하고 돌아와서 감탄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들은 싱가포르의 항만공사(Singapore Port Authority: SPA)가 예산의 50%가 넘는 금액을 항만공사의 수입금으로 편성하는 것만 보고 왔지 항만의 효율성은 안중에도 없었던 결과이다.

지금 상하이港은 양산(洋山) 신항만이 위용을 드러내면서 ‘2020년엔 세계1위’를 목표로 무섭게 동북아 컨테이너 물량을 집어삼키고 있다.

그럼 부산항의 활로는 없는가? 있다. 그러나 서둘지 않으면 실기한다. www.ezindus.com을 클릭 해보자.

자동물류 시스템 엔지니어링업체인 이지인더스는 자동차 주차타워 방식의 ‘초고층 물류 적재(UCW)시스템’으로 현재 국내 철도청과 중국의 선전항 등을 대상으로 공급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철도청과 170억원 규모의 UCW시스템을 이 달 중 대전역 화물기지에 시범 설치키로 했다.

UCW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컨테이너 고층적재 및 행선지별 자동분류기능으로 현재 국내항만에 설치된 다수가 크레인을 이용하는 로프식 거중장치로 최대 30톤을 들어올려 4~5층을 쌓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유압식으로 최대 60톤까지 들어올려 20-40피트 컨테이너를 30층까지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만성적인 컨테이너장치장(CY)부족문제가 해결되고 화물처리 속도가 빨라져 체선·체화 문제가 해소된다.

또한 버튼 하나로 모든 화물을 입·출고하므로 크레인 비용(대당 40-50억원)이나 작업인력이 필요 없어 물류비(TEU당 7만원)도 절감되고, 설치비용은 20층(600TEU)규모 1기에 평균 120억원이 들지만 투자비용 회수기간은 3년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플랜트 엔지니어링업체로 세계3대 브랜드파워를 가진 독일의 젠다(M+W Zander)사에서 플랜트 시공을 맡기로 하고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컨소시엄에는 한전KDN, 삼성SDS 등의 대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시스템 개발 이후 국내 항만이나 물류기지에 설치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2년여 동안 접촉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당하거나 지연돼 왔다”며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이 시스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중국과도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부산항만공사만 만들면 만사형통인 줄로 착각하고 公社 만드는 2년여 동안에 걸쳐 예산 감소를 우려한 관계부처의 이기주의와 기존의 하역·운송·장비·토목업자들의 반발로 도입되지 않은 것이다.

이지인더스는 지난해 말 중국 선전항에서 설명회를 열고 2만1,600TEU 규모의 플랜트시스템 설치를 제안 받았다. 9,00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철도청 시범사업이 끝나면 상반기내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란다. 또 상하이(上海)·칭다오(靑島)·다롄(大連) 항만 당국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이지인더스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동량 처리 세계 3위이던 부산항이 만성적인 체선·체화 현상으로 지난해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港에 밀려 세계5위로 전락한 상태에서 중국이 앞서 UCW시스템을 설치한다면 국내항만은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이 UCW시스템 도입문제는 국가 전체의 항만 및 물류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문제가 걸려 있는 뜨거운 감자로서 시스템 검증 및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국가 전체적인 이익을 고려한 시급한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釜山港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이대로라면 외국선사들은 모두 부산항을 떠나 갈 것이다. 첨단시설인 ‘초고층 물류 적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팅 크레인을 운영함으로써 부산항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중국 등 외국의 물량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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