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08 14:32
물류클러스터ㆍ3자물류 육성 등 선진물류시스템 도입 시급하다
네덜란드, 싱가포르 사례 연구·분석 절실
연이은 운송업계파업으로 국내 수출물류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를 비롯한 산학연이 전방위적으로 물류클러스터를 구축, 물류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토대로 3자 물류업체 육성 및 화물운송주선업체 대형화 유도 등의 적극적인 물류정책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최근 “물류산업의 현황과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물류업의 적극적인 개방화전략으로 단기간내에 1인당 GNP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가 현재의 물류산업전반의 문제를 딛고 동북아물류중심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그들의 물류산업 육성책을 적극 도입ㆍ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월초의 화물연대 운송거부, 6월말의 철도노조 총파업, 8월 21일의 화물연대 2차파업 등 일련의 물류부문 파업 및 운송거부사태가 부산항ㆍ광양항 등 주요 수출입항의 대외신인도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을 뿐 아니라 부산항이 올 1~7월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에서 상해항에 역전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면서 이는 국내 물류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물류인프라의 경쟁력부족과 화물운송체계의 취약성을 꼽았다.
물류인프라 경쟁력 부족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ㆍ물류기반시설의 경쟁력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해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부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현재 상당 부분 확충이 된 상태긴 하나 아직 경쟁국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수준은 2002년 현재 세계 21위이고, 물류기반시설 경쟁력은 23위로 싱가포르(2위), 홍콩(10위), 일본(4위)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다.
수출입물류의 핵심인 부산항의 경쟁력도 아시아 경쟁항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부산항의 선석 및 항만시설은 아시아 경쟁항만의 77% 수준에 불과(무역협회, 2001)하고, 항만내 화물유통 시간도 경쟁항의 1.5~2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은 2001년 화물처리량 기준 세계 15위권의 공항으로서 동북아항공물류의 허브를 지향하고 있으나 화물처리시설은 아직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또 항만ㆍ공항 배후에 부가가치 물류 시설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화물터미널ㆍ내륙컨테이너기지 등의 물류거점시설도 부족한 형편이다.
보고서는 이런 물류기반의 낙후로 글로벌 물류기업의 유치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주장했다. 물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글로벌 물류기업의 유치로 이들에 의해 유통되는 물동량 확보가 중요하다. 네덜란드나 싱가포르 등의 물류선진국들은 페덱스ㆍUPS 등과 같은 세계적인 전문물류기업의 물류센터를 자국에 유치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고 국민의 영어구사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마인드도 부족해 글로벌 기업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물류대란과 같은 불안요인들이 외자유치를 더욱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기업들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취약하고 법인세율이 27%로, 가까운 홍콩(16%)보다 훨씬 높은 점 또한 외투 유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물운송의 도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도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국내화물의 80%가량이 도로에 의해 운송돼 물동량 정체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운송수단별 화물운송분담률을 보면, 철도ㆍ해운은 감소하거나 큰 변화가 없는데 비해 도로의 화물운송분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96년 기준으로 2001년 현재 화물운송분담률은 철도와 해운이 각각 15.7%와 0.3%정도 감소한 반면, 도로는 25.6% 증가한 74%에 이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화물차량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화물차량의 높은 증가율은 물동량 증가율을 훨씬 웃돌면서 수급불균형을 초래했고, 이는 결국 화물차 공급과잉에 따른 차주간 과당경쟁을 불러와 영세 주선업체의 난립과 차주들의 주선업체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다단계 주선ㆍ지입제 등 전근대적 운송업계 구조도 물류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단계주선으로 차주가 받는 운임이 축소되고 지입제로 인해 차주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해 지난 화물연대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것. 또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제시된 해결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다단계주선의 경우 단속 및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며 지역별ㆍ품목별로 특화된 다단계 주선도 엄존하고 주선과 알선의 구분, 직접적인 규제보다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나 주선업체 대형화를 통한 간접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주장했다. 지입제 폐단의 경우는 기준등록대수 철폐로 완화될 전망이나 화물차 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전문물류기업 아직 초보
그는 또 최근 들어 전문물류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긴 하나 도로ㆍ해운ㆍ항공운송 능력을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복합운송능력은 취약하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실제로 30~40여개 업체가 제3자물류를 표방하고 활동하고 있으나 대부분 운송ㆍ보관ㆍ하역ㆍ포장 등의 물류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복합운송과 종합물류서비스 제공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운송업체의 영세성과 하주기업의 인식부족으로 제3자물류서비스도 아직 초보단계다.
우리나라의 제3자 물류활용비율은 25.7%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인데 이는 자사의 정보를 공유하기 꺼리는 폐쇄적 기업문화로 인해 아웃소싱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 비록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물류 아웃소싱이 증가했으나 대부분 자회사에 하청을 주는 제2자 물류형태에 머물고 있다.
김 연구원은 우리 물류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선진국의 물류부문 육성책에 대한 적극적인 벤치마킹과 함께 물류클러스터 구축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신 성장동력의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물류육성을 필두로 한 개방화전략으로 1만달러의 함정을 벗어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네덜란드는 이른바 Dutch Disease를 겪다가 물류중심국가 건설로 정책을 전환하며 5년만에 1인당 GDP가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급성장했다. 싱가포르는 86년 경제개발청(EDP)을 설치하고 글로벌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경제가 급성장했다. 이들 물류중심국가의 핵심경쟁력은 ‘SHIFT’로 요약된다.
SHIFT는 Service, High value, Infra, Free trade zone, Third party logistics의 약자다. 정보망을 활용한 수송의 정확성 제고, 화물 무료 장치기간 제공, 자동화 장비를 활용한 높은 하역생산성 등의 ▲고급 물류서비스 제공(Service), 물류와 연관된 부가적 산업활동을 육성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의 ▲고부가가치 물류 지향(High value), 물류관련 시설을 한 곳에 집적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한 ▲우수한 항만ㆍ공항 시설 및 배후물류시설 완비(Infra), 주요 물류거점을 자유무역지대화해 기본적인 물류 기능 이외에도 금융ㆍ보험ㆍ법률 등의 부수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자유무역지대 개발(Free trade zone), 전문물류기업유치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개발 및 운영 등을 통한 ▲물류관리 고도화(Third party logistics) 등이 네덜란드와 싱가포르가 물류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도입한 물류전략들이다. 물류클러스터 구축은 동북아물류허브를 위해선 필수 선결과제라고 이 보고서는 강조했다.
TKR과 TSR의 활용여부 중요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위치와 기초인프라의 잠재력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지리적으로 동북아 중심에 위치해 성장잠재력이 크고 항만ㆍ공항ㆍ철도 등의 개발잠재력도 높은편이라는 것. 부산ㆍ광양항은 태평양항로ㆍ유럽항로ㆍ아시아 역내 항로의 분기점이고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적인 시설을 구비해 세계 15위권의 화물처리실적을 올리고 있고, DHLㆍ페덱스 등 글로벌 물류기업의 유치를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또 최근 남북한 철도가 연결 공사중에 있고 향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활용 여하에 따라 철도 역시 물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이를 위해 물류산업을 新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투자환경ㆍ인프라ㆍ업계구조ㆍ국내물류체계 등을 개선해 SHIFT 경쟁력을 갖추고, 물류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물류클러스터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입지와 정보통신기술(IT) 등은 다소 경쟁력이 있으나 금융규제ㆍ노사관계ㆍ인프라ㆍ글로벌 마인드 등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취약한 실정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노사관계ㆍ투자환경 등을 세계화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항만ㆍ공항 배후에 물류단지를 확충해 부가가치 물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자동화ㆍ정보화의 추진으로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화물과 선사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며 조세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으로 DHLㆍUPSㆍ페덱스 등의 세계적인 물류기업의 종합물류시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금융ㆍ보험ㆍ법률 등 부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물류전문대학원과 연구소를 클러스터 내에 유치해 클러스터의 비전제시자(Vision Provid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북아 물류클러스터로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전문가들의 교류를 지원하고 국제물류포럼을 개최하고 수출입물류시설의 운영에 관한 조정권을 일원화해 물류프로세스를 글로벌 원스톱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화물운송체계의 개선을 위해 주선업체의 대형화와 조직화를 유도, 다단계 주선의 폐해를 완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화물운송체계… 다단계 주선 폐해 개선해야
주선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주선실적이 많을수록 보조금 지급이나 세금 환급 폭을 확대해 주선업체의 조직화를 유도한다는 방안이다. 이때 주선수수료는 자율화하되 신용카드 결재 등 증빙이 가능한 것만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의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하주 기업이 물류정보망을 활용하도록 세제 지원과 화물안전의 국가보장 등의 방안을 검토하되 장기적으로 국가가 물류 정보망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점차적으로 민간에 이양하는 것도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할 물류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화물차 과잉문제는 시장에 맡겨서 해결하되 퇴출차주 문제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도로 편중문제는 양항 체제의 조기구축을 통한 교통량 분산과 철도복선화ㆍ전철화를 통해 철도의 화물운송분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자물류부문에서 보고서는 전문 물류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국내화물운송체계의 문제와 물류정보망 문제 및 물류비 과다 문제 등을 해결해야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제3자물류서비스가 정보통신기술 기반이므로 이를 육성해 물류기술의 선진화를 유도한다는 전략. 전문물류업체는 도로와 해운을 적절하게 혼합해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수출입물류까지 담당하는 복합운송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내 3자물류업체는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간 인수합병ㆍ전략적 제휴 등으로 대형화ㆍ전문화될 전망이다. 해상운송업ㆍ항만하역업ㆍ화물자동차운송업 등에 대한 규제완화로 업체간 경쟁이 촉진돼 물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아웃소싱에 소극적이었던 하주들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물류 등 비핵심역량을 제3자물류업체에 의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규제완화를 확대하고 3자물류업체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미국ㆍ유럽의 3자물류가 활성화된 가장 큰 이유는 규제완화 때문으로 물류공동화사업에 대한 지원대상을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위주에서 전문물류업체 위주로 전환하고 물류업체간 인수합병을 유도해 경쟁력있는 대형화된 전문물류업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글로벌 물류기업을 적극 활용해 국내 물류업체의 개혁을 자극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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