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11-11 11:40

[ KSG 칼럼 - 해운산업연구원 趙正濟원장 ]

物流富國 입지 살리자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제조업으로는 선진 일본과 추격을 위협하는 중국사
이에서 협공당하고 있으나 물류입지상으로 3國중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
다. 우리나라의 부산(가덕도)과 광양항은 유럽과 미국서안을 연결하는 세계
간선항로(Main Trunk Route)상의 중심에 위치하고 앞으로 개설전망이 높은
환태평양정기항로와 간선항로가 접하는 지점에 놓여 있는데다가 유라시아
철도로 유럽과 연결하는 관문이 되기 때문에 부산/광양항은 유럽의 로테르
담, 동남아의 싱가포르, 미국서안의 LA/롱비치와 함께 세계의 4대 대형중심
항의 하나로 발전할 잠재력이 높다. 우리나라가 국내물류비용 문제만 해결
하면 우리나라는 물류부가가치 사업으로 번영하는 동북아의 국제물류중심
국가로 부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물류중심이 되기 위해선 중심항만의 적기 개발이 관건이 된다. 그래서
정부는 광양항 개발과 더불어 부산 가덕도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잠재적 경쟁항만은 상해항이다. 상해도 수심깊은 대형항만의 개발을
위해서 여러가지 대안을 추진중에 있다. 지리경제적 입장에선 부산, 광양
항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중심항의 위치를 선점하
느냐이다.
동북아의 물류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선 대형중심항만의 조기구축에 더해 국
내물류체계가 효율적이고 그 물류비용이 저렴해야 가능하다. 철도와 연안수
송도 제 몫을 차지해야 한다. 연안항만에는 컨테이너화물을 처리하는 컨테
이너 피더부두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특히 수도권내의 항만부족은 정
부중심의 내륙수송의 혼잡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수도권과 북중
국사이에 약 15만TEU의 수출입 컨테이너가 발생하였으나 이의 대부분이 내
륙으로 운송, 부산항에서 처리되었다. 만약 이 화물이 인천에서 바로 처리
되었다면 최소한 4백50억원이상의 물류비용이 절감될 수 있었을 것이다. 최
근 해운산업연구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시화호의 항만전환도 수도권 화물을
연안피더로 전환해 내륙수송의 부담을 덜고 물류비용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화호가 담수호로서 부적절하다면 그 입지가 공장이 많은 수도
권이 남부에 접근해 있고 교통연계도 좋아 항만적지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의 물류비용은 매출액 대비 15%가 넘고 미국은 7%에 지난지 않다고
한다. 부산~인천간의 컨테이너 운송비는 40피트 컨테이너의 경우 70만원을
상회하는데, 이 금액이면 부산~LA간 해송비와 맞먹는 규모이나 엄청 물류
비용이 높은 것이다. 거러면 어찌하여 작은 우리나라의 물류비용은 그렇게
높은 것일까? 한마디로 수요를 전제하고 볼 때에 공급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고물류비용은 근본적으로 물리적 인프라의 재고수준 부
족과 연계체제의 미흡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對美 수출화물이 부산에서 대형 컨테이너모선(5천TEU급)에 실려
미국서안의 LA나 롱비치항에 도착되면 그 컨테이너는 바로 대륙횡단철도에
2단 높이로 쌓아 전국 각지로 빠르게 배송된다. 이제 3단으로 싣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부산항에 컨테이너 화물이 풀리게 되면 부두내에 화물을 쌓아둘 야드가 없
어 멀리 있는 별도의 야적장으로 한번 더 옮겼다가 전국으로 배송되는 경우
가 허다하다. 이 때에 한번 더 옮겨 싣고내리는 비용이 컨테이너 1개당 4~5
만원이나 더 들게 된다. 철도는 부두에서 한 차량 가득 화물을 실을 수 있
도록 충분한 인입선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 그것도 1단적에 지나지 않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터널이 낮고 교량의 한계상 2단적으로는 통과하지 못한
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철도나 연안수송보다 육로의 트럭중심으로 운송체계가
갖춰져 있다. 철도의 경우 미국에선 한번에 컨테이너 1백개도 수월하게 실
어나르고 연안수송으론 5백개도 가능하다. 이것을 육로의 트럭으로 운송하
자면 철도대신에 트럭 1백대가, 연안수송 대체를 위해선 5백대가 육로를 누
벼야 하니 그 혼잡이 대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류비용은 작은 국토의 강점까지 고려하면 미국등 물류선진국
보다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좁은 국토가 高度로 이용되고 있는 곳에선 토
지이용 단위당 SOC건설비용도 적게 들기 마련이다. 지금부터라도 SOC스톡크
의 확충과 연계장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저렴한 나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가 작은 유럽의 네
덜란드나 싱가포르가 우리의 좋은 모델이 된다. 우리나라는 그간 축적한 제
조업의 베이스위에 물류부국을 지향하는 것이 21세기에 있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버젓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고 한반도의 번영을 위한 최상의 전략
이기도 하다. 이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물류부국을 누리기 위한 지혜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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