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14:35

“법과 배치된 본말전도 행정”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통폐합 논란

해양생명 보전기능 훼손 우려…노조·지역사회 반발 확산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흡수·통합하는 정부 방침이 노조와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공기관 노조 단체인 전국해양수산노동조합연합(전해노련)에 따르면 해양생물자원관 노조는 두 기관의 통합이 법에서 정한 고유 기능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해양수산생명자원의 확보·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해양생물자원관을 전국의 해양 생명을 총괄 확보, 보존, 관리하는 국가 유일의 ‘책임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KIOST는 자원관의 관리를 받으며 특정 분류군 표본을 보관하는 ‘기탁등록보존기관’에 불과하다. 두 기관의 통합을 두고 법률로 정한 상위 총괄기관을 피관리 대상인 개별 연구소 산하로 종속시키는 기형적 행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기관의 기능 차이는 현장에서 명확히 입증된다. KIOST는 논문이나 특허 창출 등의 학술 R&D(연구·개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반면 자원관은 법률에 따라 국가 자산 관리와 대국민 전시·교육, 야생 해양동물 구조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강릉항에서 부상당한 남방큰돌고래 ‘안목이’의 긴급 구조 작전 당시 자원관은 현장 구조팀으로 직접 투입돼 고난도 이송과 치료 체계를 주도했다. 또 부산 북항 수로에 출몰해 체류 중인 상어 ‘부캉이’ 사태에서도 해양수산부는 국내 구조기관을 총괄하는 자원관과 협력해 긴급 방류·구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처럼 현장에서 국민 안전과 생태계를 지키는 필수 공공서비스를 자율적 연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연구소 밑으로 밀어 넣으면 국가가 법률로 부여한 공적 기능이 소멸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수익성이 없는 야생동물 구조나 수장고 보존, 해양생물 전시 기능은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를 거란 우려가 크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천군이 장항산단 매립을 포기하고 갯벌을 보전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대안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해양생물자원관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유승광 서천군수와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19년 전 국가 약속 파기이자 서해안 해양바이오클러스터를 붕괴시키는 처사”라며 일제히 강력한 공동 저지선 구축에 나섰다.

지난 12일 부산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전해노련 소속 노조와 함께 통합 반대 집회를 연 김진묵 해양생물자원관 노조 위원장은 “국가 법률 체계를 뒤흔들고 현장 생태계 사령탑 역할을 짓밟는 졸속 통폐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정감사 규탄 집회를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연대해 전면 백지화 투쟁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로 출범 24주년을 맞은 전해노련엔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와 한국선급 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환경공단 수산자원공단 어촌어항공단 해운조합 해사위험물검사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해양진흥공사 등 14개 기관이 소속돼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송명섭 위원장이 이 단체 의장을 맡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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