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9 08:51

“국민이 피해보는데 왜?” 해수부 국감서 항만공사 통합 정책 질타

4개 항만공사 노조, 근거없는 강제통합 반발


올해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통합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부산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비례)은 “지난 9월3일 오전 10시48분 해수부가 의원실에 ‘4개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회신하고 12분 뒤인 11시에 정부에서 항만공사 통합을 발표했다”며 “항만공사 통합을 찬성할 거면 명백한 근거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반대할 거면 소신을 가지고 재경부와 협의하고 대통령실에 의견을 냈어야 하는데 공식 입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질책했다.

또 “부처 간 협의도 3월18일에 한 번 했는데도 의원실엔 수시로 협의했다고 답하고선 언제 어떻게 협의했는지 말을 못하고 있고 효과 분석 자료도 없다고 한다”며 “2011년 국토해양부에서 했던 항만공사 운영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에선 항만공사 통합 효과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효과분석 없는 밀어붙이는 통합 반대”

신 의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4개 항만공사와 통합 추진 수행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연구 자문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하려고 한다”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으로 이미 결론을 짜 놓고 형식적인 요식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재경부는 단일 법인으로 운영하면 공급망 변화에 국가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해외 거점에 진출할 때 항만공사끼리 경쟁을 안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사업은 항만공사에서 자체적으로 못하고 해수부와 정부가 하거나 승인해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신 의원은 “효과 분석 없이 재경부에서 밀어 붙이는 통합을 반대한다”며 “항만공사 통합의 효과 분석, 의견 수렴 계획을 종합감사 때 다 가지고 오고 상임위에도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여수갑)은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항만공사까지 통합되면 해양산업의 부산 1극 체제가 고착화될 거라고 우려했다. 주 의원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선 항만공사를 지역별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지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에서 집적해서 한 곳으로 모으는 건 거의 없다”며 “항만공사가 통합되더라도 예산 편성과 사업 기능은 지역 항만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항만별로 현재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건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부산 중구·영도구)은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항만공사 통합이 검토됐지만 항만별로 특화시키는 독립적인 항만공사 형태가 비효율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게 입증됐다”며 “항만공사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의 생각과 정치적 이해관계만 반영되고 지역 여론이나 항만 이용자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독재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당 김선교 의원(여주·양평)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했는데 국민이 반대하고 다수 공직자가 반대하고 노조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데 왜 하려고 하느냐”며 “항만공사 통합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쏘아붙였다. 

황종우 장관 “항만공사 설립 취지 반영한 통합안 수립”

같은 당 이성권 의원(부산사하갑)은 “부산은 컨테이너 환적 허브, 인천은 수도권과 대중국 관문, 울산은 에너지·액체화물, 여수광양은 철강 석유화학 산업항으로 각각 발전해 온 데다 독자적인 산업 배후를 가지고 있고, 독자적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어 독자성을 강조하는 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독립 법인일 땐 계약 소송 투자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항만시설 채권을 발행해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각의 항만위원회가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지만 지사로 전환하면 이 모든 게 불가능해진다”며 “국회 지자체 항만업계 노조 시만사회가 모두 반대하는데도 지방분권과 독립성 자율성을 강조하는 전 세계 항만 흐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현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정책을 질타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의원들의 이 같은 지적에 “2011년에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15년이 지나 항만공사 직원이 2배로 늘었고 국제물류 공급망 상황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대로 인용하긴 어렵다”며 “공공기관 통합의 취지와 항만공사 설립의 취지를 모두 고려해서 최적의 방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답했다. 

 


노조의 반발도 고조되고 있다.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 항만공사 노조는 이날 해수부 국감에 맞춰 항만공사 통폐합 반대 제5차 결의대회를 열고 항만별 특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일방적이고 성급한 통합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역 항만공사 체제의 해체는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개편을 넘어 지역의 항만 운영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키고, 지역 경제와 국가 항만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항만별 경쟁력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항만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에게 정책 서한을 전달하고, 국감에서 통합 추진의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검증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앞서 남철희(아래사진) 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양대 노총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충분한 설명과 현장 협의, 객관적 검증 없이 항만의 미래를 결정하려 한다”고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투쟁사를 낭독했다.

1만명의 공공 노조원이 운집한 이날 결의대회에서 남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9월3일 발표한 항만공사 통합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책의 목적과 기대 효과는 물론 조직과 인력 변화, 재정 부담, 안전과 서비스 영향에 대한 검증 자료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검증 없는 강제 통합은 항만 경쟁력을 높이는 해법이 아니라 현장 혼란과 지역사회의 불안을 키우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노조, 4개항만 기능 달라 통합 효과없어 

노조에서 문제 삼는 건 4개 항만의 기능과 지역적 조건이 서로 다른데도 하나의 조직 틀로 묶으려 한다는 점이다. 남 위원장은 “부산은 환적, 인천은 수도권 관문, 울산은 에너지, 여수광양은 산업물류라는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다”며 “각 항만이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역사와 운영 조건을 무시한 통합은 항만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 여수광양항은 국가산업단지와 지역 고용, 수출입 물류를 연결하는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통합 논의가 지역의 목소리와 동떨어져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처럼 세계 주요 항로를 연결하며 선박과 화물을 중계하는 세계적인 환적 중심항으로 성장한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와 항만 배후산업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와 비교해 인천항은 수도권의 수출입 물류와 대중국·서해권 교역을 뒷받침하는 수도권 관문항 역할을 하고 있어 대규모 소비시장과 긴밀히 연계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물류와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울산항은 안전 관리와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을 위해 조직 규모 확대보다 전문성과 현장 대응 체계를 우선하는 항만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철강 등 국가 산업단지와 함께하는 산업물류항으로, 원료 반입과 제품 수출, 배후산업의 생산 활동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남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배제된 정책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며 현장 노동자와 항만공사, 정부, 지방자치단체, 항만 이용자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검증과 협의를 진행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특히 통합의 목적과 추진 일정, 조직·인력 재편 계획, 재정 소요와 비용 절감 효과, 항만 이용자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안전과 서비스 변화 등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적인 기관의 비용·편익 검증과 항만별 기능 분석 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했다. 

남 위원장은 정부가 협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4개 항만공사 노조가 공동 행동의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쟁사를 “4개 항만공사 노동자는 지역과 항만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하나의 목소리로 연대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투쟁사를 마무리하면서 “검증 없는 강제 통합 즉각 중단하라, 일방통합 철회하고 노사정 협의 보장하라, 항만의 공공성과 지역 일자리를 지켜내자”고 구호를 외쳤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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