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9 09:22

판례/ “워크아웃 중인 조선소의 강재절단, 유효한 대금 청구일까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6.15.자에 이어>

나) 계약해제 절차의 준수 여부

피고들은, 원고가 선체번호 CSN-267 선박을 제외한 다른 선박의 2차 분할금에 관해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10조 (e)항이 규정하는 14일 이전의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해제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요구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상 원고가 선체번호 CSN-267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의 2차 분할금 지급기일에 관한 사전 통지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나타나 있지 않음은 피고들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을 제3,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선체번호 CSN-267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에 관해도 원고가 종전에 피고 시윙에 송부한 실행선표상의 일정보다 강재절단이 앞당겨졌음을 알리고, 피고 시윙이 참여하는지 여부를 문의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고, 원고와 피고 시윙 모두 강재절단으로 인해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원고가 피고 시윙에 강재절단일을 통보한 이상 비록 이때 2차 분할금 지급기일이라는 명시적인 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2차 분할금 지급기일에 관한 사전통지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설사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전 통지 절차를 누락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이 이와 같은 통지를 요구하는 취지는 분할금 지급 의무자인 피고 시윙에게 지급기일의 도래를 알려 그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 할 것인데, 원고는 강재절단 이후 지급기일을 반복적으로 통지했고, 최초의 지급 통지일로부터 원고의 해제일까지 약 1달 정도의 기간이 짧지 않은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지급기일에 관한 사전통지를 누락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할 것은 아니다.

다) 신의칙 위반 여부에 관해

(1)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주장

① 원고의 실질적인 경영자 소외 5가 피고 시윙의 대표이사 소외 6으로부터 이름을 빌려 원고가 피고 시윙을 설립했거나, 피고 시윙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원고의 주주인 씨그린의 이사 소외 3이므로 원고가 사실상 피고 시윙의 의사결정을 했고,
②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피고 시윙에 대한 대출은 소외 5 등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③ 원고는 피고 시윙의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 했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은 원고 스스로 진행한 것이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건조자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이 선박건조자금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 원고가 원고의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피고 시윙이 인수자를 찾지 못해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이에 따라 2차 분할금의 지급을 지체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 권리행사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판단

원고의 실질적 경영자가 소외 5라는 사실, 피고 시윙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소외 3이라는 사실, 소외 3이 원고의 5대 주주인 사우스시티 홀딩스의 이사라는 사실 및 원고가 이 사건 대출계약을 연대 보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사실상 피고 시윙을 설립했다거나, 소외 5가 소외 3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결국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스스로 진행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를 진행했음을 전제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6)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

그러므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은 피고 시윙의 각 2차 분할금 지급 지체를 이유로 한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의해 모두 해제됐다.

나. 원고의 피고 시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 시윙의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불이행에 따라 다음과 같은 손해, 즉 ㈀ 2차 분할금을 지급 받지 못하게 된 손해 19,375,000 달러(선박 1척당 2차 분할금 3,875,000 달러×5척), ㈁ 일실수익으로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정상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됐는데, 선박 1척당 영업이익은 매매대금의 8.52%이므로 총 5척에 해당하는 7,652,330 달러(= 선박 1척당 18,000,000달러×8.52%×5척), ㈂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과 관련해 지출한 중개수수료 112,500달러, 선박건조를 위한 자재 및 설비 구입 등으로 3,087,636,000원(1달러=1,150원으로 계산)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 시윙은 원고에게, 이미 지급된 선수금을 초과하는 위 손해 중 일부인 각 선박 당 2,000만 원씩 총 1억 원의 손해배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손해배상에 관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내용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11.2조 (f)항에서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선박건조계약이 해제된 경우 건조자는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수익(reasonable estimated profit)을 포함한 손해와 손실의 위해 이미 지급받은 분할금으로 이에 충당할 권한이 있고, 그 분할금이 손해를 배상하기에 부족한 경우 매수인은 건조자에게 부족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2차 분할금 손해에 관해

만약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유지되고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라면(원고는 2014년 5월20일자 준비서면을 통해 ‘피고 시윙은 여전히 2차 분할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제된 이상 원고의 위 주장은 그 자체로서 이유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해 2차 분할금 상당을 지급받지 받지 못하게 된 손해를 구하는 취지라면, 원고가 영국법상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달리 위 2차 분할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영업이익 손해에 관해

선박 1척당 영업이익이 매매대금의 8.52%라고 기재돼 있는 갑 제39호증(수주원가내역서)은 누구에 의한 결재도 이루어지지 않은 문서로서 ‘계약선가’를 18,000,000달러로 표시하고 있는데, 각 선박의 매매대금이 25,000,000달러에서 18,000,000달러로 변경된 시점은 위 문서의 작성일로 표시된 2008. 6. 1.보다 1년 5개월여 후인 2009. 11. 10.이므로 영업이익에 관한 위 문서의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갑 제40호증은 신문기사에 불과해 이로써 원고의 영업이익이 1척당 8.5%에 이른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서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수익(reasonable estimated profit)으로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라) 중개수수료와 자재설비 등의 지출로 인한 손해에 관해

갑 제29, 37, 44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07. 10. 5. 선체번호 CSN-266, 267 선박에 대한 선박건조계약 체결의 중개수수료로 합계 112,500달러를 지급한 사실, 이 사건 각 선박에 필요한 자재, 설비 구입계약을 체결하고 합계 3,087,636,000원 상당의 계약금을 지급했다가 계약의 해제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실은 인정된다.

마) 손해액의 계산

따라서, 피고 시윙의 채무불이행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중개수수료 112,500달러 및 계약금 3,087,636,000원(= 2,684,900달러, 달러 미만 버림, 원고의 계산에 따라 1달러=1,150원의 환율로 계산했다)으로, 그 합계액을 달러로 환산할 경우 2,797,400달러(= 112,500달러+2,684,900달러)로서 원고가 지급받은 1차 분할금 합계 12,500,000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위 2차 분할금 상당액을 손해로 평가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설사 원고가 주장하는 선박 1척당 8.52%의 영업이익 5척 합계 7,652,330달러의 손해를 모두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입은 손해의 합계액은 10,449,730달러(= 2,797,400달러 + 7,652,330달러)로서 원고가 지급 받은 1차 분할금 합계 12,500,000달러를 초과하지 않음이 계산상 명백하다.

3) 따라서 피고 시윙이 추가적으로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 및 이에 따른 법률관계

이와 같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은 피고 시윙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원고에 의해 해제됐으므로 원고는 이미 지급 받은 1차 분할금 합계 12,500,000달러를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반환할 의무가 없고,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위 채무의 존부를 다투고 있는 이상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원고에 대해 그 이행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위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대법원 2010년 7월15일 선고 2010다2428 판결 참조).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대한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시윙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본소청구에 관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당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원고에 대한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태악(재판장) 문정일 구자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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