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8 09:30

판례/ “워크아웃 중인 조선소의 강재절단, 유효한 대금 청구일까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5.4.자에 이어>

다. 쟁점의 정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피고 시윙의 2차 분할금 지급 지체를 이유로 한 원고의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들의 항변 및 이 사건 반소청구는 원고에 대한 채권자 공동관리 절차의 개시, 원고의 이행거절 또는 인도지체 등을 이유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해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우선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원고와 피고 케이비캐피탈 중 누구에 의해 적법하게 해제됐는지, 둘째 이와 같은 각 계약 해제에 따른 피고 시윙의 손해배상 범위 또는 원고의 원상회복 범위가 된다.

3. 준거법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은 원고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설립되고 등록된 법인인 피고 시윙 사이에 체결된 계약인데, 이 사건 본소 및 반소 각 청구는 위 각 계약이 원고 또는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의해 해제됐음을 이유로 한 원고의 피고 시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원고의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또는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원고에 대한 매매대금 반환 청구이므로, 이 사건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당초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서 준거법을 영국법(the laws of England)로 합의했으므로(당심 제3차 변론기일에서 이를 확인한바 있다), 이 사건 계약의 해석이 문제될 경우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다만,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의 해석에 관해는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을 제1호증의 1) 8.3조가 그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담보이전계약에 따른 해제권 이전, 행사 등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법이 준거법이 된다.

4. 판단

① 우선 피고 케이비캐피탈은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에 따라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②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원고에 대한 구 구조조정촉진법에서 정한 채권자 공동관리 절차개시를 이유로 한 2010년 7월28일자 해제통지와 원고의 이행거절 등을 이유로 한 2010년 8월25일자 해제통지는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다.
③ 그러나 원고의 강재절단에 따른 피고 시윙의 2차 분할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는 모두 적법하다. 강재절단이 어느 정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강재절단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들을 기망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거나 계약해제 절차의 위법 또는 신의칙에 반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④ 따라서 원고의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대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 관한 선수금반환채무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부존재를 구하는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있어 받아들인다.
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해 이미 지급받은 분할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 시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해제에 관한 판단

1)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가) 원고의 주장

피고 케이비캐피탈은 피고 시윙으로부터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권리나 이익만을 양수했을 뿐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양수한 것은 아닌데, 해제권은 계약 당사자의 지위에 수반되는 권리이므로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은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해제권이 이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 케이비캐피탈은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상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판단

해제권은 계약상의 지위에 수반되는 것이므로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피고 시윙으로부터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의 매수인의 지위를 양수한 것이 아닌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해제권이 이전되지 않는다는 점은 원고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에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은 원고와 피고들 모두의 합의로써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계약 해제권 등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피고 시윙의 권리를 독자적인 지위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를 부여하는 계약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피고 케이비캐피탈은 이와 같은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아울러 피고 케이비캐피탈은 피고 시윙의 대출금 채권자로서 피고 시윙의 해제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도 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은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피고 시윙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이 해제돼 피고 시윙이 선수금 반환채권이나 R/G에 의한 선수금 환급채권 등을 가지는 경우 이에 대해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위 대출금 채권의 범위 내에서 위 권리들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됐다.

②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 4.4조 및 4.5조는, ‘피고 시윙이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해제권을 행사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6.1조 (c)항은 ‘피고 시윙이 이 사건 대출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에 관한 모든 권리를 갖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데, 피고 시윙은 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피고 시윙에도 여전히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해제권 등이 남아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모든 권리를 피고 케이비캐피탈에 ‘양도한다’는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의 문언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해당 권리가 이전돼 양도인에게는 그 권리가 남아 있지 않게 되는 ‘양도’가 아니라, 다만 피고 케이비캐피탈이 일정한 경우 피고 시윙과 독자적인 지위에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것이 대출금 채권의 담보를 위해 이 사건 담보이전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2) 2010년 7월28일자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해제 통지의 적법성에 관해

가) 피고들의 주장

구 구조조정촉진법상의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절차(이하 일반적으로 부르는 대로 ‘워크아웃’이라고 한다)는 경우에 따라 회사 소멸 절차인 해산이나 청산 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 도산법’이라 한다)에 의한 회생 내지는 파산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11조 (c)항이 규정하는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사정으로 말미암아 원고는 이 사건 각 선박을 건조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케이비캐피탈은 위 제11조 (c)항에 의해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모두 해제한다는 것이다.

나) 판단

앞서 본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워크아웃을 이유로 한 피고 케이비캐피탈의 2010년 7월28일자 해제는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 제11조 (c)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동조 (d)항에서 규정하는 행사기간을 도과한 것이므로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다.

(1) 워크아웃 절차가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과 유사한 절차인지

우선 구 구조조정촉진법상의 워크아웃 절차가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제11조 (c)항의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에 유사한 절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아래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워크아웃 절차가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에 유사한 절차라고 볼 수 없다.

①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이란 기업의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변제한 후 남은 자산을 주주 등 구성원에게 분배함으로써 기업을 소멸시키는 절차이다. 반면 워크아웃은 부실징후기업이 주채권은행에 신청해 채권은행협의회 등의 의결을 거쳐 개시되는 것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winding up’, ‘dissolution’은 영업을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워크아웃은 기업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기업의 재건을 도모하는 절차이므로 그 목적에 있어 서로 반대된다.

② 또한, 구 구조조정촉진법 제7조 제2, 3항에 의하면, 해당 기업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경우 주채권은행 등은 해당 기업에 대한 해산이나 청산의 요구, 통합 도산법에 따른 파산 신청이나 파산 신청을 요구해야 하거나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워크아웃 절차에서 기업 소멸 절차인 해산, 청산, 파산 또는 회생 등(이하 ‘해산 등’이라고 한다)의 절차로 진행되기 위해는 주채권은행 등의 별도의 요구 또는 신청이 필요하므로 워크아웃 절차는 해산 등의 절차와 명백히 구분되는 서로 다른 절차로서, 해산 등을 위한 선행 절차가 아니다.

③ 피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워크아웃 절차에서 해산 등의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 절차에서 반드시 해산 등의 절차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해질 경우 어떤 기업에게나 해산 등의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워크아웃 절차가 ‘winding up’ 또는 ‘dissolution’에 유사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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