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9 09:04

“안전운임제 재도입 촉구” 화물연대 경고파업 시행

전국 화물기사 2500명 일시 파업…“국회 논의시까지 지속할 것”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입법을 촉구하며 경고성 파업을 실시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확대간부 경고파업대회를 열었다. 전국 2000여명의 조합 확대간부와 500여명의 조합원이 집회에 참석해 하루 동안 물류 일선에서 빠졌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에서 안전운임제의 재도입을 요구하면서 ▲차종과 품목 확대 ▲대기업 화주 책임 강화 등의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10월부터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위한 실력행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난 10월10일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0월19일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동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어서 11월 11~13일 500여명이 상경해 삭발식을 감행한 데 이어, 25일엔 7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여당 당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그 다음날엔 국회 본청 진격투쟁을 벌였다.

화물연대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 측은 “정기국회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 12월3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에도 안전운임제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회가 여야 합의를 핑계로 민생법인 안전운임제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연대 김진영 조합원은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지난 3년 동안 화물운송시장 운임이 겨우 정상화됐는데 일몰 이후 다시 운임은 삭감되고 노동 시간은 늘어났으며, 운송사 간 과열 경쟁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운임을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화주→운수사, 운수사→차주 사이에서 각각 안전운송운임, 안전위탁운임을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한다. 이 제도는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후 2022년 12월 말 일몰됐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화주-운수사 간 운임 강제 조항을 삭제한 표준운임제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됐다.

화물연대는 이달 벌인 시위에서 최근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반대 논리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제기한 ‘안전운임제가 대형 운송사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엄 의원은 지난 10월24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현대글로비스 코레일로지스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보다 시행한 3년 동안 100억원에 달하는 마진(이윤)을 더 남겼다”며 “운송 마진율을 일률적으로 보장한 안전운임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화물연대 측은 “운송원가 비용과 운송사 이윤을 합한 것이 ‘운송운임’인데 안전운송운임에서 안전위탁운임을 뺀 차액이 마치 운송사 이윤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또 “운송 마진을 일률적으로 보장해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고 했지만 안전운임 중에서 운송사가 가져가는 비율은 10.24% 12.5% 11.5%로 매년 변했다”며 “운송사들도 적정 이윤을 통해 자기 사업을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은 각종 운송 비용이 화물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였다”고 덧붙였다.

 
▲‌‌12월2일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아울러 ‘안전운임제가 비용 인상을 유발한다’는 주장엔 “10년 이상 고착화된 저운임을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며, “그마저도 유가 이윤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착시효과”라고 반박했다. 안전운임제가 처음 시행된 2020년에는 컨테이너 운임이 평균 12.5% 인상됐지만 2021년부터는 제도 안착과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인상률이 2% 미만으로 낮게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2021~2022년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고 국토부 장관이 고시한 안전위탁운임 인상률은 각각 1.9% 1.57%였다.

‘안전운임제와 사고율 감소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에도 짧은 시행 기간과 미흡한 제도 안착이 문제라고 해명했다. “제도가 온전히 정착하기도 전에 중장기적 목표의 실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은 전체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5.67%에 불과한 데다 제도 준수율이 낮고 사각 지대가 발생해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한 2021년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컨테이너와 시멘트 항목에서 월 평균 노동 시간이 각각 5.3%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가 기존 안전운임제의 적용 대상 품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안전 문제와 연관된다. 2020~2022년에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견인용 트랙터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5.02%)와 시멘트(0.65%) 차량만 대상이었다. 초기 입법 과정에서 우선 2개 품목에 3년간 시범운영하고 제도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 측은 여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표준운임제는 화주의 운임 지급 의무가 법적으로 부과되지 않아 실제 시장에서 지켜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11월 초 화물연합회 컨테이너분과·직접운송협회가 148개 컨테이너 운송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98%에 이르는 운송업체들이 안전운임제 일몰 후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가 줄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료 감소 이유로 절반에 달하는 45.5%가 화주가 운송료 삭감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물량 확보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대답과 최저입찰제가 도입됐다는 대답은 각각 26.9% 24.8%를 차지했다.

한편 화물연대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가운데 철도노조는 12월5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2월6일 파업을 준비했으나 당일 새벽 노사 간 합의점을 찾으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화물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 연대하고 철도노조 측의 대체 수송 역할을 거부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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