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09:15

“선원부족 해결 못하면 연안해운 발전 요원”

인터뷰/ 한국해운조합 이채익 이사장
외국인유학생 국내 해기사면허 취득 지원


지난달 23일 취임한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이 연안해운 분야의 선원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채익 신임 이사장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현재 연안해운 시장에서 60대 이상 선원이 전체의 70%에 이른다. 선원 수급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는 (연안해운이)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외항선보다 내항선에서 선원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며 “임금을 올려 실질 소득과 복지를 늘리고 병역 문제를 해소해야 선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조합은 내항선을 타는 선원에게도 외항선과 동일한 수준의 비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 내항 선원은 승선 수당 20만원만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외항 선원은 20만원의 승선 수당에 더해 근로소득 월 5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이사장은 이에 더해 선원 퇴직연금 도입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입법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칭 국적선원 양성 특별법을 제정해서 실질 임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조세 입법을 병행하겠다. 선원 유인책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국회와 국가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국적선원 양성법 제정 추진

외국인 해기사를 내항선에 승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선박직원법을 개정해 외국인 해기사 승선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한국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교육시켜 국내 해기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사업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외국인 해기사를 내항 선박에 태우려면 선박직원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제도 개선이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이나 우리나라 선박에 탑승하려고 하는 현지 외국인들을 교육시켜서 국내 해기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얼마 전 연구용역도 마쳤다.

해기사 시험이 크게 어렵지 않다. 조합에서 해기 교육을 시키면 가능할 것 같다. 한국에서 계속 체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데 이 수요와 맞아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그는 선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항해운 단체인 한국해운협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선원 노조 연합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과도 심도 있는 대화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해운협회 정태순 회장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개인적으로 정 회장을 참으로 존경한다. 앞으로 (해운조합과 해운협회의) 협력 관계가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석한 김우철 해운조합 경영본부장은 정부가 노조의 합의 없이도 외국인 해기사 승선 문제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외국인 해기사를 태우려면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개선 방안을 내놨다. 노조 합의에 일임하는 방식을 배제하고 정부가 주도해서 양측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은 뒤 조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근거해서 해수부에서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게 완결되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운 특수성 반영 중처법 개정 추진

이채익 이사장은 해운산업의 특성에 맞춰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는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상 작업 조건, 고립성, 선원 고령화 등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반영해 중처법 적용 범위를 세분화하고 기업의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선박 결험을 신고하지 않으면 누구나 처벌하도록 한 선박안전법도 개정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입법 공청회나 정책 토론회 등을 열어서 하나하나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선박안전법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우리 언론인들이 적극적으로 제시해 줘야 국회나 정부가 속도를 내서 협조할 거라 생각한다.”

이 이사장은 취임과 함께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능력 있는 조합, 경영할 맛 나는 해운환경 조성에 앞장선다”는 경영 목표와 4대 과제를 수립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경영 과제를 달성하고자 입법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새롭게 설정된 4대 추진 과제는 ▲75년 역사의 재도약, 성과를 거두는 조직으로 발돋움 ▲육상운송 중심의 정부 정책을 해상운송 중심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정책 지원 강화에 앞장 ▲해운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과잉 규제사항을 발굴하고 개선 ▲조합원사 경영 지원을 위한 조합원 지향적 업무 활동 강화 등이다. 

“우리 해운이 제도적으로 가로막혀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입법 해소를 위해서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평생을 정치에 몸담았고 또 3선 국회의원으로서 유일하게 2개 상임위에서 위원장과 간사를 했다. 취임한 이래 벌써 70분 정도의 국회의원을 만나고 또 국회 사무처 예결위 수석이나 전문위원을 만났다.

예산 확보를 위한 역할도 주도적으로 하겠다. 조합이 2200여 해운사와 4500척의 선단을 지원하고 있다. 선착장이나 접안 시설, 계류장, 호안 정비 등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 굉장히 많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SOC 사업이 육상에 많이 집중됐는데 앞으로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운업이 발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해운조합이 면세유 판매 사업을 진행하면서 47년간 26개 용역업체와 특혜성 계약을 맺어왔다는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보도 자체로 보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실상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와 감사기관도 해운조합의 입장을 이해해서 경고 조치를 내리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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