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선박의 대체 연료는 다양한데 불확실성이 높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대체 연료 도입에 따른 해상운송 비용 급등은 여러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불확실성을 단순히 해운업만의 문제로 인식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해상탄소중립을 위한 선박 대안 연료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대안 연료의 생산 투자와 공급 계획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아직도 대체 연료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선사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금 여력이 되지 않아 대체 연료의 연구와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선박 연료로 ‘LNG·메탄올·암모니아’ 공존 전망
양 연구원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단기적 대안 연료로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이 공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LNG는 석유를 제외한 선박의 대안 연료 중 가장 많은 사용 경험과 벙커링 인프라가 구축된 연료로 최근 수년간 신조선에 가장 많이 채택됐다. 영국 조선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현존선 중 척수 기준으로 59.8%, 톤수 기준으로 86.1%의 선박이 LNG를 채택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산화탄소 대비 약 28배에 이르는 메탄을 배출하는 메탄슬립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유럽에서는 저탄소 LNG 생산과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프랑스 CMA CGM의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2020년부터 13%의 바이오LNG를 함유한 LNG 연료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제공받고 있다. 스위스 MSC의 자회사인 MSC크루즈 역시 핀란드 에너지기업 가숨에서 2026년부터 매년 수천여 t의 합성 LNG를 선박 연료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머스크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 지역의 규제하에서 최저 비용을 추구하는 선주들의 선택이 LNG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대안 연료인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화 상태를 유지해 비교적으로 다루기 쉬운 데다 독성이 낮고 기존 선박 개조 비용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충분한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부분 연구에서 타 연료 대비 높은 생산비용이 과제로 남는다.
머스크는 메탄올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선사 중 하나다. 지난해 총 9개 기업과 녹색메탄올 개발 투자를 포함한 생산설비 건설 및 생산 물량 구매 등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사 선박에 메탄올을 공급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왔다.
머스크 외에도 CMA CGM, 중국 코스코, 홍콩 OOCL, 우리나라 HMM 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다만, 충분한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부분 연구에서 타 연료 대비 높은 생산비용이 과제로 남는다.
암모니아는 미래 연료로 해운업계의 기대가 매우 높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수소 대비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고 탄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은 점은 암모니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암모니아의 독성은 연로로 활용하기에 부담스러운 문제로 꼽힌다.
다만, 암모니아의 독성은 연로로 활용하기에 부담스러운 문제 중 하나다. 연소 과정에서의 배출뿐 아니라 저장, 공급되는 단계에서 누출까지 다양한 독성 노출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많은 기관이 연구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의 주요 선급은 이미 암모니아 누출수 허용 농도와 알람시스템, 안전시스템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설정했다. 연료로서의 암모니아의 운송과 저장, 벙커링 등에 관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벙커링은 구체적인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여력 약한 중소선사 대응책 마련 긴요
대형선사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양 연구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주요 규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2023년에도 아무런 저탄소 연료나 추진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은 선박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며 “이러한 선박은 투자할 여력이 높은 대형선이 중형선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소선사들은 노후화가 심한 선박만을 기존 전통 연료 선박으로 교체하는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양 연구원은 추정했다.
최근 대안 연료로 메탄올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LNG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9년과 2020년 메탄올 추진 선박의 발주량은 각각 4척과 8척에 불과했다. 이후 2021년 21척, 지난해 28척에 이어 올해 8월까지 89척이 발주돼 최근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발주량에서 차지하는 톤수 비중도 2021년 2%에서 2022년 5%로 늘다가 2023년 8월 14%로 급증했다. 반면, LNG를 이중연료로 선택한 선박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20%와 22%에서 2022년 35%까지 급증한 후 2023년 19%로 감소했다.
메탄올 추진선박 발주를 주도하고 있는 선사는 머스크다. 메탄올 이중연료 채택 선박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21년엔 탱크선 2척을 제외한 19척의 선형이 컨테이너선이었다. 이듬해엔 발주 선박 총 28척의 컨테이너선을 머스크가 주문했다.
올해는 벌크선과 자동차운반선 등 선종이 다양화됐지만 총 85척 중 68척이 컨테이너선으로, 메탄올은 컨테이너선을 위주로 이중연료 채택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양 연구원은 “LNG의 이중연료 채택 비중이 감소했지만 LNG 운반선을 포함하면 여전히 메탄올 대비 큰 비중의 선박이 발주되고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암모니아 엔진의 상용화 이후 선사들의 반응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50년 3개 이상 연료로 선대운영 이뤄질 것”
선택지가 다양하다 보니 저탄소 연료 도입과 관련해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선사가 4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눈길을 끈다. 머스크는 지난해 63곳의 선사에 설문조사를 요청했고, 이중 응답한 29곳의 결과를 정리 발표했다. 응답한 29곳은 다양한 선종을 운영하는 선사로 구성됐으며, 세계 선대의 20%를 운영하는 대형선사들이었다.
조사 대상 선사 중 46%는 1개 이상의 저탄소 연료와 관련한 시험운항을 실시하고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반면, 8%는 시험운항을 했지만 수용하지 않았으며, 35%는 시험 계획을 포함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달하는 선사가 아직까지 저탄소 연료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셈이다.
양 연구원은 “대형선사에 대한 조사 계획에서 35%나 되는 선사가 무대응을 응답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2050년 미래 연료는 다양하게 쓰일 거란 응답도 나왔다. 선사들은 LNG 연료 12%, 바이오디젤 16%, 메탄올 14%, 암모니아 27% 등으로 암모니아의 비중이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고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2050년엔 92%의 선대가 3개 이상의 연료 군으로 운영될 것으로 답변했다.
아울러 선사들은 탄소중립 연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요인으로 ▲대안 연료의 풍부한 가용성 ▲대안 연료의 비용 하락 ▲녹색연료의 프리미엄에 대한 고객들의 지불 의지 ▲규제의 변화 등을 들었다.
저탄소 또는 무탄소 대안 연료의 생산 투자와 공급 계획의 높은 불확실성은 선사들의 응답 결과로 나타났다. 선택지는 다양한데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다 보니 선사들이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려면 무리가 따를 거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양 연구원은 “연료 공급 부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경제성에 대한 우려는 매우 심각하며 선사들이 이를 감내할 수준이 될 것인지 예견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2040년대까지 생산설비 투자 지연에 따른 변동 등으로 연료비용이 최대 6배까지 상승할 수 있어 선사들의 비용 압박이 심각해질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비용이 운임에 전가돼 선사들이 해운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해 선사들의 혼란이 가중될 거란 분석이다.
해운시장에서 발생한 비용 상승은 전 산업으로 확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 해상운송 비용 급등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대체 연료를 놓고 높아진 혼란과 불확실성을 단순히 해운업만의 문제로 인식할 게 아니라 국가가 종합적인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양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상탄소중립의 문제는 해운조선업계만의 단순한 문제가 아닌 더욱 종합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산업만의 솔루션을 찾기보다 국가적인 탄소중립의 노력 속에서 경제, 산업, 에너지, 외교 등 총체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해사산업은 그 속의 중요한 일부로서 다뤄지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미래의 대안 연료는 불확실하며 우리 해운업계도 혼란스러우나 국가는 해사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투자 및 지원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문제는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길을 개척하는 것으로 모든 나라가 직면한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우리나라 역시 총력을 기울여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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