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기업들이 발트국제해운협의회(BIMCO)가 마련한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 운영 약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운기업과 용선자 등 23곳은 빔코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CII 운영 약관이 용선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약관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해 소유자와 용선자가 균등하게 협력을 강화하는 계약 조항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선박 운항과 유지보수 등의 용선자 측 제안이 빔코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선주는 선박 운항 효율성과 기술, 항해, 보험, 승무원 등 모든 제반 사항에 동등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주와 용선자가 탈탄소 규제의 책임을 공정하게 나누는 새로운 CII 운영 약관이 개발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며 빔코 측에 약관 개정을 촉구했다.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은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크로이트 등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와 싱가포르·네덜란드 트라피구라, 독일 올덴도르프 노르덴 등 벌크선사, 노르웨이·스웨덴 자동차선사인 왈레니우스윌헬름센 등 선박을 용선하고 운항하는 회사들의 공동 명의로 지난달 21일 발송됐다.
새해 1월1일부터 시행된 CII 등급제는 5000t 이상 외항선의 1년간 연비를 조사해 A(매우 우수) B(우수) C(보통) D(불량) E(매우 불량) 5단계로 평가하는 온실가스 규제다.
최저등급인 E를 한 차례 맞거나 D를 3년 연속 맞으면 선사는 1달 이내에 C등급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에너지효율개선계획(SEEMP)을 제출해야 한다. 계획이 미흡하거나 연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선박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제도 도입 후 1년이 지난 2024년에 첫 등급이 부여될 전망이다.
빔코 문서위원회(Documentary Committee)는 규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11월16일 정기용선자를 대상으로 한 CII 운영 약관을 공개했다. 약관은 탄소 배출 책임을 선박 운항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정기용선자에게 지웠다. 아울러 선주와 정기용선자가 매년 CII 등급 목표에 합의하고 용선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연료 선택과 선박 운항 최적화를 꾀하도록 규정했다.
빔코 데이비드 루즐리(David Loosley) 사무총장은 해운사들의 성명이 공개된 직후 “회원들의 의견은 이미 발표한 규칙과 향후 규칙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복잡한 규제 환경에서 해운사들의 운항을 돕는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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