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사상 초유의 호황에 힘입어 확보한 막대한 실탄을 선단 확장에 투자한 가운데 앞으로 700만TEU를 웃도는 신조선이 해운시장에 나오면서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 3000만TEU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 2분기 이후엔 2년간 매분기 최소 60만TEU 이상의 신조선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지난해 발주된 친환경 선박 비율이 1년 전 38%에서 78%로 두 배 급증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반면 중유(벙커유)를 연료로 쓰는 선박 비중은 1년 새 60%대에서 20%대로 쪼그라들었다.
HMM·고려·장금·SM상선등 선복량 감소…남성·팬오션·범주 늘어
선사들은 운임 급등에 대응해 2020~2021년 2년간 선대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2월23일 현재 전 세계 해운시장 컨테이너 선복량은 2638만TEU로 전년 2532만6000TEU 대비 4.2% 늘었다.
과거에 발주한 신조선이 대거 인도되면서 2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몸집은 더욱 불어났다. 20대 선사들의 선복량은 2391만7000TEU를 기록, 전년 2305만6200TEU에서 4% 증가했다. 1년 새 약 100만TEU에 가까운 선복량이 늘었다.
20대 선사 중 12곳이 1년 새 선복량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1위 스위스 MSC는 8% 증가한 459만4000TEU인 반면, 2위 덴마크 머스크는 1% 줄어든 424만7000TEU로 대조를 보였다.
20대 선사 중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10위 이스라엘 짐라인으로 전년 대비 31% 급증한 54만2000TEU를 기록했다. 반면 싱가포르 익스프레스피더스는 9% 줄어든 13만2000TEU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국적선사들의 선복량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8위 HMM은 용선하고 있던 선박을 선주에게 반선하면서 0.6% 감소한 81만6400TEU에 그쳤다. 14위 고려해운 역시 8% 줄어든 14만9100TEU에 머물렀다.
이 밖에 남성해운 팬오션 범주해운의 선대 증가율은 두 자릿수 늘어난 반면, 장금상선 SM상선 천경해운 동진상선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MSC, 머스크, 프랑스 CMA-CGM, 중국 코스코, 독일 하파크로이트, 대만 에버그린,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등 7대 선사의 선복량은 2000만TEU를 돌파했다. 7대 선사의 선복량은 2005만1300TEU로 전년 1941만3000TEU와 비교해 3.3% 늘었다.
20대 선사 발주잔량 30% 급증…1위 MSC 주도
전 세계 선사들의 발주잔량은 746만TEU로 현존 선대의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선사의 발주잔량은 전년 478만TEU 대비 30% 급증한 621만1400TEU로, 전체 선대의 26%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조 발주는 세계 1위 MSC가 주도했다. MSC는 지난해 총 64만TEU를 주문, 전체 발주량의 약 25%를 점유했다. CMA-CGM(26만TEU), OOCL(16만8000TEU), ONE(13만8000TEU), 코스코(12만TEU) 등 대형선사들의 주문량도 전체 발주량의 60%에 육박했다.
비운항 선주사 중에서는 영국 조디악과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쉬핑(EPS) 등이 각각 9만TEU 7만TEU로 정기선사 대비 신조선 도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700만TEU를 웃도는 신조선은 2023년부터 향후 3~4년에 걸쳐 분산 인도될 예정이다. 올해 232만TEU, 2024년 280만TEU 등 2년간 500만TEU의 신조선이 해운시장에서 쏟아질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이후엔 2년간 매 분기 최소 60만TEU 이상이 인도된다. 분기별 인도량 사상 최대 기록은 2010년 1분기 48만1000TEU인데, 이를 훨씬 웃도는 선복량이 시장에 투입되면서 공급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이후에도 202만TEU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급과잉 우려에도 친환경선박 전환 추세가 빨라지면서 신조 발주는 지속될 것으로 해운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투입 선형이 1만TEU~1만8000TEU급이 대부분으로 유럽항로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만~1만8000TEU급은 2024년 2분기 정점까지, 5000TEU 이하도 매 분기 10만TEU 내외로 꾸준히 각각 인도될 예정이다. 다만 1만8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은 올해 2~3분기에 인도가 집중되고 이후엔 분기별로 5척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해진공 “선사들 과거와 같은 운임하락 경험하지 않을 것”
지난해 친환경 선박 발주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조 발주된 77.6%의 선박이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전 38.3%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절반에 달하는 48%는 벙커유와 LNG를 모두 사용하는 ‘듀얼’ 또는 LNG연료 추진선박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레디’ 선박이었다. 반면 기존 벙커유를 연료로 하는 선박 비중은 2021년 61.7%에서 지난해 22.4%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2021년 LNG에 한정됐던 친환경 연료가 메탄올 암모니아 등으로 다각화된 게 눈길을 끈다. MSC CMA-CGM 하파크로이트가 LNG를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에 주력했다면 머스크 OOCL ONE 코스코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추진 선박 도입에 집중했다.
중소선박은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보여 친환경 전환 속도가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5000TEU급 이하 선박 중 친환경 선박 비중은 2021년 10.8%에서 지난해 28%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진공은 중소선박의 높은 노후 선박 비중과 느린 친환경 전환 속도는 올해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와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등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 중단거리 항로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진공은 신조선 폭탄으로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화물 유치 경쟁은 심화되겠지만 선사들이 과거와 같은 운임 하락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수년간 컨테이너선 시장의 재편으로 개선된 선사들의 운임 관리 능력과 재무 건전성으로 과도한 운임 하락이 제한될 거란 이유에서다. 더불어 2023년 장기계약 운임은 최근 스폿(현물) 운임의 급격한 약세 영향으로 예년 대비 낮은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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