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호주항로는 해운 초호황기를 누렸던 지난해 기저효과와 세계 교역 둔화세의 영향을 받아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운임은 3분기까지 고공행진을 벌이다가 4분기 들어 네자릿수에서 세자릿수까지 떨어지며 코로나19 이전 시기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물동량은 상반기 부진을 털고 하반기엔 강세를 보였다.
1~10월 오세아니아 항로 물동량은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15.7% 늘어난 3만6400TEU로 집계됐다. 수입과 수출은 각각 2만4300TEU 1만2100TEU로 22.6% 4.1% 증가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여러 악조건에서도 하반기 물량 강세가 이어지면서 선사들은 마지막까지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다만 항만 노동자 파업, 자연 재해, 컨테이너장비 수급난 등에 따라 물류 차질을 초래하는 항만 혼잡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사들의 선박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머스크 자회사 스비처 예인선 파업 등에 따른 호주 항만 적체로 체선이 가중되고 서비스 지연이 일시 악화됐다. 이 밖에 호주에선 올해에만 2~4차례 걸쳐 기록적인 폭우·홍수 피해가 속출하면서 물류 공급망 차질을 악화시켰다.
반기별로 정리하면 상반기엔 운임과 물동량이 모두 부진하면서 시황 약세를 연출했다. 올해 초 중국발 호주항로 운임은 1월 첫째주 4691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뒤 3000달러선까지 후퇴했다. 올해부터 해운 불황을 예상한 많은 화주들이 중국 춘절을 앞두고 지난해 말 물량을 대거 처리한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분기 초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따른 중국 상하이 등 도시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해운 불황의 시발점이 됐다. 운임은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평균 250달러 이상 떨어졌다. 물동량도 4월엔 2만9000TEU(-24.6%)를 기록, 두자릿수 감소폭을 보이며 유독 부진했다. 다만 5월 이후 중국 도시 봉쇄 조치가 점차 완화되면서 쌓여있던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선사들은 큰 차질 없이 물량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토대로 소석률(화물 적재율) 또한 90% 수준에 이르렀다.
하반기 인플레이션 사태와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운임 하방 압력이 다시 거세졌다. 그 결과 8월엔 4개월간 유지해 왔던 운임 3000달러선이 붕괴됐다. 중국 국경절을 앞둔 밀어내기 물량 효과는 미미했지만 6월 이후부터 계속 물량 강세를 유지했다. 해운업계를 이를 두고 수요보다 강한 공급으로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사들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등 계속된 선복 조절에도 운임 방어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11월로 넘어가면서 2년 반 만에 운임이 세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12월 둘째주 들어서 호주항로는 운임이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해운 시황은 밝지 않을 전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고운임 시기에 선사와 화주 간 맺은 1년 장기 계약이 만료될 시점에 임박했고, 내년부터 발주된 신조선들이 유입돼 수요 대비 공급 압력이 한층 더 악화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탄소 감축 규제를 시행하면서 선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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