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영국 리버풀항 노사가 합의에 극적으로 도달하며 파업 위기를 피했다. 하지만 유럽 2위 항만인 벨기에 안트베르펜(앤트워프)항이 이달 들어 파업을 벌인 데다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항의 노사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북유럽 지역 항만의 물류대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노동조합 유나이트는 지난 10일 600여명의 리버풀항 노조원들이 참석한 총회에서 노사가 합의한 임금 인상률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노사 합의로 14일로 예정됐던 리버풀항 파업은 취소됐다. 다만 인상률에 대해선 노사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유나이트는 지난 8일 사측인 필포츠와 벌인 협상에서 임금을 직종에 따라 14.3~18.5%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반면 필포츠는 기본급을 9% 인상하고 0.2~4.5% 수준의 야간 근무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리버풀항 노조는 12%를 웃도는 물가상승률(RPI)에 맞춰 두 자릿수로 임금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9월 2주일, 10월 일주일간의 파업을 벌이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필포츠는 파업에 참여한 리버풀항 노동자 중 최고액 연봉자가 지난 한 해 7만1000파운드(약 1억1300만원)를 받았다며 노조의 파업 강행을 비판했다. 잇따른 파업으로 항만 운영 자회사인 TIL을 통해 리버풀 제2터미널 지분 50%를 보유한 스위스 선사 MSC가 타격을 받았고 대서양항로 전문선사인 아틀란틱컨테이너라인(ACL)도 리버풀항 취항을 중단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임금 협상 타결을 두고 유나이트 사무국장 샤론 그레이엄은 “리버풀항 노조원들의 중요한 승리”라고 자평했고 필포츠 데이비드 헉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10년 동안 12억파운드(약 1조9100억원)의 투자로 대서양항로 거점항 입지를 회복한 리버풀항의 미래를 위해 노조와 계속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버풀항이 급한 불을 껐지만 공급망 혼란과 임금 인상을 둘러싼 북유럽 항만의 노사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유럽 2위 항만인 벨기에 안트베르펜항 노동자들이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일 오전 6시부터 10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당시 “파업 기간 동안 터미널 운영이 폐쇄되고 내륙운송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항에선 노조가 8월21일부터 29일, 9월27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파업을 하는 실력 행사를 감행했지만 여전히 협상 타결은 불투명하다. 임금 7%를 인상하고 500파운드(약 80만원)의 상여금을 지급하는 사측 제안은 대다수 노조원의 거부로 부결됐다.
사측인 펠릭스토독앤드레일웨이(FDRC)는 7% 인상안을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FDRC는 홍콩계 글로벌 항만운영사인 CK허치슨의 자회사다.
앞서 지난 7월엔 독일 함부르크와 빌헬름스하펜 브레머하펜도 시간당 1.2유로의 임금 인상과 12개월 동안의 물가 상승 보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한 달 뒤 사측과 협상을 타결 지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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