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법률사무소 박준환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가 강화된 가운데 해상운송의 배상 책임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해운협회가 후원하고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중동 최대로펌인 알타미미가 주최한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 고조에 따른 해운 이슈’ 세미나가 해운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박준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진)는 ‘전쟁 및 외국 정부의 수출금지 조치에 따른 해상운송계약 이슈’라는 주제발표에서 올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따른 선사들의 항차 수행 지시 거부에 대해 언급했다.
연속항해용선계약상 “제재 위반 위험성이 있는 경우 선사는 화주의 항차 수행 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선사는 원칙적으로 화주의 지시에 따라 항차를 수행해야 한다.
다만 박 변호사는 종합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그 위험성과 정도를 포함해 제재 위반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확인되는 경우 이를 바탕으로 용선자와 협의를 해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상 행위의 내용과 각국 제재의 전반적인 적용 가능성 검토, 유권해석에 근거한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 확인, 대상 행위에 관여한 자 및 각국 제재 대상자로 등재돼 있는 개인 또는 단체의 범위 비교 확인 등의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사가 제재 위반으로 손해를 입더라도 계약상 관련 규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건 아니며, 배상청구 가능 여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선사가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음을 스스로 인식한 상태에서 별도 조치 없이 항차를 수행했다면 배상청구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사가 일련의 실사를 통해 제재 위반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없었거나 인식하더라도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등 부득이 항차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면 배상청구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을 사전에 충분히 대응하면 선사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조언도 이어졌다. 중동 법원에서도 불가항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정변경(Exceptional Circumstances) 등으로 지체상금 면제나 계약 해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왼쪽부터 알타미미 오마르 변호사, 하지원 변호사,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강동화 부장, 김앤장법률사무소 이대희 외국변호사 |
주제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 알타미미 하지원 변호사는 “구제 수단으로 사정변경이 있는데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이 이런 조항을 가지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계약 이행에 손실을 줄 우려가 있어 부담이 된다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채무를 경감시켜주는 재량을 법원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당 사건이 예외적이고 공공성을 가져야 하며, 당사자들이 극복할 수 없거나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경우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비용 보상으로 인정된 사례가 많지 않아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이슈라 전 세계에서 예상하지 못했지만 경제 제재나 전쟁, 국가 간 분쟁 등은 지역의 특성상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현지 법원에서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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