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심사 기한을 내년으로 못 박으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연내 기업결합(합병)이 무산됐다.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중반 이후 중단됐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사를 지난 19일 재개했다고 밝혔다. 심사 기한은 내년 1월20일이다.
EU는 2019년 12월 이후 세 차례나 두 조선사의 합병 심사를 연기한 바 있다. 코로나19와 정보 누락 등이 심사 중단을 선언한 배경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두 메가조선사의 합병이 유럽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 심사를 지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합병을 통해 수주전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 구매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선주들이 몰려 있는 유럽에서는 두 조선사의 합병에 따른 신조 선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서는 EU 내부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중 한 곳이 LNG선 사업부를 매각해야 합병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NG선과 컨테이너선은 양사가 합쳐질 경우 수주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올 들어 컨테이너선시장 호황에 유럽 선주들은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린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10월 210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이 각각 68척 29척으로 전체 수주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전체 수주 척수 51척에서 컨테이너선(20척)과 LNG선(7척)의 비중이 50%를 웃돈다.
이번 EU의 발표로 두 조선사의 연내 합병은 사실상 무산됐다. 2019년 3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고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한 후 2년 8개월이나 합병이 표류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6개국에 합병 심사를 요청했다. EU를 포함해 우리나라 일본 등 총 3개국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관련 심사를 받고 있다. 앞서 싱가포르와 카자흐스탄 중국은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사를 승인한 바 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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