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13:07

기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컴플라이언스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30)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해운물류조선업 유관 기업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을까요?”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외부요인 중 하나는 바로 법률의 제·개정이다. 법률이 새로이 제정되거나 법령의 조항 하나가 개정된다고 하여 기업의 경영환경에 별다른 변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올해 1월 8일 국회의 본회의를 통과하여 1월 26일 공포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그 재해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 하지 못하여 발생하였다면 높은 수준의 형사처벌(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고, 민사상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전치 6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를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중대산업재해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산업재해’가 일반적으로 건설업체 등에서 이루어지는 건축물 공사 등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조선소에서 이루어지는 선박의 건조 및 수리 현장, 항만에서 이루어지는 화물의 하역 작업 현장 또는 항만법상 항만시설의 공사 현장 등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다수의 부상자 또는 질병자가 발생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고, 사업주 등이 강도 높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중대시민재해’의 요건 중 하나의 원인이 되는 ‘공중교통수단’에 「해운법」 제2조제1호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객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상당히 이색적이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제5호다목). 

사망자 299명, 실종자 5명 등 단일 해상사고로는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세월호 사건 이후 해상에서 운항하는 여객선의 안전 유지 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취되었고, 통계적으로도 “바다”라는 공간의 특성상 결코 육상에 비하여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 않기 때문에, 해당 법률에 여객선 관련 산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에 여객선의 설계, 제조, 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조선소나 해상운송여객선사 등 각 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을 위하여 보다 빠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민 · 형사상 제재가 상대적으로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법률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하여 법의 적용에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①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부담하고 처벌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② 사업주가 법에 따라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③ 제3자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확대 요건인 실질적 지배나 운영, 관리의 책임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대한 쟁점이 있다. 

그리고 사업주의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내용은 시행령의 제정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하는데, 시행령 제정에 대한 각종 의견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될 때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고, 법률 중 일부 조항이 해석상 불명확한 부분이 있고, 시행령도 아직 제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여, 해운물류조선업 및 유관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하여 아무런 대비도 없이 기다릴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기업이 법을 준수하기 위한 예방적 활동으로서 ‘준법경영’ 또는 ‘준법감시’로 번역되곤 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업무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등에서는 이러한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이 대두 된지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필요성 및 효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주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의무 이행을 위한 준비에 대한 약간의 투자를 해두면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일부 감면받을 수 있고, 위법행위 및 재해의 발생 자체를 예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자 등이 발생하고 나서 사업주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수사를 받게 되면 그 때 훌륭한 변호사를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변호사에게 미리 무기를 쥐어 주는 투자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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