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5 09:01

판례/ 양륙항에 입항해도 운송이 종료되지 않았다고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역임
<5.11자에 이어>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자▽△쉬핑
【피고, 피상고인】 스△△라인 주식회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년 12월21일 선고 2018나204346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 중 피고 “대표이사 ○○○, 파키스탄국인 △△△”을 “대표이사 ○○○, 파키스탄국인 □□□”으로 경정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과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 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에 관한 소멸기간은 제척기간이고(대법원 1997년 11월28일 선고 97다28490 판결 등 참조),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이다.

나. 해상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은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보관·운송·양륙 및 인도의무를 부담하므로(상법 제795조 제1항), 운송인은 운송채무의 최종 단계에서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된다. 여기서 운송물의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해야 한다(상법 제861조, 제132조). 따라서 운송인이 운송계약상 정해진 양륙항에 도착한 후 운송물을 선창에서 인도장소까지 반출해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는 그 운송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년 5월14일 선고 2001다33918 판결 등 참조).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이 도과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됐으면 인도가 행해져야 했던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년 11월28일 선고 97다28490 판결, 대법원 2007년 4월26일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을 도과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 판단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가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를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하지 아니했다 하더라도 상고심에서 이를 새로이 주장·증명할 수 있다(대법원 2000년 10월13일 선고 99다1872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는 모두 해운화물 운송 대리점업, 복합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데, 피고가 송하인(Shipper)들을 위해 2013년경 원고에게 중고자동차 총 274대(이하 ‘이 사건 운송물’이라고 한다)를 일부는 터키 메르신(Mersin)까지, 나머지는 터키 이스켄데룬(Iskenderun)까지 각 운송할 것을 위탁했다. 원고는 이 사건 운송물을 해상 운송인인 ‘(상호 1 생략)’와 ‘(상호 2 생략)’를 통해 운송하기로 했다.

나. 이 사건 운송물에 관한 송하인의 종국적인 목적지는 시리아였는데, 송하인과 수하인(Consignee) 사이에 양륙항(Port of Discharge)인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서 하역한 다음 환승해 시리아로 운송될 것으로 예정됐다.

다. 이 사건 운송물은 2013년 12월경 선적항(Port of Loading)인 인천을 출발했는데 터키당국에서 시리아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화물의 환승을 위한 터키 내 입항을 거부해, 2014년 1월경부터 그리스 피레아스(Piraeus)와 몰타(Malta)에서 대기하다가 2014년 5월경에야 터키 내 항구인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 입항할 수 있었다.

라. 터키 당국은 이 사건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후에도 자국을 경유해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통관을 불허했고, 이에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운송물에 대한 통관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터키 내 보관장소에 운송물을 임치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통관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사건 운송물은 시리아로 운송되지 못했다.
 
3. 가.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이 사건 운송물의 목적지는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원고의 인도의무는 운송계약에서 정한 양륙항에 입항한 시점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해야 완료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한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을 계산하거나, 만약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 도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시점에 원고의 운송이 종료됐다고 판단한 다음 그날로부터 제척기간을 계산했다. 원심판단에는 제척기간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되,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 중 피고 표시에 명백한 오기가 있어 이를 경정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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