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0 09:07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나비 효과

기고/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3월에 계획된 포럼이 무산되면서, 강연 요청이 취소됐습니다.” 이러한 전화들은 단순한 강연 섭외 취소 이상의 경제적 영향을 내포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항공, 호텔 행사, 숙박 및 음식 서비스의 취소이자, 관계된 행사의 후원, 광고, 에이전시 등의 취소인 것이다. 주요 고객들의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행업체의 매출과 기사들이 식사하는 음식점 매출, 이들이 주는 아이들의 용돈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코로나-19이 가져온 나비 효과인 것이다.
 

코로나-19 전후 경제 흐름

2020년 초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9년 2.9%를 기록하고 2020년 3.3%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World Bank, OECD 등과 같은 주요 국제기구들도 같은 기조로 2020년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전세계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의 1월 ISM제조업 경기지수를 비롯해, 유로존, 영국 등의 지표들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Global Factory Revival(전세계 공장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2019년 한해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가 회복되면서 기업활동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에 커다란 물음표가 던져 졌다. 1월 말 본격적으로 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IMF는 코로나-19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은행과 KDI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으로 경제적 충격을 추산했고, 평균적으로 0.1~0.2%p의 하방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경제는 2019년 2.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2% 수준의 완만한 회복을 기대하는 시점에서 찬물이 끼얹어진 모습이다. 2020년에도 2019년의 어려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더블 딥(double deep)’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과 시나리오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한국 경제 영향 시나리오

첫째, 중국 경제 하방압력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종종 2003년 사스 사태 때와 비교한다. 2003년 2분기 당시 중국경제는 투자 및 수출 대비 소비에 대한 직접적인 충격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경제의 영향력은 당시와 현저히 차이나는 상황이기에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3% 수준에서 2019년 16.9%로 확대됐다. 세계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중국 경제의 충격은 세계 각국에 더 크게 전이될 것이다.

둘째, ‘집객 산업’을 중심으로 한 충격이다. 항공 및 여행산업의 경우 직격탄을 입은 모습이고, 자영업체들은 한숨 외에 방도가 없기도 하다. 국적 항공사 8곳의 한중 운항 편수는 지난 1월 59개 노선, 주 546회에서 2월 둘째주 162회로 70%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무급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희망퇴직을 받는 여행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면세점업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각종 포럼, 세미나, 전시 등과 같은 행사와 관련된 마이스산업(MICE)도 충격이고, 호텔, 교육, 영화, 등과 같이 모객을 기초로 하는 산업들은 거의 정지상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에 차질을 피해가기 어렵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글로벌 공급망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규모는 2003년 사스 사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증대됐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이를 최종재 생산에 사용하는 국가 경제에도 영향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산 중간재를 수입하는 1위 교역국이다. 중국 내 바이러스 전이가 심각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이 멈춤에 따라, 한국의 완제품 생산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다행히, 바이러스 피해가 약한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가 한국 제조업에 차질이 완화되고는 있으나, 그 피해와 전이 여부에 따라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중국 현지 기업이나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 가동 여부가 관건일 것이다.

넷째,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2020년에는 양국간의 1차 협상 등으로 갈등이 다소 완화되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증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국내 반도체 수요로 연결돼 2020년 한국경제 회복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다시 커다란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증폭시키고, 자본 및 외환시장의 변동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 상황을 극복해 내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이 요구된다. 거시적으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양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사스 사태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다. 재정정책도 보건의료 분야, 피해 산업 안전망, 피해 지역 복구 등을 위해 확장적으로 편성돼야 하겠다. 추경편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예산이 통과 된지 얼마 안됐음을 비난할 때가 아니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국민 안전과 경제적 충격 복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적재적소의 미시 정책들이 요구된다. 나비효과의 경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많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이 임차료 등의 운영자금 마련이 채 안 돼 폐업을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이들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특단의 대책들이 필요하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다른 신흥국들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수출 대상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가 심각한 산업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정이 지원되고, 유출되는 인력들을 재배치하는 고용정책도 필요하다. 한편, 실제 바이러스의 영향을 부풀려 과도한 공포와 피해를 만드는 가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차단하는 노력도 집중될 필요가 있다. 나비효과를 비관해도 안되고, 낙관해도 안된다. 본질과 현 상황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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