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30 17:18
(부산=연합뉴스)김상현기자 = 비좁은 항계안에서 대형 선박을 귀신같은 솜씨로
운항하는 도선사가 도선을 마친 뒤 돌아오는 배에 옮겨 타지 못해 6시간이 넘도록
표류(?) 하는 일이 빚어졌다.
26일 오전 3시 55분 부산항 북항 신선대부두 인근 A2묘박지에서 그리스 선적 냉
동.냉장선 다알리아호(4만t급)에 승선한 임모(59)도선사는 이날 오전 6시께 선박을
항계 1마일 밖으로 무사히 도선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도선을 마치고 파일럿 보트(도선선.20t급)로 옮겨 타 귀항해야 하는 임
씨는 당시 해상에 내려진 폭풍주의보 때문에 도선선으로 옮겨타지 못했다.
도선사가 파일럿 보트에 옮겨타기 위해서는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당시 해상에는 돌풍이 불고 있었고 다알리아호 선장도 하선을 적극 만류해 임씨는
제 때 하선하지 못해 자칫 다알리아호 차기 기항지인 일본의 홋카이도까지 갈 수 밖
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도선사가 제때 하선을 못해 외국의 차기 기항지로 갈 경우 여권이나 비자 등 출
입국 증빙서류가 없는데다 경비 부담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히게 돼 도선만 마치
면 어떻게든 하선을 강행하는 것이 관례다.
결국 임씨와 다알리아호는 기상이 호전될 때까지 부산항 항계 밖을 돌아다니다
이날 낮 12시 30분께 가덕도 인근에서 마산항 도선선을 불러 무사히 옮겨 타는데 성
공, 위기를 모면했다.
도선사협회 관계자는 "도선사가 하선하지 못해 차기 기항지까지 가는 경우는 거
의 없다"며 "예전같으면 해상의 기상이 조금만 나빠도 도선을 거부했으나 요즘은 항
만서비스 개선을 위해 다소 무리하더라도 도선에 임하고 있어 이런 일이 빚어졌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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