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1 15:05

아슬아슬한 수요공급 외줄타기…亞-남미동안 호조세 연말까지 이어질까

브라질이 수출 견인, 면직물·농산물 등 아시아행 수입물동량도 급증


아시아-남미동안 수출항로 해상운임이 수개월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 연말까지 현재의 운임 강세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지역의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중남미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질이 중국발 화물을 꾸준히 받아들이면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는 “아시아-남미동안 항로의 공급을 빡빡하게 조절한 게 수요약세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해상운임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분기 아시아-남미동안 수출입 동반호조   

상반기가 지난 가운데 남미동안으로 향하는 수출물동량은 지난해에 견줘 늘어났다. 데이터마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시아발 남미동안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드류리는 올해 2분기 화물 수송량이 호조를 보인 배경에 대해 “순전히 브라질로 향하는 아시아발 화물이 15% 늘어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간 브라질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26만9000TEU를 기록해 지난 2013년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로 향하는 수출물동량은 지난 2분기 17% 감소했다. 1분기 증감률이 -46%를 기록한 데 견줘 대폭 개선된 수치지만 7월에도 -28%를 기록해 플러스성장으로 개선되기엔 무리라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행 스폿(현물)운임도 과거보다 크게 안정적인 모습이다. 드류리는 운임 표준편차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85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약 500달러에 육박했던 지난 2년 동안의 표준편차에 비해 변동이 크게 줄었다. 지난 2016년 월간 편차가 1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남미동안행 해상운임이 변덕스러웠던 점에서 올해의 호조세는 눈여겨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남미동안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수입(백홀)항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의 돼지독감 및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대외 악재가 남미동안 국가들에게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남미동안발 아시아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들었지만, 2분기에는 22%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1~7월 실적에서는 냉동냉장(리퍼)화물 수요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3% 성장했다. 리퍼화물은 남미동안발 물동량의 39%에 달하는 핵심화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 성장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선적된 리퍼화물은 지난해 1~7월에 견줘 27% 급증했다.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수출협정을 맺으면서 고품질의 소고기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중국이 돼지독감의 영향으로 돼지를 대량 살처분하면서 아르헨티나산 돼지고기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로 농산물도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냉동체리 수출물동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남미동안 수출 ‘흐림’ 수입 ‘맑음’ 전망
   
2분기까지의 남미동안행 수출흐름은 브라질의 선방으로 괜찮은 모습이었지만 향후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브라질은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12%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서 다양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브라질이 수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라질의 3대 수출국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금융위기 여파로 덩달아 고전하고 있다. 특히 10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지난 8월 대선 1차 예비투표에서 현 집권여당이 패배하면서 환율시장도 요동쳤다.

드류리는 “3년 전 페소달러 환율은 달러당 14페소에 교환할 수 있었지만 이제 4배 가까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페소화가치가 폭락하는 만큼 수입물가가 크게 올라 수출항로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류리는 지난 8~9월 상하이-산투스 스폿운임이 FEU당 2300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해운시장은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드류리는 “수요가 소폭 개선에 그칠지라도 공급을 빡빡하게 조절해 충분히 선박 가득 화물을 적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입항로는 농산물 등의 리퍼화물과 함께 지난 9월부터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면직물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지난 9월부터 남미동안에서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봉제공장이 밀집한 아시아 주요 국가로 면직물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시아로 돌아가는 선사들은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총 5번의 추가 선박을 투입해 밀어내기 물량을 소화했다.

드류리는 “올해 아시아-남미동안 항로에 성장세가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신규 서비스를 개시할만한 선사가 없다. 수요가 급감하지 않는 이상 공급을 조절해 해상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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